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미등록 라이더 단속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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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3월 9일부터 4월 30일까지 배달업 분야 미등록 취업 이주민(이하 ‘이주민 미등록 라이더’)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이주민 미등록 라이더 집중 단속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정부는 거주(F2), 영주권자(F5), 결혼이민자(F6) 등 장기 체류 비자가 있는 일부 이주민만 ‘라이더’로 취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비자에 따른 취업 제한 때문에 유학생(D2, D4) 등은 엄연히 비자를 가졌음에도 라이더로 일할 수 없다.
배달업은 언어 진입 장벽이 낮고, 직장 내 인종차별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아 많은 이주민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문제는 라이더 취업이 가장 절실한 이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취업 제한 제도이지, 이주민 미등록 라이더가 아니다.
한편, 정부의 집중 단속은 정부가 외면해 온 한국인 라이더 생계난의 책임을 이주민들에게 떠넘기기 위한 것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한국인과 이주민 라이더 모두의 노동에 전적으로 기대면서도 그들의 생계는 나 몰라라 했다.
라이더들이 배달 1건마다 받는 돈은 10년 넘도록 동결되거나 배달 제도 개편 등으로 삭감됐다. 그 덕분에 플랫폼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그래서 라이더유니온과 배달플랫폼노조는 저임금과 알고리듬, AI를 이용한 통제 강화에 맞서 정부의 개입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해 왔다.
그런 정부가 “국민 일자리를 보호”한다며 집중 단속을 벌이는 것은 실로 가증스러운 일이다. 정부의 진정한 목적은 다른 데 있다. 노동자 대 사용자·정부의 갈등(계급 갈등)이라는 사안의 본질을 이주민 대 한국인의 갈등(민족주의적 구도)으로 바꿔치기하려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번 집중 단속을 ‘마침내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반겨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우려스럽게도 일부 한국인 라이더들은 거리에서 이주민 라이더를 다짜고짜 붙잡고 비자 확인을 요구하는 일을 벌여 왔다.
그러나 이주민들은 사적 개인들의 비자 확인 요청에 응해야 할 법적 이유도 없고 그것을 거부할 자유가 있다. 그럼에도 그 한국인들은 물리력을 동원해 이주민을 가로막고 욕설까지 퍼붓는다. 명백한 폭력이자 인종차별이다.
정부의 집중 단속은 일부 한국인 라이더들의 인종차별적 폭력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 그러면 더 노골적으로 이주민 배척을 선동하는 극우가 이를 파고들 수 있다.
이주민 미등록 라이더가 더 위험하게 운전한다거나 무보험·무면허라서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더 위험하게 운전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비방이다. 면허 문제는 본인 명의로 운전 면허를 따거나 보험을 들 수 없게 제약하는 제도가 문제이지 라이더들 탓이 아니다.
배민과 쿠팡의 하청업체(배민 플러스, 쿠팡이츠 플러스) 등 배달대행 업체들은 한국인 명의로 된 가짜 라이더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어 뒀다가 이주민 미등록 라이더에게 대여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 대가로 한 달에 약 30만 원 또는 건당 얼마씩 떼어 간다고 한다.
이러한 명의 세탁 과정에서 이주민 미등록 라이더는 임금이 깎일 뿐 아니라 보험도, 면허도 없는 라이더가 되는 것이다. 이주민 미등록 라이더야말로 자기 명의로 라이더가 되고 싶은 열망이 가장 크다.
정부의 배달업 취업 비자 제한은 한국인 라이더를 위한 것이 아니다. 미등록 이주민 라이더를 저임금에 묶어 두고, 내외국인 라이더들을 모두 바닥을 향한 경쟁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 라이더들은 오히려 이주민 미등록 라이더들과 단결해야 유리하다. 집중 단속에 반대하고 비자에 따른 라이더 취업 제한을 없애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주민 미등록 라이더 중에는 특히 가난한 나라에서 온 유학생이 많다. 유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납부하고(많은 경우 한국인 학생보다 훨씬 비싸다), 한국에 각종 세금을 내고, 소비를 통해 지역 경제에 기여한다. 우익의 무임승차론은 어불성설 헛소리다.
유학생들의 라이더 취업을 색출하겠다고 설치는 한국인 개인들은 사용자를 향해야 할 분노를 더 약한 자들에게 해소하는 비겁하고 정의롭지 못한 행위를 하는 것일 뿐이다.
한국인 라이더들이 ‘자체 단속’에 열을 올릴수록 같은 노동자들 사이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것이다. 그러면 배달대행업체들은 한국인 라이더들이 단체 행동에 나설 때 대체 인력 모집에 인종 간 갈등을 이용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분열의 악순환을 막으려면 노동자들이 단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