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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이중임금제 확대:
임금 차별과 이간질에 맞서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현대·기아차 사측이 비정규직, 여성, 신입사원 등에 대한 임금 차별을 확대하고 있다. 얼마 전 마무리된 기아차 비정규직 임단협에서 식당·청소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성과급을 대폭 낮게 책정한 것이 그런 사례다. (관련 기사: 본지 235호 ‘기아차 식당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중단하라’)

연초 정규직 임금협상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합의안의 임금 인상 수준이 낮아 적잖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샀는데, 다른 문제도 있다. 신입사원들은 임금 인상률이 재직자보다 더 낮게 정해진 것이다.

사측은 ‘특별호봉승급’이라는 편법으로 이런 차별을 확대하고 있는데 올해로 벌써 4년째 관철돼 왔다. 특별호봉승급은 재직자의 호봉만 높이고 신입사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기본급은 동결하거나 낮게만 책정된다. 그러다 보니 재직자와 신입사원 사이에 임금 격차는 커져 왔다.

이런 격차는 각종 수당과 상여,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여금을 100퍼센트 지급한다고 했을 때, 입사 13년차와 23년차 사이에 상여금 차이는 대략 30만 원이다. 그런데 특별호봉제 도입 효과가 나타나는 입사 3년차의 경우 13년차와의 격차가 무려 110만 원가량으로 벌어진다. 임금 격차가 심각하게 확대된 것이다.

ⓒ〈노동자 연대〉

현대·기아차 사측이 이런 이중임금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한 2012년부터다. 당시 노조 지도부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생산량을 만회해 주기로 했다. 노동강도 강화를 막지 못한 것이고 그래서 적잖은 현장 조합원들이 반발했다.

그런데 임금 보전 방식에도 사측의 꼼수가 숨어 있었다. 재직자의 임금은 별도의 수당을 신설해(주간 2교대제 수당, 심야보전 수당) 대부분 보전했지만, 신입사원들에게는 이 수당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수십만 원의 임금 차별이 생겨났다.

이간질

사용자들이 이런 공격을 하는 이유는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인상하면 전체 노동자들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조직돼 있는 노동자들 전체를 상대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특정 부문을 우선 공격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는 식으로 공격을 확대하는 방법을 취하곤 한다.

흔히 신입사원, 비정규직, 여성 등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취약한 부문이 우선 공격 대상이 된다. 미국 자동차노조 사례가 보여 주듯, 이는 전체 정규직에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관련 기사: 본지 235호 ‘노동자들을 이간시켜 분열케 하려는 현대중공업 사용자 측’)

특히 지금 현대·기아차의 조건을 볼 때, 사측은 신입사원들의 임금을 낮추는 것이 장차 전체 인건비를 줄이는 데서 효과적이라고 본 듯하다. 현대·기아차는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 앞으로 정년퇴직자들이 크게 늘어난다. 올해 현대차에서만 1000여 명, 2020~2028년에는 매년 2000~2500명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는 차별적인 임금 제도가 적용되는 신입 사원 비중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상당히 커질 것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높은 노동자들도 그에 맞게 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받을 것이다. 예컨대, 사측은 신입사원들의 낮은 임금을 이유로 몇 년 전부터 꾀해 온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 압박을 더 강화할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 그랬듯이, 사측이 ‘임금피크제를 확대해 신입사원들의 임금 인상 재원으로 활용하자’ 하는 식으로 이간질 공격도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현대·기아차지부 집행부는 이런 사측의 이간질 공격에 정면 도전하기보다 신입사원 이중임금제, 비정규직·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차별을 수용해 왔다. 기아차에서는 지난해 대의원대회에서 ‘신입사원 이중임금제 철폐 대책위’와 일부 대의원들의 제기로 ‘특별호봉 인상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는데도, 올해 신임 강상호 집행부가 이를 어기고 합의를 해 버렸다.

그러나 이런 식의 타협으로는 기존 조합원들의 임금·조건도 결코 방어하기 어렵다. 한 부문의 조건 악화를 수용하면 전체 노동자들을 향한 공격에 문을 열어 줄 수 있다. 실제로 경총은 몇 해 전부터 이렇게 강조했다. “전면적인 직무성과급 전환이 어려울 경우, 부분적·단계적으로 새로운 임금체계를 적용시켜 나간다. 신입 근로자나 개별 근로자들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따라서 부분적·단계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공격에 맞서 단결을 추구하는 것이 전체 노동자들에게 이롭다. 현장의 좌파 활동가들, 투사들이 임금 차별, 이간질 공격에 반대하는 운동을 적극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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