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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빛바랜 촛불 3주년:
검찰 개혁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국회의장 문희상은 10월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을 담은 검찰 개혁안을 12월 3일 본회의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의 신속 처리 방침 때문에 빠르면 10월 말에도 검찰 개혁안이 본회의에 부의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한 달여 뒤로 밀렸다. 자유한국당이 법안을 반대하고 나머지 야당들이 검찰 개혁안만 우선 처리하는 것을 비판하자 여당이 또 밀린 것이다.(한국당은 12월 처리도 빠르다고 못마땅해 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막는 게 목적인지, 검찰을 개혁하는 게 목적인지 헷갈릴 정도로 대의명분 없는 행보를 거듭한 대가다.

11월 국회는 내년 예산과 검찰 개혁, 선거제 개혁을 두고 지루한 공방을 이어갈 듯하다. 검찰 개혁안 처리가 늦춰지면서 선거제 개혁도 함께 본회의에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정작 선거제 개정안 처리 시점이 다가오자, 지역구를 소폭 축소하기로 한 개정안에 민주당 의원들조차 찬성 투표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의당이 선거제 개혁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조국 정국 내내(사실은 그 전부터도) 민주당으로부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데, 본전도 못 찾고 배신당할 경우의 수가 생긴 것이다.(진작에 이런 예측과 경고가 나돌았었다. 노동자연대도 그랬다.)

이제 와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의원정수를 늘려(즉, 현 지역구를 유지하며) 비례제를 확대하자고 한다. 그러나 국회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워낙 커 두 주류 정당이 협상 품목에 넣을 것 같지는 않다. 국회 불신의 책임이 주로 주류 양당에 있는 만큼 정의당으로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말이다.

이런 공방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친기업 지원 의지를 거듭 과시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월 30일 서울 구로의 기상 빅데이터 기업 케이웨더를 찾아, “데이터 3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법들은 의료 영리화를 위한 규제 완화 법이어서 노동계가 반대해 왔다.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등 노동개악 법안들도 국회 처리가 임박해 있다.

문재인이 우파 견제를 위해 기업주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우파는 자신감과 사기가 오르고 세력이 강화된다. 우파를 막겠다고 진보·좌파가 문재인 정부를 방어하고 실질적인 대정부 저항을 회피할수록 불행으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한국당이 조금만 유리해진다 싶으면 스스로 헛발질을 해 반(反)우파 정서의 반발을 산다는 점이다. 나경원은 조국 사퇴에 기여한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상금을 주는 경박스런 행보로 당 안팎에서 반발을 샀다. 그는 또 선거법 패스트트랙 육탄 저지로 수사 대상이 된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황교안이 당내 회의에서 이를 비판했다는 발언이 공개됐다. 그런데 황교안도 사병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은 걸로 유명한 육군 대장 출신 박찬주를 영입하려다가 반발을 사자 하루 만에 철회했다.


조국으로 향하는 검찰 수사의 칼끝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구속에 이어, 검찰은 친동생 조권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다음주에 조 전 장관 본인을 소환할 예정이다. 정경심 교수의 구속도 연장될 듯하다.

정경심 교수는 증거 인멸 혐의까지 받는 처지에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가 구속됐다. 영장 판사는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으며 증거 인멸 우려도 있어서 구속한다고 밝혔다.

말과 실천이 너무 달랐다 ⓒ이미진

조 전 장관 본인도 불리하게 됐다. 현재 알려진 수준에서는 코링크PE를 통해 차명으로 WFM 주식을 산 일이 핵심 쟁점이다. 사교육 업체이던 WFM이 2차 전지(배터리) 사업에 진출해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서 주가가 올랐는데, 정경심 교수는 그 직전에 주식을 시세보다 싸게 차명(다른 이의 이름)으로 대량 매입했다. 조국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이 문제다.

게다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모두 자신들은 사모펀드 투자 내역을 모른다고(“블라인드 펀드”) 했었는데, 이 차명 주식이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와 버렸다. 검찰은 관련 통화 내용 녹취도 확보했다.

비록 되팔지 않아서 차익 실현이 안 됐더라도 공직자윤리법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이나 뇌물죄(조국의 직위를 보고 일부러 싸게 주식을 제공했다)로 다툴 소지가 있다. 물론 조국·정경심 둘 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서 재판까지 가 봐야 진실이 규명될 것 같다.

웅동학원의 재단 이사로 재직한 조국이 친동생이 학교에 손해를 끼치는 행동을 할 때 재단 결정에 어떤 역할(지위)로 관여했느냐도 쟁점이다.

조국 자녀들의 품앗이 인턴 특혜의 위법성은 조국 자신이 연루된 문제인데, 적어도 위증 혐의는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조국 일가의 혐의는 사회 상류층이자 정부 실세 고위층으로서 저지른 전형적인 특권 행각이다. 위법 여부를 떠나 불공정과 계급 불평등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을 많은 서민층이 토로한 이유다.

그런데도 검찰과 언론의 모함과 박해라는 식으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조국 일가의 위선과 동료 정치인들의 뻔뻔함이 사람들을 열받게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자리인데 말이다.

따라서 노동계의 대표적 단체들인 민주노총, 정의당, 민중당 등이 지지자인 노동자들의 분노를 대변하길 거절하고 문재인 정부 감싸기에 치중하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가령 검찰의 권한 분산이라는 민주당 담론을 옹호하느라 그들은 만만찮게 억압적이고 부패한 체제 수호 기관인 경찰의 수사 권력이 강화되는 검찰 개혁안을 비판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민주당의 개혁에 진보성이 없다는 증거인데도 말이다.


촛불 운동의 분화를 인정하고 노동계급의 독립적 목소리를 내야

3년 전인 2016년 10월 29일, 역사적인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운동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작됐다. 이 운동은 박근혜와 그가 이끈 매우 우파적인 정부에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이 운동은 최근 중도파와 우파의 거리 동원 경쟁과 달리, 말 그대로 범국민적 (반부패 민주주의) 운동이었다.

이 운동에는 노동운동과 좌파, 박근혜 일당에게 실망한 중도보수층, 좌와 우를 모두 싫어하는 중도적 친문 지지층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했다. 그들을 계급으로 보면, 다수는 노동자·서민들이었다. 그래서 이 운동의 밑바탕에는 (각자가 정치적 대안을 어떻게 전망하느냐와 상관없이) 계급 불평등 현실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었다.

이것이 민주노총 공공부문(특히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과 좌파(특히 노동자연대)의 동원 호소가 이 운동의 도화선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초기 동원도 조직 노동자들이 주축을 형성했다. 공통의 적인 박근혜를 물러서게 할 만한 세력으로 보였기 때문에 주도권 행사가 가능했다.

따라서 당시 파업 노동자들이 도화선이 된 거대한 정권 퇴진 운동의 등장은 조직 노동자가 선도하면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근거 없는 온건 진보파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 줬다.

10월 29일 첫 집회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첫날부터 파업 철도 노동자들과 좌파(특히 노동자연대)는 주도성을 발휘했다 ⓒ이미진

그러나 운동이 커지면서 당연히 운동 안에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주도권(헤게모니)을 둘러싼 경쟁이 벌어졌다. 노동계 지도자들은 12월 8일경 파업을 접고 민주당에게 주도권을 넘겨 줬다. 그래서 운동이 온건해진 한 사례는 공식적으로 “황교안 권한대행 퇴진”을 걸자는 좌파(특히 노동자연대)의 요구가 운동의 공식 지도부인 박근혜정권퇴진국민행동 안에서 부결된 것이었다.

운동이 즉각적 요구(박근혜 퇴진)를 달성했지만, (위에 언급된 이유로) 참가자 다수인 노동계급을 계급의식으로 충분히 각성시키고 단결시키지는 못했다. 이를 이용해 문재인 정부가 촛불을 계승했다고 참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운동은 계급 이해관계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태도에 따라 분화됐다.

이번에 친문 진영이 주도해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걸고 연 서초동 촛불 집회가 촛불 계승을 참칭했지만 확장성을 보이지 못하고 패배한 이유이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자유자재로 쓰며 자녀에게 상류층 지위를 물려주는 정치인 일가를 방어하는 집회에 김용균과 이민호(현장 실습 중 사망한 특성화고 학생)와 김태규(안전 시설이 미비한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졸 청년)의 자리가 있을 리 있는가.

촛불 운동의 다수를 이뤘던 서민층 청년들과 그 부모들이 이젠 고위층이 된 민주당 개혁파 정치인들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외면한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노동계 지도자들이 노동운동과 서초동/여의도 촛불을 봉합하려는 일부 진보계 지도자들의 포퓰리즘 전략에 호응하는 것은 잘못이다.

과거의 영광에서 배울 것은 당시의 영상을 다시 트는 것이 아니다. 노동계급이 어떻게 사업장과 소속 부문의 울타리를 넘어, 차별받는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고 이끌 것이냐는(헤게모니) 문제다. 그것은 노동계급이 단결해 사회 전체를 개조할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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