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난민의 희망: “마지막 소원은 가족을 한 번 안아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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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지원에도 가족 재회 무산되며 사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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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진단을 받은 한 난민이 한국 정부의 배척적 난민 정책으로 인해 더한층 고통을 겪고 있다. 전문 아랍어 통역가이기도 한 본지 박이랑 기자가 이집트인 난민 A 씨(54세)의 사연을 직접 들었다.
A 씨는 이집트에서 2013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현 엘시시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다가 이집트 당국의 탄압을 받았다. 이집트 당국이 A 씨의 동료들을 체포해 고문하는 과정에서 그의 이름을 알아낸 것이다. 경찰이 A 씨의 집을 찾아와 가구를 부수고 가족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결국 2013년 A 씨는 탄압을 피해 이집트를 출국했다. 몇 년간 인접한 수단과 튀르키예 등을 전전하던 그는, 2018년 한국에 와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한국 법무부는 A 씨에게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고, A 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했으나 2022년 최종 패소했다. 한국을 떠나 달리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A 씨는 난민 재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과 헤어진 채 오랫동안 난민 신청자라는 불안정한 체류 자격으로 살아가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저에게는 아내와 여섯 명의 딸이 있습니다. 그들과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던 것은 저에게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안겨 줬습니다.
“저는 또한 과거 공장에서 일하던 중 산업재해를 겪었고, 한국에서 여러 차례 치료와 힘든 신체적 고통을 경험했습니다. 지속적인 정신적 압박, 외로움, 두려움, 감정적 고통, 가족과의 분리, 그리고 오랜 기간 겪어야 했던 어려운 환경 때문에 제 몸은 점점 약해졌고 면역체계 또한 심각하게 약해졌습니다.”
엎친 데 덮치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A 씨는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했다. 간세포암 4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제 상태가 그렇게까지 심각해졌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병을 더 일찍 발견하지 못한 채 4기까지 진행됐다는 사실은 저에게 깊은 정신적 고통과 두려움을 안겨 줬습니다.”
게다가 A 씨는 엄청난 액수의 항암 치료비를 청구받았다.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치료비 총액이 7,200만 원이 넘는다.
“약 3주마다 치료비가 740만여 원에 달했고, 이는 제 경제적 능력을 훨씬 넘어서는 금액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난민 신청자의 건강보험 지역가입을 막고 있다. 직장가입은 허용하지만, 난민 신청자가 건강보험에 가입되는 일자리에 취직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취업이 허용되는 직종이 매우 제한적일 뿐 아니라 6개월마다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복잡한 취업 허가 절차도 취업을 어렵게 한다.
A 씨처럼 상당수 난민 신청자가 장기 체류하는 현실에서, 건강보험 가입을 사실상 막는 것은 매우 비인간적이다. 난민들이 못 견디고 한국을 떠나도록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A 씨는 과거 공장에서 일할 때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그러나 난민 재신청을 하자 출입국 당국이 A 씨의 체류 자격을 박탈했고, 이 때문에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없게 되면서 건강보험 가입도 불가능해졌다.
“[체류 자격 박탈 이후] 3개월마다 갱신해야 하는 임시 스티커(출국 기한 유예)를 받고 있습니다. 그 절차도 매우 힘들고 굴욕적입니다. 매번 만료 하루 전에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가서 갱신해야 합니다. 그러면 약 일주일 후 다시 오라고 하며, 그때 갱신된 서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제 체류 상태가 시스템상 만료된 것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휴대전화 서비스가 자동으로 정지됩니다. 한국에서 휴대전화가 없으면 이동하거나, 연락을 하거나, 길 안내를 이용하거나, 병원과 소통하거나, 심지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삶은 저에게 정신적으로 매우 지치고 극도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날벼락
A 씨가 말기 암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부인과 자녀들이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A 씨는 주변에 도움을 청했다.
A 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가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비자 발급에 도움을 줬고, 인의협 대전충남세종지회가 항공료와 한국 생활비를 모금해 줬다.
올해 2월 드디어 부인과 가장 어린 딸 2명의 한국행 날짜가 다가왔다. A 씨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인천공항에서 A 씨 가족을 맞이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당일 이집트에서 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이집트 당국이 공항에서 A 씨 가족의 여권을 빼앗고 출국을 막은 것이다. 부인의 여권에 A 씨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게 화근이었다.
A 씨 이름을 조회한 이집트 당국은 A 씨 부인을 국가보안부로 연행해 출국 목적 등을 캐물으며 3시간 넘게 취조했다고 한다. 눈앞에서 어머니가 연행되는 것을 목격하고 공항에 방치됐던 어린 두 딸은 충격에 빠졌다.
“제 아내와 딸들이 저를 만날 희망을 품고 카이로 공항까지 갔다가 강제로 발을 돌려야 했을 때, 제 정신 상태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 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의 하나였습니다.”
암 진단 후 A 씨는 한국인과 아랍인 지인들, 여러 시민단체들의 재정적 도움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A 씨를 도와주던 단체들과 병원도 더 이상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돼, 5일 전부터 치료를 중단한 상황이다.
A 씨는 이집트의 가족들에게 보내 주던 생활비도 더 이상 보낼 수 없어, 이집트에 가지고 있던 아파트 두 채 중 하나를 팔아 가족들의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다.
몰인정한 한국 정부
그가 법무부와 법원의 판단대로 ‘가짜 난민’이라면, 왜 암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가족을 만나러 이집트로 귀국하지 않을까? 법무부와 법원의 난민 불인정 결정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난민들이 난민 제도를 “남용”한다며, 난민 신청과 재신청을 제약하도록 난민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1퍼센트대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A 씨는 앞으로 바라는 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모든 인간이 의료, 안정된 삶, 의사소통, 그리고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4기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수년 동안 안정된 체류 자격 없이 불확실한 상태로 살아가며 건강보험이나 통신 서비스, 계속 치료받을 권리 같은 기본권을 잃을까 끊임없이 두려워하는 삶은 사람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너뜨릴 만큼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만들어 냅니다.
“저는 암 4기 투병 중이라, 아내와 여섯 딸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 중 하나가 됐습니다. 아이들을 보거나 안아 줄 수도, 평범한 일상을 함께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들 역시 투병 중인 제 곁을 지킬 수 없습니다. 때때로 삶의 의미와 기쁨을 모두 잃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사치나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인도주의적 체류 자격을 받아 인간다운 존엄 속에서 살아가고, 치료를 계속하며, 남은 삶을 평온하게 보내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