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이집트인 난민 인정 소송 승소로 이끈 유창진 변호사 인터뷰:
“이집트인 난민과 한국인이 서로 연대하며 교류할 기회를 얻게 돼 기쁩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7월 3일 재한 이집트인 2명이 난민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법무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이었다.(관련 기사 보기)
법무부는 그중 한 명에 대해 상고를 포기해 승소가 확정됐다. 신청 8년여 만의 난민 인정이다.(법무부는 다른 한 명에 대해서는 상고해 그가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3심까지 다퉈야 하게 됐다.)
변론을 맡은 유창진 변호사(법무법인 명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율이 매우 낮고, 난민이 인정 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쉽지 않은 소송을 흔쾌히 맡으셨는데요.
난민은 법적 지원이 가장 필요한 분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언어도 잘 안 통하고 거주도 불안정하고 아무것도 없는 처지니까요. 하지만 그런 처지가 된 것이 본인 잘못은 아니잖아요. 본국 이집트의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데에 정당한 항의를 했는데 피해를 본 것이니까요. 이런 점을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송 중 발급되는 임시 비자로라도 한국에 머물면서 자구책을 찾을 기회를 갖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2013년 이집트 혁명에 참가한 분들이라는 사실을 의미 있게 여기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분들은 본국의 상황이 바뀌어 귀국하면 그곳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를 쓴 홍세화 씨가 남민전 사건으로 한국에서 탄압을 받아 프랑스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 받았잖아요. 그분이 파리에서 한국에 돌아와 한국의 정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에 기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난민 분들이 언젠가 이집트에 돌아갔을 때 유의미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한국은 민주주의 발전이 원숙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것도 숙지하시면 말이죠.
그분들이 난민으로 인정돼 생계가 나아지고 안정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면서 그런 기회를 갖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변호를 맡은 것이기도 합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제게는 가장 의미 있는 소송이었습니다.
법무부의 난민 불인정 근거들이 왜 부당한지 말씀해 주세요.
한국의 난민 심사 제도는 [정치 탄압으로 받은 형의] 판결문을 챙기고, 여권을 챙기고, 왜 박해를 받았는지 사실관계를 철저히 암기하고 와서 출입국 당국의 반복되는 질문에 계속 똑같이 앵무새처럼 답변해야 통과할 수 있는 제도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분들은 정치적 박해를 피해 왔으니 판결문을 못 가져오기 쉽고, 정신적인 충격도 너무 크고 또 본국 정부의 박해로 가족이 해를 입을까 두려워 어떤 부분은 최대한 숨기려고 할 수도 있어요. 법무부가 그런 점들을 일면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본국에서의 관련 정황이 있다면 [난민이 소지했으나 본국 정부의 인증은 받지 못한] 판결문을 진본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진술에서 일부 불일치가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을 봤을 때 신빙성이 있다면 그 진술을 존중해야 합니다.
법무부의 판단 중 가장 어이없는 것은, [반정부] 시위에서 주도적인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국이 주시한 것 같지 않다며 박해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었습니다. 현행 난민 심사 제도는 소수의 운동 지도자만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져 협소한 것 같아요. 이게 지금 실정에도 맞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집트의 경우 시위 단순 참가, 관련 정당 가입 같은 사유만으로도 박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도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최근 이집트 정부는 SNS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를 표현했던 이집트인들을 전면 사찰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정치적 박해가 현존하는 것입니다.
정치 상황이 어느 정도 공개돼 있는 나라에서 정치적 이유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하되, 예외적인 경우만 좀더 엄격하게 심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네거티브하게 심사하고 소수만 인정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소송은 1심 패소 후 항소심이었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이었는데요. 2심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요?
이집트에서 받은 판결문 정본이 2심에서 확보된 것이 중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도 이집트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진지하게 본 것 같습니다.
이집트에서 망명 온 분들이 많고, 그분들이 말하는 박해의 형태가 모두 유사하고, 그와 관련된 국제 인권 보고서도 많습니다. 이집트 군부의 권력도 거대합니다.
이번에는 재판부가 개별 박해 여부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이집트의 전반적 상황에서 [승소한 난민이 속했던] 무슬림형제단이나 자유와정의당이 받고 있는 박해 일반도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 같습니다.
이집트에서는 무슬림형제단에 가입한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자유와정의당은 아예 해산당했죠.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이적단체’ 탄압 조항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재판부가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법조인 입장에서 보면, 그런 형태의 제재가 이집트 법에 명시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재판부가 이런 점들을 감안해 판단해야 하게끔 바뀐다면 난민을 인정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증거 확보 문제, 언어 장벽 등 난민들은 소송 과정에서 한국인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을 텐데요. 소송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승소한 난민 분은, 소송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점을 정리해야 하는지 스스로 감을 잡으셨어요.
법무부가 부당한 주장을 하는 건 맞지만 그 주장에는 나름의 틀이 있지 않습니까? 이 난민 분은 그전까지는 법무부가 부당하고 비현실적인 요구를 한다고만 모호하게 생각했는데,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무부의 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깨닫고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난민 분이 이집트에서 받은 판결문을 [난민 인정 소송 재판부가 인정할 가능성이 큰 방식으로] 입수하고, 비슷한 처지에서 승소한 다른 난민이 이집트에서 받은 판결문을 이집트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구해 줬어요. 그 덕에 저는 오히려 편하게 소송을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노력을 고무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어떤 식으로든 유의미한 노력이 있으면 결과가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판결이 보여 준 것 같습니다.
언어 장벽의 경우, 다행히 저는 [난민을 지지하고 중동의 정치 상황을 잘 아는] 한국인 통역사 덕분에 대화를 나눌 때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통역을 제대로 해 줄 사람이 없다면 소송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듯합니다. 소송에서는 세부적인 뉘앙스가 매우 중요할 때가 많거든요. 법무부 통역사도 난민 심사 면접 때 그런 뉘앙스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법무부 직원들은 심사 면접이 1차적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그럴 때조차 구체적 정황과 상황이 충분히 다뤄져야 하잖아요. 예컨대 [이집트에서의 박해를 이해하려면] 무슬림형제단의 역사나 이집트 사회에서의 지위를 충분히 알아야 합니다. 통역사가 그런 부분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승소에 대한 소감은?
정말 다행입니다. ‘지더라도 의미 있게 지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나오니까 정말 기뻤습니다.
이집트의 유능한 분들이 한국인들과 상호 연대하면서 충분히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 정말 뜻깊었습니다. 승소한 분이 한국에서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지내며 더 많은 활동을 해서 나중에 이집트의 민주화에도 기여하고, 가족들도 편하게 만나고, 훗날 이집트의 발전에도 더 많이 기여하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