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이주민 배달 라이더 기고:
우리는 한국인 라이더의 적이 아니다

2월 14일 토요일 낮 12시 반 무렵, 나는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워 두고 헬멧을 쓴 채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상황이었다. 한 한국인 배달 노동자가 다가와 내 오토바이 앞에 서더니 내게 물었다.

“당신 배달 노동자냐?”

그는 내 오토바이의 배달 박스를 알아본 듯했다. 나는 그렇다고 차분히 답했다.

그러나 상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정당한 이유 없이 불편할 만큼 내게 접근했고 내가 자리를 피하려는 것도 막았다. 이어서 내가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말들을 쏟아 냈다. 또한 “이 나라에 왜 왔냐,” “왜 배달 노동자로 일하냐”라고도 말했다.

이를 보면 그가 정당한 사유 없이 그저 나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으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그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경찰을 불렀고, 내가 명시적으로 거부했음에도 강제로 내 오토바이 번호판의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이후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은 내 신분증과 면허증을 확인했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그 한국인 배달 노동자는 경찰더러 나를 처벌하는 등의 조처를 하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했다.

긴장이 매우 팽팽했던 그 상황에서 경찰이 나보다 그 한국인을 더 위한다는 인상을 받아서 불쾌했다.

배달 라이더 일은 이주민들에게 그나마 나은 일자리다 ⓒ이미진

내가 당한 일을 역시 배달 일을 하는 이주민 친구에게 말하자 그도 인천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식당에서 배달 음식을 기다리던 중 다른 배달 노동자한테 이유 없이 폭언을 들었다. 또 한 번은 그의 핸드폰에서 배달앱 소리가 나는 것을 들은 한국인이 다짜고짜 그를 모욕했다고 한다. 내 친구는 이런 일에 부닥치면 일이 더 커지는 것을 피하려고 그냥 무시하거나 참는다고 했다.

지역이 다른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주민 라이더들을 겨냥한 괴롭힘이 늘고 있음을 뜻한다. 틱톡 등 SNS에는 이주민 라이더를 붙잡고 다짜고짜 비자가 뭐냐고 물으며 괴롭히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한국인들이 있고, 일부는 “한국인 노동자 권리 찾기”를 운운하기도 한다.

앞서 말한 사건 바로 다음 날, 나는 또 다른 불쾌한 경험을 했다. 식당에서 배달 음식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당시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한 여성 손님이 식사하다 말고 내게 마스크를 내려 보라고 요구했다. 나는 아무런 법적, 논리적 명분도 없고, 그녀의 호기심 충족만을 위해서 내 얼굴을 드러낼 생각이 없었기에 그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나 그녀는 집요하게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나는 헬멧에 카메라를 다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누군가를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카메라가 달려 있으면 나를 괴롭히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을까? 또한 나를 괴롭히거나 부당하게 방해하는 사람을 상대로 제도적 절차를 밟는 데 필요한 증거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오해로 인해 벌어지는 별개의 사건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심각한 경고등이고 진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달 노동처럼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이주민들은 한국인들의 적이 아니다. 그들은 존엄하게 살기 위해 애쓰고 있을 뿐이다. 인간 존엄성 보호와 평등한 법 적용은 차별 없이 모두에게 보장돼야 한다.

내 주변에는 라이더로 일하기 원하는 이주민들이 많다. 다른 일자리 대비 직장 내 괴롭힘은 적고, 언어 장벽이 낮고, 시급도 괜찮기 때문이다.

라이더 취업은 현재 몇몇 비자로 엄격히 제한돼 있는데, 나 같은 난민 인정자뿐 아니라 난민 신청자, 인도적 체류허가자 등을 포함하도록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번역: 김종환
카카오톡 채널, 이메일 구독,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 설치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