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내란 청산과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민주당 김기표 의원 등이 난민법 개악안 발의하다

지난달 19일 민주당 의원 김기표가 난민 인정 신청을 제한하는 난민법 개악안을 발의했다. 4월 1일 입법예고기간이 끝나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난민 인권 단체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김기표 의원은 정부의 요청을 받고 이번 개악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법무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은 반복적인 난민 신청을 제한하는 난민법 개악안을 올해 상반기 중에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개악안의 핵심은 법무부가 난민 신청을 심사도 없이 각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난해 법무부가 밝힌 계획은 난민 재신청을 제한하는 것이었는데, 김기표 안은 처음 신청하는 경우에도 각하할 수 있도록 더한층 개악된 안을 내놓았다.

지금도 법무부는 난민에게 대단히 배척적이다. 난민 심사 인력이 부족해 난민 심사에 보통 수년씩 걸리고 난민 인정률도 1.45퍼센트로 매우 낮다. 그래도 난민 심사 기간에는 불안정한 상태로나마 합법적으로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난민 재신청을 하면 법무부는 대부분의 경우 체류 자격을 빼앗고 취업을 금지하는 엄청난 불이익을 주지만, 다만 출국 기한은 매달 연장해 준다.

그런데 법무부가 난민 심사도 없이 각하할 수 있게 되면, 어떤 난민들은 합법적 체류 기회 자체도 박탈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개악은 공항·항만에서 난민 신청을 제약하는 제도를 더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공항·항만에서는 난민 심사에 회부할지를 일주일 기한의 간이 심사를 통해 판단해 왔다(‘회부 심사’). 이는 사실상 난민의 입국을 막는 구실을 한다.

지난해 회부 결정 비율은 29퍼센트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제대로 된 난민 심사도 받지 못하고 한국 땅을 밟기 전에 쫓겨났다는 뜻이다. 기존의 턱없이 낮은 회부 결정 비율을 보면, 이번 개악으로 상당수 난민 신청이 자의적으로 각하될 것임을 보여 준다.

지난해 10월 이집트인 난민들이 난민 인정과 안정적 체류 보장을 요구하는 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미진

개악안 발의 의원들은 난민 재신청이 많다고 과장하고 있지만, 재신청은 전체 난민 신청의 10퍼센트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낮으니 재신청률이 높은 것도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또 반복적인 재신청 때문에 행정력이 낭비돼 ‘선의의 난민들’이 제때 보호받지 못한다는 주장도 정부의 책임 회피일 뿐이다.

난민법에 따른 자격 요건을 갖춘 난민심사관은 전국에 단 4명뿐이다(2022년 기준). 그러다 보니 1차 심사는 난민전담공무원들이 대부분 맡는데, 그들도 90명뿐이다. 한 해 1만 4,000건 넘는 난민 심사가 제대로 됐을 리 만무하다.

여러 차례 재신청과 법무부를 상대로 한 소송 끝에 난민 인정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한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난민이 세 번, 나이지리아인 난민이 네 번의 재신청을 통해 난민 인정을 받았다. 2018년 친구들과 교사의 연대로 난민 인정을 받은 이란인 청소년 김민혁 군도 재신청에서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난민 (재)신청 제한은 이런 난민들을 사지로 내몰 수 있다.

난민은 정치적 성격이 강한 이주민들이다. 예컨대 예멘인 난민은 주로 예멘 내전 때문에 발생하는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예멘 내전에 관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UAE와의 무기 거래 등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예멘 정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비슷하게, 2023년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이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적극 동참하자, 윤석열 정부는 그해 말 정치 난민의 난민 인정을 자의적으로 거부할 수 있게 하는 난민법 개악안을 내놓은 바 있다(같은 취지의 정부 발의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0~11월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이 난민 인정 촉구 행동을 벌이고, 11월 말 이재명 대통령이 이집트를 방문해 독재자 엘시시와 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법무부는 이번 난민법 개악 계획을 밝혔다.

2년 전 튀르키예와 이집트 정부는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해 협력 관계를 복원했고, 지난해 튀르키예 에르도안 정부는 이집트 군사독재 반대 활동가 난민을 추방했다.

난민법이 개악되면 한국 정부가 서방 제국주의를 지원하며 이익을 챙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난민들을 더욱 옥죄려 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국제 정세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시점에 난민법 개악에 나선 이유일 것이다.

난민법 개악에 반대해야 한다.

주제
카카오톡 채널, 이메일 구독,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 설치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