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의 오펙 탈퇴:
미국 패권 약화가 지역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경쟁을 심화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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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이 전략적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걸프 국가들이 분열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오펙: OPEC)와 OPEC+에서 탈퇴했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오펙을 주도해 온 국가다.
UAE의 오펙 탈퇴는 단순히 석유 생산과 가격을 둘러싼 분쟁 문제가 아니다. 그 근원에는 미국의 패권 약화로 심화되고 있는 서아시아 내 ‘지역 아류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경쟁과 분열이 있다.
UAE의 오펙 탈퇴 발표 시점(4월 28일)이 이 점을 잘 보여 준다. 그날 사우디아라비아는 제다에서 걸프협력회의(GCC) 정상급 회의를 주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 회의를 통해 이란 전쟁에 관한 “걸프 지역의 통일된 입장”을 과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UAE는 대통령 대신 외무장관이 참석해 격을 낮췄고, 회의 직후 오펙 탈퇴를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아랍의 봄’(2011~2013년 아랍 혁명) 이후 공동으로 반혁명 전선을 구축하는 한편,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협력해 왔다. 그 와중에도 양국은 서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둘러싸고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을 벌여 왔다. UAE의 오펙 탈퇴는 최근에 특히 가속되기 시작한 양국의 균열을 명백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양국 경쟁의 근원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이 있다. 이것은 경제 기반과 글로벌 영향력을 다변화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재생 에너지, 글로벌 물류, 금융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UAE에 도전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석유 생산을 제한해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반면, UAE는 높은 가격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선호하곤 했다. 다변화된 경제 구조 덕분에 UAE의 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5퍼센트 수준이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의존도는 UAE보다 더 높다(50퍼센트). 그래서 UAE는 유가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요컨대, UAE는 오펙의 가장 강력한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역적 영향력에 도전하기 위해 석유 생산 정책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경쟁은 경제적 측면에 한정되지 않는다. 양국은 이스라엘·이란·시리아·예멘·수단·소말리아 등 지역의 핵심 현안을 놓고 첨예하게 충돌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UAE가 이스라엘과 밀착하는 것에 반대했고,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에 적대적이었다.
UAE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패퇴시켜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촉구해 왔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을 중재하도록 작업했다. 이를 불쾌하게 여긴 UAE는 파키스탄에 빌려준 35억 달러(파키스탄 예비비의 5분의 1)의 상환을 요구했다. 그러자 사우디아라비아가 파키스탄의 예비 기금에 30억 달러를 예치했다.
그래서 UAE는 이란으로부터 다른 걸프 국가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당했다(UAE 국방부에 따르면, 최소 2,800대). 이스라엘은 UAE를 방어하기 위해 최신 레이저 방공무기 ‘아이언 빔’과 드론 탐지 시스템 ‘스펙트로’를 급히 보냈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UAE와 이스라엘의 파트너십이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그와는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 2023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빈 살만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합의에 근접했었다. 그러나 그 직후 이스라엘의 가자 인종학살이 벌어지자 빈 살만의 셈법은 바뀌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겠지만, 가자 인종학살에 이어 아랍에미리트와의 분열까지 더해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트럼프가 간절히 바란 아브라함(이브라힘) 협정에 동참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중국
트럼프는 UAE의 오펙 탈퇴를 환영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오펙이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억제해 유가를 끌어올리며 “전 세계를 갈취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스라엘도 UAE의 결정이 아랍 국가들을 분열·약화시키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UAE의 오펙 탈퇴로 인한 파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쟁적으로 자국의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미국·중국 두 제국주의 국가들과 맺고 있는 관계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국의 긴장은 그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UAE는 지역 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 기술 부문과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또, 미국에 통화 스와프를 제안했다. 미국이 이를 거절하면 석유 거래에서 중국 위안화 등 대체 통화를 사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중국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지난 2월 〈포린 어페어스〉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분열이 중국의 서아시아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미국과 유럽은 걸프 지역의 라이벌 관계에서 어느 한편을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지리적 위치는 석유 시장과 주요 무역 경로를 놓고 막대한 영향력을 부여하므로 양국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어느 한 걸프 강대국이 자국의 지위가 하락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중국으로 기울어질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해운·투자·군사기지 권한을 놓고 중국에 우대 조치를 제공할 수 있다.”
UAE의 오펙 탈퇴는 서아시아의 기존 질서가 균열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