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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극심한 경제 위기가 낳은 충격적 결과

경제 위기가 어찌나 오랫동안 이어지는지 그 와중에 [5년에 한 번씩 하는] 유럽의회 선거가 벌써 두 차례 치러졌다. 이번 선거 결과를 말할 때 경제 위기가 드리운 그늘을 빼놓을 수 없다.

유럽연합 지배자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2009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이전처럼 행동하려 할 것이다. 세 주류 세력(중도 우파, 중도 좌파, 자유주의 세력)은 여전히 유럽의회의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현재 상황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러나 이는 거짓된 자기만족일 뿐이다. 두 가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 통합 과정 전반을 이끌어 왔다. 그런데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파시스트인 국민전선이 투표자 넷 중 한 명의 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중도 좌파인] 사회당은 3위로 밀려났다.

그리스는 트로이카(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IMF)가 강요한 긴축 정책의 속죄양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급진좌파 정당 시리자가 1위를 기록했다. 집권당인 중도 우파 신민당은 2위로 밀렸고, 노골적인 나치 조직인 황금새벽당은 10퍼센트 가까이 득표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영국을 비롯해 유럽 전체에서 다음 세 가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신자유주의를 추진한 기성 정당들에 대한 거부, 긴축, 이주민에 반대하는 인종차별.

그러나 프랑스와 그리스의 선거 결과를 대조해 보면, 이런 쟁점들이 어떻게 결합되느냐에 따라 선거 수혜자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한 파시스트 르펜과 국민전선 지지자들. ⓒLuc Delaborde

지중해 연안 나라들은 긴축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곳들이다. 이 나라들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극우 정당들이 아니다. 예컨대, 스페인에서는 좌파연합(IU)과 녹색당의 선거동맹이 10퍼센트를 득표했다. 더 놀라운 것은 포데모스가 8퍼센트 득표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4위를 차지한 것이다. 포데모스는 이번 선거를 불과 넉 달 앞두고 결성된 정당이다. 2011년 5월 15일 광장 점거 운동을 시작했던 좌파적 운동이 정치세력화하며 포데모스 창립으로 이어졌다.

포르투갈에서는 집권 우파 정당이 2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급진좌파가 모두 합쳐 17퍼센트를 득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중도 좌파 민주당(PD)이 40퍼센트를 득표해 1위를 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전진 이탈리아당’과 이들의 동맹이자 분리주의적 우파 정당인 북부동맹은 각각 3위와 4위로 밀려났다.

흐름

그러나 영국 언론에서는 이런 얘기를 듣기 어렵다. 그 대신 영국 독립당이 크게 성장한 우려스러운 결과가 유럽 전역에서 극우가 전진하고 있는 흐름의 일부라고 떠드는 말이 많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네덜란드에서도 들어맞지 않는다. 헤이르트 빌더스가 이끄는 극우 정당인 자유당은 이번 선거에서 오히려 두 석을 잃었다. [반면에] 급진좌파인 사회당은 노동당을 근소하게 앞섰다.

많은 나라에서, 유럽연합을 지지하는 신자유주의 중도 세력은 경제 위기와 긴축이라는 철퇴를 맞고 입지가 좁아졌다. 독일처럼 경제 위기가 비교적 덜했던 나라에서 중도 세력이 자리를 지킨 것이 놀랍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독일에서조차 유로화에 반대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일곱 석을 차지했다.

정치적으로 아주 다양한 세력들이 중도 세력이 약해지면서 생긴 자리를 메우려 한다. 사회민주주의 정당들한테는 확실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2009년 선거 때는 영국 노동당뿐 아니라 여러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함께 패배를 맛봤다. 그들은 지난 수년간 경제 위기의 쓴 맛을 본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지해 주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도 이번 선거에서 심판을 받았다. 그들도 신자유주의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사회당 소속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는 대선에서 승리한 지 겨우 2년밖에 안 됐지만 이번에 수모스러운 완패를 당했다.

그리스에서도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사회당(PASOK)은 겨우 8퍼센트밖에 못 얻었다. ‘올리브나무 동맹’이라는 이름 뒤에 숨었는데도 그랬다. 사회당은 26.6퍼센트를 득표한 시리자보다 한참 뒤처졌다.

아일랜드 남부에서는 [좌파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이 노동당을 제쳤다. 노동당은 긴축을 추진한 연정에 참여했고 이번에 4위로 밀려났다.

이탈리아 민주당은 정부에 참여하고 있고, 마테오 렌치가 새 지도자다. 그는 [영국 노동당이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는 데 앞장선 전(前) 총리] 토니 블레어를 추종하고, 긴축을 단지 더 살살하겠다고 말할 뿐이다. [포퓰리스트 정당인] 오성운동은 이번 선거에서 2위를 했고 렌치가 실수하면 공격하려고 벼르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하나같이 [영국 노동당 현 대표] 에드 밀리반드에게 우려스러운 일이다. 노동당은 여전히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될 듯하다. 그러나 단독으로는 정부를 수립할 수 없고 어쩌면 사람들이 매우 싫어하는 자유민주당과 손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취약한 정부가 될 것이고 좀 더 ‘인간적으로’ 긴축을 추진하겠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영국 독립당이 성장한 토양이 되기도 한] 사람들의 분노라는 불길에 기름만 더 붓는 꼴이 될 것이다.

진정한 대안을 건설하는 일이 지금보다 더 시급했던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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