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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식당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중단하라

기아차 청소·식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근 임단협 교섭에서 또다시 강요된 성과급 차별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23일 사측과 사내하청 3개지회 지도부가 마련한 임단협 잠정합의에서 식당·청소 노동자들은 직접 생산라인이 아니라 이른바 ‘총무성 업체’라는 이유로 성과급이 대폭 낮게 책정됐다.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아쉽게도 해고자 복직이나 손해배상 철회도 담아내지 못했다.

ⓒ김우용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식당·청소 노동자들에게 성과급을 차별한 것은 여성 노동을 허드렛 일 정도로 취급하면서, 이 노동자들을 더한층 저임금으로 내모는 것이다. 이 노동자들은 잠정합의안이 나오기 직전까지 교섭장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고 집회를 하면서 불만을 토해 냈다.

“우리가 밥을 하지 않으면 컨베이어 타는 노동자들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 자동차 만드는데 매일 매일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데 왜 성과급을 차별합니까?”

“지난해에도 우리만 성과급이 낮았습니다. 올해까지 성과급 차별하는 건 정말 억울합니다.”

“여자라고 차별을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현재 진행되는 비정규직] 신규채용에서도 여성 조합원들은 지원을 해도 단 한 명도 채용되지 않고 있어요. 이건 성 차별이에요.”

사측은 이미 지난해부터 식당·청소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게 책정하는 차별 정책을 시행해 왔다. 최근에는 식당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 25명을 다른 식당으로 전환배치하고, 그 자리에 단기 계약직, 3~6시간 일하는 파트타임 노동자들을 채용했다. 이들은 기존 식당 노동자들이 지급받던 성과급도 받지 못하는 일용직이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단시간 일자리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고용도 위협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적은 인원으로 식당 곳곳을 돌아다니며 반찬을 갈아주고 인사를 하는 등 ‘과잉 친절’을 강요 받고 있다. 더구나 사측이 단시간 노동자들을 앞으로 더 확대하려 해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들은 전환배치를 당하고 장차 고용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환배치 과정에서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들이 다른 식당들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조직력도 취약해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식사 질 개선?

유감스럽게도 기아차지부의 신임 강상호 집행부는 이 같은 ‘시범’ 식당 운영에 합의해 주고 이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것이 조합원들의 ‘식사 질 개선’ 바람을 어느정도 충족해 준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기만적이다. ‘시범’ 식당과 다른 식당들이 제공하는 밥과 반찬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식기를 식판에서 개별 그릇으로 바꾼 것뿐이다. 이조차도 너무 무거워 여러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이, 단시간 파트타임 채용을 늘리고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노동자들의 조건이 개악됐다. 대공장 정규직 노조가 앞장서 단기 일용직 채용을 만드는 사측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기아차지부에 대한 사회적 비난만 가중시키는 일이다.

강상호 집행부는 근본적으로 식사 질을 개선하려면 경쟁체제를 도입해 용역업체를 ‘이원화’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신자유주의적 발상이다. 식당업체를 이원화해 경쟁을 시키면 이윤을 챙겨야 하는 사용자와 관리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식사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외주화를 중단하고 직영화해야 한다. 그리고 식사 대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 한정된 식재료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식사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식당 노동자들을 극단적으로 쥐어짜는 것 밖에 없다. 학교급식도 외주 민영화를 했다가 여러 문제점들이 지속돼 직영운영으로 바뀐 지 오래다.

무엇보다 식당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식당 노동자들의 처지는 개선되기 보단 악화돼 왔다. 배식구가 1개에서 3개로 늘어났고 직화식(화로에 뚝배기를 바로 끓여서 배식하는 방식)을 만들면서 여름철 노동조건이 극단적으로 나빠졌다. 주간연속 2교대 전환 시 식당 노동자들만 배제돼 월 1백 시간이 넘는 잔업과 특근에 시달려 왔다. 노동자들은 부족한 인력 때문에 고통을 겪어 왔다.

이에 더해 사측은 지난 2년간 성과급 차등 지급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끌어내리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차별에 맞선 단결

임금, 고용 차별이 비정규직, 특히 여성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사측은 고용형태별로, 성별로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편견을 부추기며 다원적인 차별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를 낳고, 장차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을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측은 앓는 소리를 하지만, 정몽구는 지난해에만 주식 배당금으로 460억 원을, 그 아들 정의선은 237억 원을 챙겼다. 그 외에 연봉 수백 억 원을 또 챙겼다. 이런 자들이 식당·청소 노동자들의 성과급 1백여 만 원을 깎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 때문에 지금 적잖은 식당·청소 노동자들은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차별 확대는 전체의 단결과 조건 방어에 결코 이롭지 않으므로 이 노동자들의 불만은 정당하다.

무엇보다 앞으로 이런 차별에 반대해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주 식당 여성 노동자들이 소하리 공장 본관 항의 방문을 할 때 경비대와 심한 몸싸움이 있었다. 이 때 일부 정규직 조합원들이 함께 항의했는데, 여성 노동자들은 이를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강상호 집행부는 지금 즉시 단시간 파트타임 일자리를 확대한 ‘시범’ 식당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특히 현장의 투사들이 성과급 차별 반대, 파트타임 확대 저지, 전환배치 철회, 인력 충원 등을 바라는 식당·청소 여성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에 관심을 갖고 연대를 확대해 나가자.

ⓒ김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