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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툴루즈 살인 사건의 충격:
이슬람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가 문제다

짐 울프리스가 프랑스 주류 정치인들이 혐오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짐 울프리스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이고,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에서 프랑스 정치사를 가르치고 있다.

3월 19일 프랑스 툴루즈 유대인 학교에서 어린이 세 명과 교사 한 명이 살해된 것은 끔찍한 일이다. 이 사건 일주일 전에 툴루즈 인근 몽토방에서도 군인 세 명이 살해됐는데 그중 두 명은 무슬림이었다. 첫 번째 살인은 미군 로버트 베일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른 여덟 명과 어린이 아홉 명을 살해한 3월 11일에 발생했다.

언론은 베일스가 입은 부상과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그의 만행을 이해해 주려고 했다. 그러나 툴루즈 살인자로 밝혀진 모하메드 메라의 사례를 그런 식으로 설명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인종차별주의가 “마음 둘 곳 전혀 없는 사회”에 대한 그의 분노를 낳았다고 주장한 메라 변호사의 말을 보도한 곳도 없었다.

2011년 니캅 착용 금지법 이후 니캅을 착용했다고 연행되는 무슬림 여성 프랑스 우익 정치인들은 인종차별주의를 강화하며 불평등을 정당화해 왔다. ⓒ사진 출처 Siobhán Silke (flick.com)

언론은 메라가 스스로 살인 이유로 설명한 것만을 보도했다. 메라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죽음을 이용해 유대인 어린이 살해를 기괴하게 정당화했다. 그의 말은 이슬람주의 테러 위협이 있다는 경고로 활용됐다.

〈르 피가로〉는 메라의 죽음을 다룬 헤드라인 기사 제목으로 조지 부시가 이라크 침공 승리를 선포하며 사용한 “임무 완수”로 뽑았다. 주간지 〈르 포엥〉의 표지 제목은 “프랑스의 알라 미치광이”였다. 〈르 몽드〉는 메라를 “이슬람이라는 질병에서 자라난 괴물”이라고 쓴 기사를 게재했다.

언론의 이러한 대응은 이슬람을 프랑스 사회의 주요 문제로 보는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는 관점을 반영한다. 이슬람이 ‘프랑스 가치’를 좀먹고 이주민 가정 출신 청년들이 더 넓은 사회로 ‘통합’되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복수

이번 살인 사건에 뒤이어 정치적 견해가 다양한 사람들이 국가적 단결을 주장했다.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우리 무슬림 동포”들에 대한 “차별과 복수”를 삼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말들 뒤에서 프랑스 사회의 인종차별주의 문제가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인종차별주의의 핵심에는 우파들이 촉진하고 있는 악랄한 이슬람혐오증이 있다.

지난해 가을, 프랑스 정부는 무슬림들이 거리에서 기도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것은 파시스트 국민전선의 지도자 마린 르펜이 선동하고 다니던 쟁점이었다.

또한 르펜은 파리의 모든 육류가 할랄[이슬람 계율에 따라 도축된]이라고 주장해 무슬림 반대 정서를 부추기려 했다. 사르코지도 이 쟁점이 프랑스 유권자들의 주요 걱정거리라고 거들었다.

사르코지 정부의 내무부 장관 클라우드 게앙은 할랄 고기를 공공식당에서 의무적으로 메뉴에 포함하도록 한다면 외국인들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앙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외국인들은 우리의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들은 수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민자가 더 적어지면 상황이 더 좋아지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사르코지는 그를 지지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땅에 너무 많은 외국인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통합 체계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이런 주장은 국민전선 지지자들의 표를 얻으려고 정치인들이 벌이는 노력의 일환이다. 개인의 책임과 문화적 실천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류 우파는 인종차별주의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고 불평등을 정당화하려 한다.

사르코지 자신이 인종차별주의를 불러일으켰다. 2005년 내무부 장관 시절, 사르코지는 프랑스의 도시 변두리 빈곤 지역에서 사는 청년들(그중 다수는 북아프리카계다)을 “쓰레기”라고 불렀다. 사르코지는 그 청년들을 물대포로 쓸어버리겠다고 떠벌였다.

사르코지는 프랑스에서 가장 열악한 지역, 즉 세 명 중 한 명이 빈곤층이고 다섯 명 중 한 명이 실업자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부른 것이다.

그런데 우익 정치인들은 이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종차별주의와 차별이 아니라 문화적·인종적 차이로 돌렸다. 한 장관은 소수인종 가정 출신 아이들은 반사회적 행동을 하기 쉬워서 고용주들이 매력을 덜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단지 그들의 처지에 대한 책임이 인종차별주의의 희생자들에게 있다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런 주장은 ‘프랑스적 가치’가 위협당하고 있고 타락한 “외국”의 영향으로부터 ‘프랑스적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상을 심으려는 더 광범한 계획의 일부다. 이를 통해 사회복지 확대가 아니라 법과 질서를 강제하는 것이 더 쉬워진다.

그러므로 인종차별주의와 이슬람혐오증은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딱 들어맞는다. 주류 우파의 주장이 이제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지난달 게앙은 ‘모든 문명들이 똑같은 가치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압제

게앙은 이렇게 말했다. “자유·평등·박애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압제, 여성 차별, 사회적·인종적 혐오를 받아들이는 사람들보다 더 우월하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우리 문명을 수호해야 한다.”

“문명의 충돌”이라는 사상은 프랑스의 식민 역사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된다. “프랑스적 가치”가 이슬람보다 우월하다는 관념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자주 이용된다.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간 일부 프랑스 좌파들은 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과 공공장소에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금지하는 법을 지지했다. 이것은 인종차별주의가 신뢰를 얻고, 인종차별주의를 둘러싼 논의가 전반적으로 우경화하도록 도왔다.

그러나 게앙 등이 극찬하는 그 ‘문명’은 심각한 결함이 있다. 프랑스에서 비유럽 출신자들은 교육·주택·고용에서 극심한 차별을 받는다. 부모가 북아프리카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인 아이들은 부모가 프랑스 출신인 아이들보다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비율이 두 배다. 학력이 같더라도 실업자가 되는 비율도 두 배다.

이슬람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와 불평등이 프랑스를 고장 난 사회로 만든다. 주류 정치인들은 이러한 실체를 가리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그래서 무슬림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다.(프랑스의 무슬림 인구 비중이 유럽에서 가장 크다.)

무슬림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불의는 서방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인 제국주의적 만행, 그리고 인도주의 미사여구를 이용해 정당화하는 것을 통해 국제적으로 확장됐다. 우리의 세계는 전쟁·불의·차별·불평등·빈곤으로 총체적으로 일그러진 세계다.

툴루즈에서 발생한 잔학한 사건들을 단지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슬람이 아니라 이것들이 질병이다. 인종차별주의와 희생양 삼기는 오직 이런 끔찍한 질병을 확산시키기만 한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의 도전

툴루즈 사건이 프랑스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두고봐야 한다. 사르코지는 이 살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불리한 대선 경쟁 상황을 만회하려고 한다. 사르코지는 테러리즘에 “더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월 18일 바스티유에서 열린 멜랑숑 지지 유세에 10만 명이 참가했다. ⓒ사진 출처 Rémi Noyon (flickr.com)

프랑스 대선은 결선투표제로 운영된다. 4월 22일 1차 선거에서 후보 열 명 중 1위와 2위 후보가 5월 6일에 결선을 치른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차 선거에서 사르코지와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가 막상막하로 지지를 받고 있고, 결선에서는 올랑드가 앞설 듯하다.

바스티유

선두권 아래에서 후보 세 명이 약 13퍼센트의 지지를 받는다. 마린 르펜, 프랑수아 바이루, 좌파전선 후보 장뤽 멜랑숑이 그들이다. 좌파전선은 프랑스 사회당 출신과 프랑스 공산당의 연합체다. 사회당 장관 출신인 멜랑숑은 선거운동을 역동적으로 펼치고 있다.

3월 18일 지지자 10만 명이 바스티유에서 열린 유세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인터내셔널가와 프랑스 국가[라마르세예즈: 프랑스 혁명가]를 불렀다. 멜랑숑은 “시민 봉기”와 “대중 혁명”을 호소했다. 멜랑숑의 성공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급진적 대안이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최근까지는 반자본주의신당[NPA]이 이런 급진적 대안을 성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처럼 보였다. 그러나 반자본주의신당은 기회를 놓쳤고 분열과 내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열과 내분의 가장 최근 사례는 반자본주의신당의 일부 주도적 회원들이 반자본주의신당 후보인 필립 푸투가 아니라 멜랑숑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푸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른 극좌파 후보인 노동자투쟁당 나탈리 아르토와 비슷한 수준인 1퍼센트 미만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극좌파 중 일부는 멜랑숑 지지를 꺼린다. 왜냐하면 멜랑숑이 이슬람혐오증에 부적절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멜랑숑은 소수자들의 권리를 옹호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 국가의 “세속주의”를 지지했다. 극좌파들은 멜랑숑이 사회당 정부에 가담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비록 멜랑숑이 사회당과 거래할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말이다.

이런 걱정과는 별개로, 멜랑숑이 부상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사회당의 모호한 정책이 아니라 투쟁적 대안을 갈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멜랑숑이 그런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그의 역동적인 선거운동은 선거를 넘어서 급진 좌파가 발전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