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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내란 청산과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이란 전쟁 휴전과 미국 제국주의 권력의 균열

2026년 4월 트럼프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문명 전체를 파괴하겠다”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란과의 휴전에 합의했다. 이란 국가안보위원회는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10개 항의 제안서를 제출했고, 트럼프는 이를 “협상의 실행 가능한 기반”으로 인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외교적 타협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실상 미국 제국주의 권력의 근본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전쟁의 전개에서 드러난 딜레마

군사적 우위의 한계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에는 이란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과시했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 모하마드 파크푸르를 포함한 40명 이상의 고위 군사 및 국가 관료들이 사망했고, 이란 공군은 무력화됐으며 해군 전력의 상당수가 침몰했다. 트럼프는 이란의 미사일 전력을 “완전히 초토화”하고 “말살”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이란인들이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으며” 미국이 “제발 폭격을 계속해 주기를” 원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폈다.

그러나 커다란 군사적 타격을 입었음에도 이란 정권은 붕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걸프 지역 내 미군 기지와 에너지 기반 시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반격을 감행했다. 특히 카타르 미군 기지 공격으로 미군 1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이스라엘 군사 시설을 표적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전선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게 전개됐다. 이는 압도적 군사력만으로는 지역 강국의 저항 의지를 꺾을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하르그 섬의 중요성과 중국 변수

미국의 군사적 딜레마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은 하르그 섬 문제였다.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북서쪽에 위치한 이 섬은 이란 석유의 약 90퍼센트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연안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 접근이 어려운 지형적 특성 때문에 이 섬은 이란 석유 수출의 사실상 유일한 관문 구실을 해 왔다.

미국은 그동안 하르그 섬 공격을 의도적으로 자제해 왔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을 완전히 파괴할 경우 이란이 ‘실패한 국가’로 전락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난제를 안겨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둘째, 이란 석유의 90퍼센트를 수입하는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계산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와중에도 중국으로 향하는 일부 석유와 가스의 통행은 허용하는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의 군사적 선택지가 더는 자의적으로 결정될 수 없게 하는 새로운 제국주의 상황이다. 중국이라는 진정한 제국주의 경쟁자의 존재가 미국의 군사 행동에 전술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냉전 종식 이후 2000년대까지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해 온 미국의 위상이 이제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반영한다.

이번 휴전은 미국의 약점을 드러냈지만, 더 위험한 군사적 모험으로 치닫는 경향 또한 보여 줬다 ⓒ출처 백악관

국내 정치의 제약과 지역 내 동맹들과의 관계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유가가 폭등했고 이는 트럼프 정부에 심각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를 지지하는 억만장자들과 대기업 후원자들은 세계적 오일 쇼크로 인한 경제적 곤란을 원치 않았다. 더욱이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 상승은 공화당 유권자들의 반발을 부를 것이 분명했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퍼센트가 이란 내 지상군 투입을 강력히 반대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압박 요인이었다.

걸프 지역 동맹국들의 처지도 미국을 곤경에 빠뜨렸다. 미군 기지를 보유한 걸프 지역 정권들은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자국의 에너지 기반 시설이 타격을 받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과거 2019년 아람코 시설 공격 당시 미국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던 기억 때문에, ‘미군 기지를 내주고 이란의 공격을 받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미국의 보호가 확실한가?’라는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이란이 민간 항구와 가스전까지 공격하며 ‘에너지 전쟁’을 선포하자, ‘미국이 우리 시설을 완벽하게 방어해 주거나, 아니면 이란이 다시는 보복하지 못하도록 끝장내 달라’는 식의 더 강력한 보장을 요구하는 전략적 밀당으로 돌아섰다.

이는 미국이 지역 동맹국들의 안보 우려를 외면한 채 일방으로 전쟁을 확대할 수 없음을 뜻한다.

이스라엘의 전략적 자율성 증대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 간 관계의 미묘한 변화를 드러냈다.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는 이렇게 토로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공격할 것이라는 사실이 이번 작전의 시기와 목표를 결정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란의 “정권 교체”에 혈안이 돼 있었고, 미국이 추진하던 이란 핵 프로그램 협상을 의도적으로 좌절시키기 위해 전쟁을 확대하려 했다. 그는 결정적 순간에 미국이 결국 이스라엘 편에 설 것임을 정확히 계산하고 있었다. 이는 이스라엘이 앞으로도 미국의 동의나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독자적 군사 행동을 감행할 태세가 돼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미국으로부터의 독자적 군사 능력은 여전히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물론 그 한계 때문에 이스라엘이 과거처럼 ‘감시견’(watchdog)인 채로 남아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오랫동안 키워 준 군사·산업 기반 위에서, 또 그 범위 안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확보해 지역 전쟁을 주도하거나 미국을 확전에 끌어들이는 ‘경비견’(guard dog)의 능력까지 키워 왔다. 한계를 완전히 돌파했다기보다는 기존 한계 안에서 자율성과 공격성이 크게 증대했다.

요컨대, 이스라엘의 전략적 자율성 증대로 미국과의 관계가 근본적 변화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미국 제국주의의 중동 내 전초기지 구실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전초기지가 점점 더 상관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과의 휴전과 출구 전략을 모색했지만,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점령과 이란 정권 교체라는 자체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제국주의 국가와 그 지역 ‘아류(하위, sub-)제국주의’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특히 제국주의 국가의 힘이 약화될 때 ‘아류’의 독자성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스라엘은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지만, 미국이 원하는 시점에 전쟁을 종결시키는 데는 협조하지 않고 있다.

휴전 협상이 드러낸 변화하는 세력 균형

이란의 공세적 요구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제시한 10개 항의 제안서는 단순한 정전 협정을 넘어서는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거기에는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 이란 동맹국들에 대한 모든 전투 중단, 모든 제재 해제, 그리고 “지역 내 모든 기지와 배치 지점으로부터의 미국 전투 부대 철수”라는 ‘공세적’ 요구가 포함돼 있었다.

놀랍게도 트럼프는 이 제안을 “협상의 실행 가능한 기반”으로 수용했다. 이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이란의 “문명 전체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군사적·정치적 지렛대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군사적 열세를 협상력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으로도 이란의 저항 의지를 꺾지 못했다 ⓒ출처 미국 중부사령부

파키스탄의 중재자 역할 부상

이번 협상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요소는 파키스탄의 중재자 역할이다. 파키스탄 총리 셰바즈 샤리프는 “양측 모두 놀라운 지혜와 이해심을 보여 주었으며,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건설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평가하며 이슬라마바드 회담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는 중동 지역의 외교적 역학 관계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적으로 중동 분쟁의 중재자 역할은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 또는 이집트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지역 강국들이 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파키스탄이라는 남아시아 국가가 중재자로 등장함으로써 지역 질서의 다극화 경향을 보여 주었다. 이는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다양한 지역 행위자들의 외교적 자율성이 증대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쇠퇴하는 제국의 위험성

그러나 이번 전쟁은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준다. 이는 제국주의 권력의 쇠퇴가 반드시 평화로 귀결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 위험한 군사적 모험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전쟁 기간 내내 극단적 수사와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전 미국 국무부 법률고문 브라이언 피누케인이 지적했듯이, “문명 전체”에 대한 위협은 “제노사이드 위협으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한 것이었다.

이번 휴전이 미국의 약점을 드러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전쟁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거니와, 전쟁에 내재된 확전의 논리를 멈추지도 못한다.

첫째, 이스라엘은 휴전 기간 중에도 레바논과 여타 전선에서의 군사 작전 중단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는 휴전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다.

둘째, 이란도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요구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에도 정권이 유지되고 군사적 저항 능력을 보존한 상황에서 이란의 협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셋째, 트럼프 정부는 수천 명의 미군을 중동에 집결시키고 하르그 섬 점령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지상 작전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란의 석유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그의 심층적 동기가 정권 교체와 에너지 자원 장악에 있음을 시사한다.

제국의 황혼, 저항의 지속

2026년 4월의 이란 전쟁 휴전은 미국 제국주의 역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압도적 군사력으로 지역 강국을 굴복시키려던 시도가 좌절되고, 오히려 경제적·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불리한 조건에서 휴전을 수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렛대와 동맹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제국주의에 맞서 일정한 양보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이러한 제국주의 쇠퇴의 징후들이 자동으로 평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역사가 증명하듯, 쇠퇴하는 제국은 종종 더 위험한 군사적 모험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옥을 맛보게 할 준비가 돼 있다”는 (트럼프의) 위협을 실행에 옮길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

중동에서 미국 패권의 종말이 시작됐는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이 더는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처럼 큰 제약 없이 지역 질서를 재편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부상, 지역 강국들의 저항 능력 증대, 동맹국들의 이반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국내의 정치적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국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다.

이번 휴전은 일시적 숨 고르기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드러낸 미국 제국주의의 취약성과 저항의 가능성은 향후 중동 질서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미국 제국주의는 아직은 건재하지만, 그 기반에는 이미 깊은 균열이 가고 있음을 이번 전쟁은 여실히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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