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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파업 :
능력 가감급제 폐지하고 임금을 대폭 올려라

9월 29일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가 지부 설립 이후 첫 파업을 벌이고 집회를 서울역 광장에서 열었다.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 판매 승무원, 관광열차 승무원, 열차 내 물류 노동자들로 구성된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5퍼센트 임금 인상, 능력 가감급제 폐지, 사무관리직과의 임금 차별 철폐, 판매 승무원 실질적 고용 보장,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5대 요구로 내걸고 이틀 간의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의 요구와 투쟁 소식에 관해서는 본지 보도 '파업에 나서는 KTX 승무원들: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의 임금·처우·고용을 책임져라'를 참조하시오.)

파업에 나선 철도 승무원들 ⓒ백은진
"임금 1퍼센트 인상, 이거 실화냐?" ⓒ백은진

서울지부에서는, 부산지부에서는, 용산익산지부에서는 얼마나 왔을까 서로 궁금해하며 집회장에 모이던 조합원들은, 조합원 4백여 명이 거의 모두 참여한 것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우리 지부만 많이 참가한 게 아니었구나’ 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반가워했다.

버스를 대절해 서울까지 올라온 부산 지역 조합원들은,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왔는데도 표정이 매우 밝았다. 노조를 만들고 처음 하는 파업이라 ‘임을 위한 행진곡’도, 구호를 외치는 것도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목소리는 우렁차고 활기가 넘쳤다.

파업 전날 성명을 통해 “진짜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한, 자회사 정규직이란 이름은 결국 허울뿐”이라며 철도공사의 책임을 강조한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이날 집회에서 “진짜 사장 코레일이 즉각 해결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진짜 사장 코레일이 나서라 ⓒ백은진

문재인 정부가 자회사에 고용된 ‘정규직’은 비정규직이 아니라며 이들이 당하는 차별을 외면한다. 하지만 이들은 철도공사 정규직 열차승무원(월 승무 시간 165시간 이내)에 견줘 최대 100 시간가량 더 열차를 타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그래서 이들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쳤다.

이윤선 부산지부장은 “이제 브레이크를 걸 타임입니다” 하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희롱에 시달리다 노조를 만들고 파업에 나서게 된 데 감격을 표했다.

전문희 서울지부장은 “철도공사는 우리 문제에 아무 책임이 없다며 우리 파업에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승무원 자리에 누가 대체인력으로 타고 있습니까? 왜 철도공사 인력이 교육을 받고 대체인력으로 탄단 말입니까?” 하며 철도공사의 대체인력 투입을 규탄했다.

철도 내 같은 비정규직으로서 연대 발언에 나선 철도노조 KR테크지부 차재달 지부장은, 코레일관광개발 사측이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데 “사장들은 이렇게 인건비 줄여서 영업이익 냈다고 연말에 성과급 두둑이 ‘인 마이 포켓’ 하는 거 아닙니까!”, “자회사를 없애고 코레일 직접 고용으로 갑시다”라고 주장해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2006년 파업으로 해고된 KTX열차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도 후배 승무원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KTX 승무원이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돼 고용 차별, 임금 차별, 성희롱, 안전 문제를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12년째 이를 주장하고 있는 33명의 선배들이 있다. 이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보다 안전한 철도를 만들자”고 발언했다.

11년 전 해고된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장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백은진
파업 지지를 밝히는 정규직 열차승무 노동자들 ⓒ백은진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도 있었다. 정규직 열차 직종 지부장 여러 명이 연단에 올랐다. 이들은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과 열차에 같이 타는 정규직 열차승무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연단에 오르자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은 지부장들의 이름을 연호하고 환호했다.

김영규 서울고속열차지부장은 “딱 1년 전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는데, 오늘 코레일관광개발지부가 파업에 돌입한다니 감개무량하다”며 “반드시 이기십시오. 우리 열차지부장들이 뒤에서 든든한 ‘빽’이 되고 힘이 되어 적극적이고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고 했다. 이에 코레일관광개발지부 노동자들은 박수와 함성을 아끼지 않았다.

성북승무지부는 지부 대의원대회를 이날로 잡아 20명에 가까운 대의원이 이 집회에 직접 참가해 연대를 표했다. 서울기관차승무지부는 “코레일관광개발 사장 스뚜삣! 투쟁하는 노동자 수퍼 그뤠잇!”이라고 적은 파업 지지 현수막을 들고 왔다. 천안기관차승무지부는 “닥치고 직접 고용, 파업 투쟁 승리”라는 현수막에 지지 메시지들을 적어 보내 왔다.

지지 현수막을 들고 온 철도 서울기관차승무지부 노동자들 ⓒ백은진
비정규직 파업 집회에 함께한 철도 성북승무지부 노동자들 ⓒ백은진

남성 노동자들과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조합원 400여 명 중 남성이 약 10퍼센트다. 판매 승무원 가운데에는 50~60대 남성도 많은데, 이들도 함께 “성희롱을 근절하라”고 요구했다.

성희롱 근절을 함께 요구하는 여성·남성 노동자 ⓒ백은진

또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윤소하 의원, 새민중정당 김종훈 의원이 코레일관광개발지부 노동자들의 요구와 파업을 지지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북돋웠다.

자회사 고용 ‘정규직’은 비정규직이 아니라고 말하는 문재인 정부와 철도공사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정부와 철도공사가 이들의 임금과 처우뿐 아니라 고용도 책임져야 한다. 이틀간의 경고 파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후 투쟁을 지속해 반드시 승리하기를 응원한다.

“이젠 브레이크를 걸 타임입니다”

코레일관광개발부산지부장 이윤선

안녕하십니까. 코레일관광개발 부산지부장 이윤선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하는 이 자리에 오니 너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2013년 11월 1일 전문희 서울지부장님과 저와 세 명이,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전국철도노조 가입서를 받기 위해 락커에서 뜬눈으로 지새웠습니다. 아침에 들리는 소리, 한철노[한국노총 한국철도사회산업노조] 노조원들의 ‘미친년들이 노조를 만든다고 설친다’는 야유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미친년들”이 사고를 쳤습니다. 저보다 훨씬 똑똑하시고 유능하신 분도 많으신데 넓은 오지랖으로 죽어라 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3일 만에 [조합원 대상자 가운데] 과반이 넘는 [사람의 가입서를 받은]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8년의 설움과 분노가 폭발하여 [코레일관광개발 내에도] 전국철도노조라는 복수노조가 생겨났고 지금 첫 파업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지나온 4년이 길고도 짧았습니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전국철도노조를 불법노조라던 사측이 지금은 어떠합니까? 기자회견으로 우리들의 현실을 알린 것이 해고 사유가 되어 두 지부장은 1년 6개월 이상 조합원들과 함께 근무조차 할 수 없었지만, 법적 싸움으로 부당 해고 판정을 받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 긴 시간 사측의 회유와 압박에도 우리 노조를 지켜 주시고 부족한 지부장들을 믿고 따라 주신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요 며칠 기사가 뜨고 고객님들의 반응이 어떠하신지요. 코레일 소속으로 연봉 몇 천 만원씩 받고 있는 줄로 오해하셨던 분들께서 우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걸 느끼시는지요? 올해 말까지 80년 전통의 열차 내 판매 사업이 폐지된다고 하는 지금,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공기업이란 곳에서조차 진실된 서비스는 온데간데없고, 고객도 돈으로 보이고, 그저 수익 창출에만 급급한 이 현실이 서글픕니다.

이젠 브레이크를 걸 타임입니다. 오늘 이 시간 이후 우리의 권리를 우리 스스로 지키기 위해, 인간답게 살아 갈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외치고자 합니다. 우리는 개나 돼지가 아닙니다.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 가는 한 가정의 소중한 딸이요, 아들이고 아버지고 어머니입니다. 원청인 철도공사는 하청 자회사 직원에게도 최소한의 할 도리는 하십시오.

우리의 투쟁은 그리 큰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아직 여린 손으로 집에서도 해 본 적 없던 화장실 청소를 하고, 집 나간 와이프를 닮았다는 이유로 객실 바닥에서 취객 고객님께 밟혀도, 무릎 서비스라며 고객님께 다가가는 서비스를 할 때도, 치마 속 사진을 찍어 대는 성추행을 당해도, 승무원이라는 이유로 큰 소리로 화내거나 따지지도 못합니다.

퇴근하려 퉁퉁 부은 다리를 질질 끌고 사무실로 들어서는 우리에게, 수고했단 말보다는 고객의 억지 민원에 ‘네가 잘못한 것 아니냐’며 몰아붙이는 관리자들의 말에 너무도 억울해서 뜨거운 눈물만 흐릅니다.

이제는 말하고 싶습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객관적이지도 않은 상대 평가로 누군가는 A를 받고, 누군가는 E를 받아 10년째 인턴 급여를 받고 있는 현실의 부당함을 말하고 싶습니다.

혼자가 아닌, 철도노조와 함께라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습니다. 여러분, 꿈과 희망으로 입사했던 그 시절로 전국철도노조와 함께 다시 꿈꿔 보시지 않겠습니까? 꿈은 꿈꾸는 자의 것입니다. 모두 함께 끝까지 투쟁으로 나아갑시다. 투쟁!

노동자연대의 파업 지지 리플릿을 읽는 노동자 ⓒ백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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