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최일붕 글 모음 긴 글

이익공유제 논란:
실효성도 없고 노동자 투쟁에 해롭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으로 촉발된 ‘초과이익’ 배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을 중재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합원 투표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된 5월 27일 닷새 뒤인 6월 1일 긴급 토론회를 열어 막대한 초과이익 분배 방안에 뜻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초과이익의 공유가 원청 정규직에만 한정되는 게 옳은가. 협력업체가 동반 성장하면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말이다.

그는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한국형 사회연대임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보당과 정의당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미 ‘이익균점’을 말하며 초과이익공유제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 하청기업이 목표 판매액이나 이익을 달성했을 때, 사전 합의된 배분 규칙에 따라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다.

이익공유제는 계급 간 착취 문제를 자본 간 이윤 배분 문제로 쟁점 돌리기 하는 것이다 ⓒ제공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김영훈 장관이 이런 제안을 내놓은 것은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 이후 다른 대기업들로 퍼지는 ‘영업이익 N퍼센트 성과급 제도화’ 요구를 다른 쟁점으로 돌리기 위해서다.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배분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대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제시키려는 의도다.(이런 점에서 진보당·정의당이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 기간에 초과이익공유제를 내놓은 것도 노동자 투쟁을 분명하게 지지하기를 회피하려는 용도였다.)

그러나 재계와 국민의힘은 김영훈 장관의 제안에 대해 “자유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국가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경총은 특별권고를 통해 기업 이익의 배분 기준을 제도화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 판단에 해당하므로 노조 측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놓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내에서도 재계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훈 장관이 토론회 계획을 밝힌 지 이틀 뒤인 5월 29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 산업이 창출한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이익 공유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경쟁적 자본 축적이 핵심 특징인 자본주의 체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입장이다.

결국 노동부는 6월 1일로 계획했던 토론회를 연기했다. 재계 측 토론자를 구하지 못해서라고 했다. 대기업들은 성과급 인상을 통해서든, 이익 공유를 통해서든 이윤을 잃지 않으려 필사적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에도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가, 재계의 반발에 밀려 무산된 바 있다.

김영훈 장관의 주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 격차가 줄어들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소득도 궁극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노동운동과 진보 정당들도 김영훈 장관의 이런 논리에 공감한다.

그러나 노동자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수탈에 맞서 이해관계가 같다는 생각은 현실 앞에 무기력하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 중소기업들도 대기업 못지않게 이윤 늘리기에 혈안이 돼 노동자들을 쥐어짜 왔다. 그들이 대기업 이익 일부를 분배 받는다고 해서 자기 노동자들의 임금을 알아서 올려 줄 리 만무하다.

설사 초과이익공유제가 입법되더라도 별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들을 강제할 의지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재계의 반발이 거세자 노동부는 “정부가 기업 이익에 강제적으로 관여할 권한이나 계획은 없다”며 “원·하청 간 상생과 노동자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런 ‘자율’ 시행은 거창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초과이익공유제와 유사한 ‘성과공유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득이 된다는 보고가 있은 적은 없다. 2004년 포스코가 처음으로 성과공유제를 도입했지만, 포스코는 대규모 사내 하청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산재를 방치하며,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쥐어짜는 기업이다.

초과이익공유제가 만에 하나 의무화되면 대기업은 하청업체의 납품 단가를 더 낮게 계약하고, 대신 그 일부를 ‘성과공유’라는 명목으로 지급하는 꼼수를 부릴 수도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초과이익공유제가 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하려는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청 노동자들을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또, 원하청 기업 모두의 노동자들이 생산성 향상 노력에 협력해야만 중소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담고 있어, 대기업 노동자뿐 아니라 하청 노동자들도 투쟁에 나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역사적 사례를 보더라도, 이익공유제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억제하고 계급 협조주의를 퍼트리는 데 이용됐다.

예를 들어, 1930년대 프랑스의 중간계급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 정당 급진당도 ‘이윤 공유제’를 내걸었다. 당시 프랑스에서 노동자 투쟁이 거세지자 계급 투쟁을 억제하고, 노동자들이 더 급진적인 대안으로 이끌리는 것을 막고자 제안한 것이다. 문제는 프랑스 사회당과 공산당이 이런 급진당과의 민중전선 정부를 유지하려고 거대한 노동자 공장 점거 물결을 잠재우는 데 힘을 쓴 것이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실효성도 없고 계급 협조주의를 퍼뜨려 개혁 정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동계급의 대안은 임금 인상 투쟁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원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 모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카카오톡 채널, 이메일 구독,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 설치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