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선진화’는 감원과 민영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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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예고되고 있다. 철도, 발전, 가스 등 아홉 노조가 최근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고, 하반기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 돌입을 선포했다.
이를 두고 보수 언론들은 “공기업 노조가 선진화를 거부한다”고 비난을 퍼부으며 ‘공기업 혁신과 노조 무력화’를 선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는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다. 인력 감축과 민영화는 교육, 의료, 가스, 전기 등 공공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요금 인상과 일자리 감축 효과만 낼 것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공기업 선진화”의 첫 사례로 꼽힌 토지공사·주택공사 통합도 ‘계약직 83.6퍼센트 해고 계획’이라는 노동자 희생만 낳았다.
이미 공공부문 일자리는 “철밥통”이 아니라, 고용불안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공공부문을 통한 일자리 창출’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정부는 2012년까지 정원을 2만여 명 감축하겠다고 발표했고, 각 공공기관들은 서둘러 감축 계획을 내놓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경우에도 지난 7~8월 사이에만 2년 이상 근속자의 56.4퍼센트가 해고됐고, 고작 8.2퍼센트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임금인상 요구가 이기주의라는 비난도 퍼붓고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예 ‘임금삭감’을 경영평가 기준으로 삼고, 연봉제 도입과 임금피크제 표준 모델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3년 가까이 임금이 동결됐고,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실질임금이 하락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요구다. “공무원(과 공공부문의) 임금 동결 결정은 민간에도 악영향을 끼쳐 임금 삭감이나 동결이 도미노 현상처럼 벌어질 것”(통합공무원노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진화 방안’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정부는 재벌·부자 들을 살리려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생긴 적자를 만회하고자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속죄양 삼고 있다. 이명박은 직접 나서서 공공부문 인력감축 현황과 임금체계 현황까지 점검하겠다고 한다. 부자들에게는 감세해 주고 4대강 죽이기 사업에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 노동자·서민들에게는 위기의 대가를 고스란히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자 투쟁의 예봉을 꺾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노조 활동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기관장들은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하게 조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징계를 시작했다.
이명박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노조와 잘 지내며 편안하게 조직을 운영하려고 하는 기관장은 자리를 떠나야 한다”며 열을 올려 왔다.
도미노
그러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오는 10일 서울에서 있을 대규모 시위를 시작으로, 10월 말~11월 초에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8일 철도노조가 하루 파업을 벌인 데 이어, 가스노조가 85.2퍼센트라는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사측의 방해가 극심하던 발전노조도 62.2퍼센트의 지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친 상태다.
2002년에도 철도·발전·가스노조는 연대파업으로 김대중 정부의 민영화를 저지한 저력이 있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주요 노조들은 정부와 보수 언론의 이데올로기적·물리적 공격에 맞서며 단호하게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가 공공지출 삭감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기에 얼마 안 있으면 본격적인 해고가 시작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싸움을 시작하고 파업을 조직해야 한다.
하반기 반MB 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운동 진영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에 든든한 지원군이 돼야 한다.
정부는 투쟁을 각개격파하려고 사업장별로 대응을 달리하거나 성과도 없는 교섭으로 시간을 끌 수 있다. 한 쪽에 양보 시늉을 하며 다른 쪽을 고립시켜 분쇄한 다음, 다시 나머지 부분도 공격할지도 모른다. 이럴 때 단결 투쟁의 기조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철도, 발전, 가스 등 공투본의 아홉 노조가 단결의 구심을 형성하고,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한데 힘을 합쳐 ‘공공부문 선진화’ 자체에 맞서야 한다.
실제 파업에 돌입하는 시점에선 필수유지업무제도라는 악법이 투쟁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대체인력 투입까지 가능해 파업 자체가 효과를 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개별 노동자들에게까지 손해배상을 가하는 악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에 동참하고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싸움을 통해 악법을 무력화시킨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미 민주노총은 제3자 개입 금지, 직권중재 등 악랄한 노동악법을 어겨서 깨뜨려 온 자랑스런 전통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하반기 공공부문 투쟁은 비정규직·복수노조·전임자임금 관련 노동법 개악에 맞서는 투쟁과 연결돼야 한다. 특히 민주적 권리 공격 등에 맞서는 반이명박 정치 투쟁과 결합돼야 그 힘을 배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