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 서민 지원 효과 없고 노사협조주의 퍼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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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협력이익공유법, 손실보상법 등과 함께 사회연대기금법 등 이른바 ‘상생연대 3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4월 재보선 전에 3월 국회에서 통과시킬 공산이 크다.
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사전에 계획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이익을 나눠 갖는 성과 배분 제도를 말한다.
이익공유제를 ‘코로나 이익공유제’라는 이름으로 다시 불을 지핀 사람은 민주당 전 대표 이낙연이다. 이낙연은 올해 초에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은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을 이바지해 한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한다. 코로나 양극화를 막아야 사회·경제적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 하고 말했다. 대통령 문재인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익공유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에 호응했다.
이익공유제는 문재인의 대선 공약이고,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미 민주당은 2018년 말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시도했지만 보수 야당이 반대해 무산됐었다.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는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려고, 카드 수수료 인하, 편의점 자율규제 시행 등과 함께 이익공유제를 내놓으며 중소 자영업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최근에도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조처, 불충분한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불만이 커진 자영업자들을 달래려고 다시 이익공유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익공유제 우선 적용 기업으로 금융권과 함께 네이버·카카오·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책임 회피하며 말잔치
재계와 보수 야당은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반시장적인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익을 함부로 나누면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둥, 해외 투자자들이 ISD로 제소할 것이라는 둥 하면서 말이다. 이익 공유를 할 필요가 없는 해외 기업으로 하청업체를 변경할 수 있다는 협박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도 2011년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제안으로 초과이익공유제를 추진했다가, 재계의 격한 반발에 밀려 무산된 바 있다. 대기업들은 이윤을 조금치도 뺏기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재계와 보수 야당의 호들갑스러운 반발과 달리 이익공유제가 설사 실행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들을 강제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문재인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해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다”며 “자발적으로 전개되고,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익공유제 참여 기업들에 법인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을 제출해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2012년부터 일부 기업들이 이익공유제와 유사한 ‘성과공유제’를 실행하고 있지만 이 정책은 자율 시행이라서 참여 기업이 489곳밖에 안 된다. 이 제도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득이 된다는 얘기도 나온 바 없다. 2004년 포스코가 처음으로 성과공유제를 도입했지만, 포스코는 대규모 사내 하청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산재를 방치하며,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쥐어짜는 기업이다.
물론 배달의민족처럼 인수합병 문제 등으로 정부에 잘 보여야 하는 기업들은 이익공유제에 참여해야 한다는 압박을 상당히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이익공유제 1호 업체로 참여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은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이익 공유를 할 게 없다고 나올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이익공유제를 추진하는 까닭은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노동자·서민 지원 책임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일부 악덕 기업의 책임을 부각함으로써 충분한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말잔치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사회연대기금법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결국 해롭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이익공유제 추진으로 노사협조주의를 퍼뜨림으로써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조건 개선 요구도 억제하려고 한다.
사실 이익공유제는 대자본과 중소자본이 이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익공유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 격차도 줄어들면, 중소기업 노동자의 소득도 궁극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위해 대기업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가 포함된 것이다.
실제로 소득주도성장론 주창자인 홍장표 교수(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익공유제를 옹호하면서 “대기업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줄여 협력업체의 임금 인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여당이 이익공유제와 함께 ‘상생연대 3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회연대기금법도 이런 의도를 보여 준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회연대기금을 설치하고 저소득층·실직자 지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익공유 차원에서 이 기금에 돈을 보탠 기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사회연대기금법을 발의한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노조가 먼저 동참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 노동자들의 양보를 촉구했다.
그러나 대기업 노동자들이 임금을 안 올린다고 그 돈이 오롯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전달된다는 보장은 없다. 일부 대기업들은 사회연대기금에 약간의 돈을 내고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자신의 노동자들에게는 ‘사회적 연대’를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사회연대기금은 중소기업·하청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에는 턱없이 모자를 것이다.
잘못된 전제
게다가 이익공유제나 사회연대기금이 갖고 있는 전제, 즉 노동자와 중소기업주가 대기업의 수탈로부터 같은 이해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현실 앞에 무기력하다. 중소 기업주들도 대기업 못지않게 노동자들을 쥐어짜 왔다. 중소기업주들도 이윤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억제를 추진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주된 근거로 삼은 것을 보더라도 중소기업 사용자와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의 논리는 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하려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들이 원하청 기업 모두에서 생산성 향상 노력에 협력해야만(즉 기업이 살아야만)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의 상당수도 정부의 이런 포퓰리즘(계급 협력)적 논리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낮아지면, 중소기업 노동자가 빈곤화”한다며 재벌 개혁의 일환으로 초과이윤공유제, 성과이익공유제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2016년에 ‘초과이익공유제’ 법안을 발의했다. 최근에 정의당은 이익공유제의 대안으로 특별재난연대세를 내놓았는데, 이 세금은 이윤이 늘어난 기업뿐 아니라 소득이 크게 오른 고임금 노동자에게도 부과된다.
이런 식으로 위기의 시기에 노동자도 양보하고 상생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자신의 기업주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억제시키는 나쁜 효과를 낸다.
역사적 사례를 보더라도, 이익공유제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억제하고 노사협조주의를 퍼트리는 데 이용됐다. 예컨대, 1930년대 대불황 시기에 중간계급에 기반을 둔 프랑스 급진당도 ‘이윤 공유제’를 내걸었는데, 이를 통해 격렬해지는 계급 투쟁을 억제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장기 불황 시기에 노동자들이 양보하고 내놓는다고 해서 기업주들도 양보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노동계급의 대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 노동자 모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