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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과 경제 위기

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공황 심리가 확산되면서 유럽의 금융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이번 주에 유럽 금융 시스템은 혼란에 빠졌다. 은행업자들이 긴축 조처로 이미 피폐해진 경제들에 더 많은 긴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포르투갈·그리스는 모두 재정 적자를 메우려고 악전고투하고 있다.

이 나라들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은행업자들은 이 나라들에 대한 대출 금리를 훨씬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심의 초점은 아일랜드다. 아일랜드 정부는 지금 9퍼센트의 차입 금리를 부담해야 하지만,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일랜드 정부에 추가 긴축을 요구하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아직 구제금융을 받지도 않았는데 더 많은 긴축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일랜드의 실업자는 이미 50만 명, 성인 7명당 한 명꼴이다. 평범한 공무원 노동자는 주급이 50파운드[약 9만 원] 삭감됐다.

최근 아일랜드 정부는 (다음 달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1년도 예산안에서 적자를 50억 파운드[약 9조 원] 감축하고 그 후 2년 동안 76억 파운드를 추가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일랜드는 경제 위기에 대처한답시고 은행에는 돈을 퍼 주면서도 임금과 서비스는 삭감하는 나라의 가장 분명한 사례다.

아일랜드 은행들은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에서 1천1백억 파운드를 빌렸다.

과거 아일랜드의 경제 호황은 부동산 투기와 다국적기업 감세 조처에 의존했다. 그런데 이제 경제 파탄의 대가를 나머지 경제 부문이 치르고 있다.

파산

더블린대학교(UCD)의 경제학과 교수인 모건 켈리는 아일랜드 은행들을 살리려는 구제금융 결정 때문에 아일랜드가 파산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 6백억 파운드의 은행 구제금융 법안에 대면, 지금 심각한 논란의 대상인 1백30억 파운드 지출 삭감 방안은 새 발의 피다. 그리고 이 구제금융 법안은 필수적인 정부 지출 감축을 완전히 헛고생으로 만들 것이다.

“6백억 파운드 구제금융 법안은 납세자에게 무엇을 뜻하는가? 납세자가 앞으로 2~3년 동안 납부하는 소득세가 고스란히 앵글로(아이리시은행)[아일랜드의 국영 은행]의 손실을 메우는 데 들어간다는 뜻이고, 앞으로 2년 동안 AIB[아일랜드의 4대 상업은행 중 하나]에 고스란히 들어간다는 뜻이고, 앞으로 1년 반 동안 다른 은행들에 고스란히 들어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아일랜드 국가는 파산했다. 아일랜드의 부채는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을 훨씬 넘어섰다.”

아일랜드 정부는 내년 예산안이 전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혹독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피어나팔당[공화당]과 녹색당의 연립정부가 무너질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연립정부가 무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지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축 재정은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돈을 줄어들게 해서 수요를 감소시킨다. 그러면 국가의 조세 수입이 급감하고, 그러면 국가는 수지를 맞추려고 훨씬 더 혹독한 재정 삭감을 추진한다.

아일랜드 정부는 내년까지는 돈을 빌리지 않고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기금을 써서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지난주에 구제금융의 비용 일부를 투자자들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을 넌지시 내비쳤다. 물론 이 때문에 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재빨리 철회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유럽연합 재무장관들이 나서서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투자자들은 손실 책임을 전혀 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자 시장은 잠시 진정됐다.

각국 정부는 유로존 “주변부” 경제들의 불안정성이 다른 나라들로 전염될까 봐, 그래서 유로존의 3·4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경제도 불안정해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 어느 하나라도 디폴트를 선언하면 다른 나라들도 연쇄적으로 부채 상환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기업주들이 두려워하는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아일랜드 경제가 EU나 IMF의 구제금융을 받든 안 받든 경제 위기의 대가는 아일랜드 노동자들이 치를 것이다.

번역 이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