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권의 약화와 위기를 보여 주는 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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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부터 벌이고 있는 이란 전쟁은,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실패를 거듭한 서아시아로 복귀했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 의해 최악의 낭패를 겪고 있다.
미국은 이란보다 군사력이 월등하다. 그러나 미군이 비대칭 전쟁을 끌고 가면서도 전쟁은 원치 않게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이 전에 겪은 또 다른 비대칭 전쟁이었던 베트남 전쟁은 대중적 지지라는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게릴라)들을 상대하는 전쟁이었다. 이란의 경우에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과 드론이 비대칭 전쟁의 무기다. 미국 월간지 《디 애틀랜틱》(4월 27일 자)은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해당 내부[미 국방부] 추정치에 따르면, 이란은 공군력의 3분의 2, 미사일 발사 능력의 대부분,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를 부설하고 통행을 방해할 수 있는 소형 고속정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미 4대 핵심 군수 물자를 전쟁 이전 비축량의 절반 넘게 소모했을 수 있다고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이번 주에 밝혔다.”
이 군수 물자는 원래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타이완을,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될 것들이다.
게다가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이란 정권은 세계 경제의 주요 동맥이자 전 세계 석유와 가스의 약 20퍼센트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통해 이란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은 그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계속 수출하고 있다. “이란과 연계된 최소 34척의 선박이 미국의 봉쇄를 피했다.”(미국 해양 전문 매체 〈The Maritime Executive〉)
전쟁의 최종 결산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미국의 이란 전쟁은 미국 제국주의 역사상 최대 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베트남에서 겪은 위기보다 더 클 것이다. 심지어 1956년의 수에즈 위기보다 그 파장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에즈 위기는 영국과 프랑스의 제국주의 프로젝트에 조종을 울린 사건이었다.
1956년 11월 영국·프랑스 정부는 이스라엘과 공모해 이집트를 침공했다. 이집트의 민족주의 지도자 가말 압델 나세르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영국과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협력해 나세르를 제거하고 수에즈 운하의 통제권을 되찾으려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쇠퇴해 가는 강대국이었지만 갱스터처럼 행동해 이집트인들을 약탈하고 자신의 권위를 다시 세우고자 했다. 트럼프의 포식성 제국주의처럼 말이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은 이집트에서 철수하라고 영국과 프랑스에 요구했다. 이스라엘도 1948년 국경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굴욕을 당했고, 이제 자신들이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초강대국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수에즈 위기와 달리, 미국 패권의 위기는 진행형이다. 미국 쇠퇴에 대한 진단은 새삼스럽지 않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 패배 이후 자주 그런 진단이 나왔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 패권의 위기가 세 가지 발전이 결합된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 이전의 위기와 무게감이 확연히 다르다: 중국의 경제적·지정학적 부상, 2007~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인 미국의 대중동 전쟁의 실패.(알렉스 캘리니코스, ‘Geopolitical Fractures and the Marxist Critique of Imperialism’, Substack 4월 12일 자)
지배력
이란 전쟁의 실패는 미국이 더는 서반구 밖 지역에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통해 정치적 지배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움을 보여 준다. 그래서 현재 미국이 직면한 문제는 단지 이란 전쟁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자유주의적 제국주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유럽은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이란 지도부, 특히 소위 혁명수비대에 의해 한 국가(미국) 전체가 모욕당하고 있다”고 짜증을 냈다. 메르츠는 미국과 유럽의 긴밀한 관계를 중시하는 대서양주의자다. 그런 자조차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이 초래한 경제 및 대서양 양안 관계의 악화에 부글부글 끓는 유럽 지배자들의 불만을 대변한 것이다.
걸프 지역에서는 미군 기지 주둔의 대가로 보장받던 ‘안보’가 위태로워졌다. 중동 미군 기지 10여 곳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 미국이 최근에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한 걸프 지역의 동맹국들을 보호하지 못하자, 그 국가들은 좀 더 신뢰할 만한 대화 상대를 찾고 있다. 4월 13일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는 중국을 방문했다.
출구를 찾(고 싶지만 찾)지 못하는 트럼프와 달리, 이스라엘은 끝없는 전쟁을 원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모순 없는 동일체가 아닌 것이다. 이스라엘 로비의 영향력이나, ‘주인과 감시견’이라는 정태적 프레임으로만 양국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오류다. 두 국가 간 힘의 차이는 매우 크지만, 동시에 두 지배계급의 당면 목표가 갈등을 빚으면서 형성된 모순된 통일 관계다. 이스라엘은 단지 지역 상황 안정에 안주하려 하지 않고 대(大)이스라엘 건설이라는 공세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균열에서 수혜자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러시아는 유가 상승으로 이익을 얻는 동시에 이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걸프 지역 에너지의 최대 수입국이다. 그리고 대중동 외교를 강화해 왔는데, 가장 두드러지게는 2023년 3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 복원을 중재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적이 실수할 땐 방해 마라”는 금언을 따르면서, 미국의 이란 전쟁을 실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에 부품을 공급하고 미국의 시스템·전술·취약성을 실시간으로 연구하고 있다.
물론 이런 지정학적 균열이 곧 지배적인 지정학적 질서의 전면적 붕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지배자들이 “전략적 자율성”과 한미동맹 사이에서 고심하고 갈등하는 것도 이런 지정학적 불확실성 때문이다.(더 자세한 내용은 4~5면에 실린 ‘한국의 자주적 국익 추구는 선(善)일까?’를 읽으시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은 분명하다. 생계비 위기가 다시 악화되고 지배자들은 추가적인 고통 전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 위기의 대가를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시도를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주도 제국주의 질서의 위기와 서아시아 지배력 상실 위기를 세계의 근본적 변혁을 위한 운동 건설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