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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왜곡·과장을 통한, 고통전가 길 닦기용:
마녀사냥 중단하라

9월 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 동의안이 통과됐다. 법무부 장관 황교안은 “수사중”이라며 아무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지만 압도 다수의 의원들은 거리낌없이 찬성표를 던졌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 무섭게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을 강제구인했다. 이 모든 일이 국정원이 “내란음모” 카드를 들고 나온 지 일주일 만에 벌어졌다.

〈레프트21〉과 노동자연대다함께는 그동안 우파들과는 전혀 다른 혁명적 관점에서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해 비판을 해 왔다.

예컨대 우리는 이 동지들이 급진적 강령을 후퇴시키며 친자본주의 정당인 참여당과 통합하는 것에 반대했다. 민주당과의 민중전선적(계급동맹적) ‘야권연대’를 우선시해 계급투쟁에 끼친 해악도 비판했다.

‘내란 음모’ 탄압이 박근혜의 ‘신의 한 수’가 되게 놔둬선 안 된다 9월 5일 이석기 의원이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구치소로 끌려가고 있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최근에도 통합진보당은 친민주당 NGO들을 추수하며 촛불이 더 강력한 반정부 투쟁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협력적이지 않은 종파적 태도로 운동 내에서 반목과 분열을 일으켜 온 것도 문제다.

그러나 이것이 광기어린 마녀사냥에서 이 동지들을 방어하지 않는 것으로 연결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한국 사회를 변혁하기 위해서 어떤 노선이 옳은지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토론과 무엇보다 실천에서 입증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 탄압은 진보진영 전체를 위축시키고 입에 재갈을 물린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황당무계하게 부풀려진 마녀사냥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조중동과 종편은 하루종일 “내란”, “총기”, “파괴”, “살상” 등의 단어들을 사용하며 공포심을 조장했다. 그러나 전쟁 위기가 임박했다는 잘못된 정세 판단에 근거해 일부 과격한 발언을 쏟아 낸 회합을 ‘내란음모’라고 모는 것은 말도 안된다. 내란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실행 능력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탄압 광풍으로 우리를 위축·분열시키려는 박근혜

지금까지 제시된 증거는 짜깁기가 의심되는 녹취록 정도뿐이다. RO(혁명조직)라는 이름도 어설프지만 국정원은 RO가 언제 결성됐는지, 강령과 규약, 조직 체계가 무엇인지 하나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법률전문가들이 이 사건은 도저히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모의”‘내란음모’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국정원은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함께 끼워 넣으며 퇴로를 열어둔 듯하다. 단지 머릿속의 사상과 주장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희대의 악법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면 결코 이 마녀사냥에 동조할 수 없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것은 표현도 하지 않고 자신들끼리 비공개로 토론한 것일 뿐이다. 도대체 ‘토론의 자유’도 없는 게 민주주의 사회인가.

마녀사냥의 배경과 의도

일부 사람들은 박근혜가 궁지에 몰려서 반격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촛불운동은 아직 그 정도로 강력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또 박근혜 정권도 내부에서 분열과 마비가 일어나는 정치 위기였다고 보기 힘들다. 이런 분석은 정세를 냉정하게 보지 못함으로써 올바른 전술을 내놓기 어렵게 한다.

그보다 이번 사태는 박근혜 정권이 하반기 정국 운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고자 시도한 공격으로 봐야 한다. 권위주의적 강성 우익 정권답게 말이다. 국정조사의 성과없는 마무리 이후 촛불이 주춤한 틈을 이용했을 것이다.

마녀사냥은 애꿋은 희생양을 만들며 국면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뉴스에서 국정원 게이트는 자취를 감췄다. 친민주당 NGO들과 진보 단체들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유리한 입지를 만들어 두려는 포석도 보인다.

무엇보다 마녀사냥은 하반기에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본격화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박근혜는 하반기 목표를 ‘경제활성화’로 내걸고 재벌 퍼 주기, 노동자 쥐어짜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정원이 내란음모 카드를 꺼내던 날, 박근혜는 재벌들을 만나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철도 민영화뿐 아니라 국민연금 개악, 전기요금 인상, 무상보육 후퇴 등도 야금야금 추진되고 있다.

마녀사냥은 이런 공격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미스터 국가보안법’ 황교안을 일찌감치 법무부 장관에 앉혔고, 최근에는 마녀사냥의 대가 김기춘을 비서실장에 앉혔다.

이런 시도를 통해 박근혜 정권은 진보운동을 이간질해 각개격파하려 한다. 내년 지방선거 등에서 야권연대 가능성도 조기에 차단시킬 의도일 것이다. 새누리당 하태경은 “지방선거에서는 통합진보당과 단일화하지 않는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어떻게 맞설 것인가

체포동의안 통과 이후 우파들은 기세를 높이고 있다. 조중동은 기권, 반대표를 던진 게 누구냐며 “종북의 씨앗까지 정리해야”한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우파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 박탈과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을 주장하며 이후 시나리오를 예고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 연루자 중 상당수가 좌파 단체의 주요 간부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며 마녀사냥 확대를 주장한다.

실제로 국정원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간부들이 ‘RO’ 모임에 참석했다며 수사에 나섰다. 반값등록금 운동에 앞장 선 학생 활동가들을 겨냥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의 배후”이며 “좌익노조”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울산시당은 “울산은 체제전복 세력인 통합진보당의 아지트”라며 공격하고 있다.

앞서, 철도노조 내 의견그룹인 ‘한길자주회’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은 바 있다.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의 예봉을 꺾고자 마녀사냥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원세훈이 “내부의 적”으로 규정했던 전교조에 대한 공격도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의 일부가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양비론은 진정한 적을 가릴 뿐이다.

온갖 불법과 부패, 비리의 몸통인 국정원과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이 이석기 의원을 처벌할 자격은 없다. 이들이야말로 5.16쿠데타와 광주항쟁을 짓밟는 ‘내란’으로 권력을 잡은 정권의 후예들 아닌가.

진정한 위협

최근에도 이들은 박근혜 당선을 위해 물불 안 가리며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이런 자들과 피억압·피착취 운동의 일부인 통합진보당이 똑같이 문제라고 봐서는 안 된다.

국정원 게이트를 저지르고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집단과 그것에 항의해서 어제까지 우리와 함께 촛불을 든 세력 사이에 누가 우리의 진정한 위협이겠는가?

통합진보당도 탄압에 함께 맞서고 있는 단체들에게까지 솔직하지 못하거나 말을 바꾸는 태도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 이런 태도는 우리 편을 불편하게 만들며, 방어를 넓히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농담이었다’는 식으로 넘기려 하거나 말바꾸기를 거듭하면 우리 편의 자신감만 떨어질 수 있다.

진보당이 국정원 규탄 시국회의 내에서 공안탄압에 흔들리는 친민주당 NGO 등을 따끔하게 비판하며 적극적인 방어를 호소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의원까지 보유한 입지를 이용해서 더 당당하게 자신들의 반제국주의 주장과 정당성을 밝히며 탄압에 맞서야 한다. 이런 사상과 토론 자체를 범죄시하는 게 무슨 민주주의냐고 신랄하게 폭로하면서 말이다.

독일 법학자 라드브루흐는 ‘악법에 복종하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 했다. 사회 진보와 변혁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일관되게 민주주의를 추구해야 한다.

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모든 세력들이 힘을 합쳐 마녀사냥에 맞서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국가 탄압에 침묵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기회주의다.

저들의 공격을 단결해서 막아 내야 하반기에 다가올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투쟁에서도 힘있게 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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