성명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조류가 아니라 인간들의 이윤 시스템 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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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오전 9시 3분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비행기가 대형 참사를 만나고 말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참혹하다. 행복한 연말 여행을 뒤로하고 새로운 한 해를 꿈꾸며 귀국 중이었을 사람들의 사망을 깊이 애도한다.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보낸다.
사고의 주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새떼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고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증언들이 많지만 이조차 확인된 건 아니다.
“통상적으로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은 상호 연동되는 경우는 없다”(국토부)는 지적도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기체 결함 등의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동체 착륙은 조종사가 위급 상황에서 대형 참사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비상 착륙 방법이다. 성공한 사례도 여럿 있어 그게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서 동체 착륙 시도는 문제가 없었으나 랜딩기어 외에 작동해야 했던 다른 여러 제동 장치들(날개가 들리면서 속도를 줄이는 등)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오버런’(초과 질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양쪽 엔진과 유압 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신자유주의 항공 산업
그러나 이와 관련해, 이 비행기가 빈번한 안전사고로 악명 높은 미국 보잉사의 737계열 기종(737-800)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올해 1월 미국에서 737 맥스9 기종은 볼트 누락으로 인해 비행 중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간 충격적인 사고를 일으켰고, 3월에 737-800 비행기는 상공에서 불이 났고 4월에는 엔진 커버가 상공에서 떨어져 나갔다. 5월에는 튀르키예에서 바퀴가 터졌다. 2022년 중국에서는 기체 결함으로 고도 8000미터에서 수직 추락했다.
또한 보잉 737 기종에는 착륙시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남은 연료를 버리는 기능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제외됐다. 이번 참사에서도 착륙 전에 연료를 버릴 수만 있었어도 화재 피해를 줄였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보잉 737-800기종은 특히 저가 항공사들 사이에서 선호된다. 737 기종은 출시 당시 조종실 인원이나 엔진 개수를 줄이는 등 가격을 낮춰 항공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가성비가 좋아 저가 항공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다른 항공기보다 크기 대비 좌석 수가 많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도 한다. 저가 항공사들이 잦은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이 비행기를 선호하는 이유다.
이런 비용 절감 압력, 이윤 우선 시스템은 각 항공사가 안전 투자를 경시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이번에 사고가 난 비행기는 사고 이틀 전 이륙 직전에 여러 차례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해 한 시간이 지연된 바가 있었다는 증언이 있다.(물론 제주항공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당시 승객들이 불안해하며 항의했지만 항공사는 별 문제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지난 2월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제주항공 직원이 “제주항공 타지 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고 쓴 글이 다시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글에서 한 제주항공 정비사는 제주항공 비행기는 “위험한 비행기”라며 정비사들을 박봉에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제주항공의 보잉기 737-800기종인 101편이 이륙 후 40여 분 만에 여압 장치(기내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 고장으로 급하강하기도 했다.
심지어 참사 이튿날 오전에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같은 기종의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이 이륙 직후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돼 급히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신자유주의적 정부 정책들은 책임 없을까?
윤석열 정부의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에는 보잉 비행기의 잦은 사고로 인해 긴급 전수 조사를 벌였다고 해명했지만 실상은 국내에 고작 14대뿐인 737 맥스9 기종만 조사했을 뿐, 저가항공사 대부분을 지배하며 국내에 100대 넘게 운항 중인 737-800(이번 사고 기종)은 빼놓았다.
국토부는 2022년 6월 항공사 이용 만족도 조사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거기에서 제주항공은 안정성 부문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국토부는 “다른 항공사 대비 안전 관련 행정처분 건수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로 바뀐 것은 없었다.
무안 공항의 경우, 지방 공항들 중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전담 직원 수가 적고 새떼 레이더 같은 대응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재발 방지와 예방을 위해서는 이번 참사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규명도 필요하다.
2024년 12월 30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