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최일붕 글 모음 긴 글

거짓말로 가득한 트럼프의 이란 전쟁 연설

트럼프는 ‘대국민 연설’에서 온갖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자신이 시작한 전쟁은 정당했고 미국의 승리가 임박했으며, 고유가 등의 경제난은 금방 끝날 것이고 미국과 세계는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연설의 이면에는 미국이 갈수록 늪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란의 핵 위협?

트럼프는 전쟁을 일으키며 든 거짓말을 되풀이했다. 이란이 수십 년 동안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협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 개발을 감시하는 국제 기구는 물론, 미국 정보 당국조차 이란의 우라늄 농축이 아직 무기를 만들 수준이 못 된다고 인정했다. 무기화를 진행했다는 증거도 없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가 2015년 주요 강대국 5개국과 함께 이란과 체결한 핵프로그램 제한 협정을 비난하며 2018년에 자신이 그것을 파기한 것이 정당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들조차 이란이 그 핵합의를 잘 준수했었다고 인정했다.

트럼프와 미국 지배계급 일부가 전쟁을 개시한 진짜 이유는 핵무기가 미국을 위협해서가 아니라 이란이 제재 속에서도 정치적·군사적으로 미국의 중동 패권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란 정권이 47년 동안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쳐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란 정권은 오랫동안 미국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미국과 협상하려고도 했다. 이란 정권은 미국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을 도왔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점령 반대 저항에 직면했을 때, 이란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미국이 최악의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거들었다.

심지어 지난 2년 넘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인종학살을 자행하는 동안에도 이란은 나서지 않았다. 이란은 자신이 직접 공격당해 반격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때에만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미국과 협상할 여지를 남겨 놓기 위해서였다. 이번 전쟁 직전에도 이란은 미국과 협상으로 전쟁을 피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2번이나 협상 중에 이란을 공격했다. 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려고 트럼프는 이란의 핵 위협을 과장한 것이다.

승리 임박?

트럼프는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1·2차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과 달리 한 달 남짓 만에 이란의 군사력과 핵무기 제조 능력, ‘대리 세력’ 지원 능력을 분쇄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거의 완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격 개시 후 수시로 전쟁 기간과 목표에 대해 말을 바꿔 왔다. 그것은 애초 예상대로 전황이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트럼프가 정권 교체는 처음부터 목표가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 자체가 그 사례다. 이번 전쟁은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포함한 정권 핵심 인사들 47명을 일거에 폭사시키면서 시작됐다.

그래서 트럼프가 “2~3주” 간 이란을 더 타격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그 특유의 자의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 안에 전쟁이 장기화·확대될 모멘텀이나 논리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것은 특히 이란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도 계속해서 반격 능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트럼프가 전쟁을 중단할 수가 없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은 해군도, 공군도 사라졌고, 미사일은 거의 다 소진됐거나 파괴됐다”고 했지만,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 기지를 공격해 미군의 공중 핵심 자산인 E-3 센트리 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파괴했다. 또, 이란은 자국 영공에서 미국이 자랑하는 최신 전투기 F-35를 두 대나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호르무즈해협에서는 여전히 이란의 위협 때문에 유조선·상선 통행이 자유롭지 못하고 미 해군 스스로 호르무즈해협에서의 민간 선박 호위 작전을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의 연설이 끝나기 무섭게 이란은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로 일제히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고, 이스라엘 제1도시 텔아비브가 폭격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곧 끝날 경제난?

트럼프가 고유가 국면이 금방 끝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국내외 불만이 커지는 것을 의식한 것이지만 거짓말이다.

트럼프가 이란을 “석기 시대로 돌려 놓겠다”는 것은 이란의 발전소, 산업 시설 등 민간 시설을 폭격하겠다는 말이다. 이는 이란의 보통 사람들을 재앙으로 몰아넣을 전쟁 범죄일 뿐 아니라 수년간의 후과를 낳을 일이다.

미국이 그런 공격을 감행하면 이란도 미군기지, 이스라엘의 경제 시설 뿐만 아니라 걸프 연안국들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공산이 크다. 그러면 전쟁 자체가 장기화할 뿐 아니라 당장 전쟁이 끝나 복구가 시작되더라도 유가는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될 것이다.

트럼프는 마치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므로 중동 석유 생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석유는 국제적 상품이라 한 곳의 생산이 타격을 받으면 국제 거래 가격 자체가 오른다.

더욱이 미국은 정유 기술의 한계로 자국에서 생산한 원유를 국내 소비로 팔지 못하고 수출한다. 자국에서 소비하는 석유는 수입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 역시 국제 유가 변동에 취약하고, 지금 미국의 노동계급은 유가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트럼프는 동맹국들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한 후과, 즉 경제적 고통과 전쟁의 확대 위험을 전 세계에 떠넘기는 후안무치한 짓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석유로 먹고사는 나라이므로 머지않아 제풀에 해협 봉쇄를 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그저 통행료를 삥뜯는 해적 놀이 같은 게 아니다. 군사적으로 확연히 우위에 있는 적의 대대적인 군사 침공에 맞선 생존 전략으로 해협 통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설사 전쟁이 멈춘다고 해도 전쟁 재발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세계 석유·가스 생산량의 4분의 1이 지나는 이 해협의 불안정은 계속될 것이고, 이는 세계 경제에 지속적인 타격이 될 것이며, 특히나 물가를 끌어올려 생계비 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다.

***

트럼프는 이번 전쟁으로 미국과 세계가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이기든 지든 세계는 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이번 전쟁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 제국주의의 헤게모니 위기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이제 세계 최강대국부터 지역 강국에 이르기까지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면 군사력에 기대야 한다는 유혹이 더욱 커질 것이다.

그 유혹에 맞서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도 새로운 강대국 질서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어야 한다.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트럼프가 공언한 “극도로 강력한 공격”에 맞서 반전 운동을 일으키고 키워야 한다. 또 한국처럼 중동 석유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행 확보 명분으로 미국의 이란 전쟁에 동참하는 일에도 반대해야 한다.

카카오톡 채널, 이메일 구독,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 설치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