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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조국 사퇴 이후:
진정한 개혁, 진정한 진보, 진정한 동력을 추구해야 한다

10월 14일 전격 사퇴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남겨 둔 공식정치의 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참고 기사: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에 대한 논평, ▷우파 시위대와 중도계 시위대는 무엇 때문에 거리로 나갔었나)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오만과 오판 때문에 우파의 목소리가 훨씬 더 커진 상황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오르고, 문재인·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당은 조국의 장관직 사퇴가 인사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16일에는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이 대통령 비서실장(노영민)과 민주당 당대표 이해찬의 동시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당은 지난주에는 취소했던 주말 장외 집회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본회의에 올라오는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처리를 요구했으나, 한국당은 거절했다.

청와대와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안을 재임 중 성과로 삼아 명예롭게 자진 퇴진하는 모양새를 만들려 한 듯하다.(일부 친정부 언론들은 조 전 장관 사퇴가 단지 부인의 건강 악화 때문인 양 무마한다.)

문재인은 조국의 장관직 사퇴 직후 청와대 회의 공개 발언에서 그를 추켜세웠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입니다.”

그러나 자기 일가를 수사한 특수부를 축소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조국의 개혁안은 그동안 나온 법무부의 개혁안, 검찰청의 자체 개혁안 등과 별반 다르지도 않을뿐더러, 수사 지휘권과 기소독점(기소편의주의와 결합된) 같은 검찰 권력의 골간은 건드리지도 않았다.(설사 건드린다고 해도 검찰의 억압성과 부패성, 계급성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서초동 시위가 “국민의 뜻”이라던 문재인은 말을 바꿔 오히려 검찰 달래기에 나섰다. “[조 전 장관의 개혁 과정에서]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국가 관료들 사이의 상명하복 관행에 비춰 보면, 직속 상관을 물러나게 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계속 자리를 지킬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조국의 개혁안이 검찰의 직접수사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하지만, 공수처는 검찰 특수부 등이 하던 수사 일부가 옮겨가는 ‘검찰2’일 뿐이다. 특수부도 명칭만 바뀔 뿐, 수사권은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민주당 지지층조차 검찰의 무엇이 변하는 건지 혼란스러워 한다.

일각에서는 주로 재벌과 고위층 부패 수사를 전담해 온 특수부를 축소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령 특수부를 압박하는 탓에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수사 등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변화를 압박한 가장 큰 요인은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재계의 불만과 압박이었을 것이다. 조 장관 임명 이후 여야 갈등이 격화돼 경쟁적 거리 동원으로까지 이어져 정치 불안정은 심화되고, 국회에 계류된 각종 친기업 개악 법안 통과가 지연됐다. 재계는 이런 상황을 못마땅해 하면서 공개적으로 불평을 해댔다.

문재인은 한국당 재집권에 대한 진보 염원 대중의 두려움을 이용해 그들을 무마하면서도, 기업주들에게 잘 보이려고 친기업 지원에 매진하자는 기조를 여권 전체에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을 통해 한국당 저지, 검찰 개혁, 사법 개혁 등을 할 수 있다고 보고 그를 지지했던 대중에게 작금의 상황은 이중의 실망과 환멸을 안겨 주는 결과일 듯하다. 후보자 지명에서 사퇴까지의 과정에서 어떤 진정한 대의명분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파의 사퇴 요구에 동조하지 않았지만, 조 전 장관 일가의 특권 행사와 위선에 분노하고 비판적이었던 사람들(특히 서민층 청년)이 보기에 지난 35일 간의 정치 드라마는 일종의 대국민 사기극이다.

삼성, 현대를 연이어 방문하며 재벌 달래기에 골몰하는 문재인 10월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출처 청와대

한국당 집권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야 하나?

조국 사태 국면에서 한국당의 총선·대선 전망이 (이전보다) 조금 밝아지면서 반(反)한국당 층의 위기감도 더 커졌다. 조국의 전격 사퇴로 애초에 임명 자체가 문제였음이 입증됐는데도 민주당 차악론이 죽지 않는 이유다.

물론 우파의 재생 조짐은 경계해야 할 일이고, 그 두려움에 대해 좌파가 둔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 문재인이 벌이는 친기업·반노동 행보에 눈감는 것은 자멸적 전략이다. 문재인 지지율 하락이 진보·좌파가 아니라 우파에게 반사이익을 준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돌아보건대, 첫째, 자업자득. 민주당이 자신들의 계급 특권 향유 행태를 위선적으로 감싸고 그에 대한 조사와 비판을 온갖 수단을 이용해 틀어막으려 한 일에 대한 환멸이 크게 일어났다. 둘째, 진보·좌파와 노동운동의 대표적 조직들인 정의당·민중당·민주노총은 민주당의 특권적이고 위선적인 행태를 비판하기는커녕 감싸기만 했다. 이는 자신들의 지지 기반(노동계급 등 서민층)을 배신하는 처사였다. 셋째,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진보파의 침묵 때문에 우파가 포퓰리즘적 언사로 대중을 동원하는 데에 더 성공했다.

온건 진보파 지도자들이 문재인 정부 지지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를 민주당과 한국당의 선거적 대안으로 내세울 힘과 실력이 아직은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를 통해서 선거제 개혁, 우파 견제, (진보세력에 적대적인) 권력기관 개혁, 노동조건에 대한 사회적 합의 따위를 얻어 내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조 전 장관 문제로 내홍을 치러 놓고도 정의당은 그의 사퇴 후 공식 논평에서 여전히 조 전 장관(과 그의 검찰 ‘개혁’ 기조와 행보)을 옹호하고 격려했다.(그러나 청년·학생 당원들은 이 논평에 상당히 강하게 반발했다.)

역시 검찰 개혁을 내세워 정부를 측면 지원해 온 민중당은 조 전 장관 사퇴 뒤에야 비로소 이런 논평을 냈다. “사퇴를 촉구한 적이 없으나 그 시점이 언제든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인식하였다.”

그러나 중도 정부의 친시장 개혁에 대한 왼쪽의 반대·견제 압력이 약해질수록 오히려 우파의 우경화 견인력이 힘을 발휘하기가 더 쉽다.

명시적으로든 암시적으로든 민주당 정부를 지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오히려 진보·좌파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대중의 정치의식을 후퇴시켜 저항 동력을 상실케 한다. 그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집권한 민주당은 늘 이전 보수 정권이 실패한 노동개악을 마저 완수하는 구실을 해 왔다. 1998~2007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김영삼 정부가 민주노총 파업(1997)에 밀려 실패한 노동법 개악을 실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노동개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차악론은 이에 대한 경계와 반대를 무디게 한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들을 지지했던 노동계급과 서민층 대중은 배신감과 환멸을 느끼게 된다.

둘째, 민주당 차악론을 받아들일수록 진보·좌파가 스스로를 우파에 맞선 대안으로 내놓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일종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공식 정치에서 민주당 VS 한국당으로 양극화돼 이분법적 진영논리가 지배하면, 1인 2표는 민주당 지지층이 진보·좌파 정당에 표를 나눠 주는 게 아니라 그 정반대 현상을 낳는다. 선거제가 바뀌어도 (양대 정당으로 인한 압착 때문에) 사표 논리는 남는 것이다.

역사에서 배우기

진보파 지도자들은 노무현 정부 후반에 민주노총이 먼저 약화되고, 그에 기반을 둔 민주노동당이 노무현의 열린우리당과 동반 추락한 일에서 배워야 한다. 최근 노동자들의 투쟁-교섭-합의(불만족스런) 상황을 봐도 조국 사태 국면에서 더욱 두드러진 민주당 차악론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서초동 집회는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태도 문제로 진작에 분화했음이 확인된 계기였다.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던 중도 보수층 일부는 광화문 집회에 공명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을 주도했던 진보계와 노동운동은 이 국면에서 무기력했다. 정치적 분화를 받아들이고 노동운동이 독자적 목소리를 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대표성, 상징성을 포기한 것이다.

따라서 진짜 문제는 조국 문제만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정의당·민중당·민주노총, 노동계 3대 조직은 반노동을 노골화하는 현 정부와 정치적으로 단절하고 전면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아직도 호소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ILO 협약 비준을 핑계로 노동법 개악,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시간 개악 등을 서둘러 통과시키려 하는 판국에 말이다.

국민연합에 따른 연립정부 참가 전략과 관련해 역사에서 배울 교훈이 있다. 그것은 그런 전략이 친자본주의 세력과의 동맹에 묶여, 진보적 변화의 동력이 될 기층 운동을 정치적으로 약화시킴으로써 자기 무덤을 파 왔다는 것이다. 1936~1937년 스페인에서, 1936~1937년 프랑스에서, 1970~1973년 칠레에서.

이런 기회주의는 진보적 사회 개혁의 진정한 동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다. 개혁주의는 자본주의 국가가 민주화되면서 그런 개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집권을 위해서는 일정한 후퇴와 양보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전략은 예외없이 실패했다. 그것은 자본주의 국가 자체의 성격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진보적 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런 개혁 시도가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억누르기 위해 존재하는 정치조직이다.

한국에서 지난 30년 동안 노동자 조직의 성장으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자리잡고 절차적 개선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검찰의 힘이 강화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선출된 정부가 자본주의 국가에 적응해 자본주의를 운영(위기에서 구출)하게 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따라서 부분적 개혁조차도 국가 바깥에서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체제에 큰 위협을 제기할 때 얻어 낼 수 있다.(경제 상태가 안 좋을 때는 특히 그렇다.)

그렇게 하려면, 한국당 집권 후의 반동만 걱정하지 말고 지금 문재인이 벌이는 촛불 염원 배신과 반동(미사여구와 웃는 얼굴로 하는 반동)에 맞서야 한다. 노동자들이 왼쪽에서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공격할 때 우파도 곤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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