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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기 특조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세월호 진상 규명과 그 운동을 돌아본다

9월 20일, 문재인이 평양에 간 틈을 타 규제프리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에 노골적으로 역행하는 ‘공공 안전 파괴’법이 세월호 적폐 청산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 하에서 여당 협조로 버젓이 통과된 것이다.

이 시점에 청와대는 세월호 유가족과 운동 측을 향해 ‘광화문 세월호 광장을 조속히 철수하라’며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참사 4주기를 기점으로 안산 합동분향소를 철거하게끔 했을 때 예정된 수순이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여파로 세월호가 인양된 이후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가 2017년 7월 출범했다. 그리고 올해 8월 6일 최종적인 종합보고서를 제출한 뒤 활동을 종료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주목했듯이, 선조위 최종 보고서에는 침몰 원인에 관한 두 가설(내인설과 ‘열린 안’이라고 불리는 외력설)이 공존한다. 그러나 보고서를 보면 두 가설을 나란히 두기에는 외력설을 뒷받침할 근거는 상대적으로 매우 불충분하다. ‘열린 안’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외력설은 내인설이 단독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한 것에 의의가 있는 정도다.(관련 기사: 세월호 선체조사위 종합 보고서 분석: 인양의 성과와 과제)

그런데도 최종 보고서에 외력설이 유력한 가설로 실릴 수 있었던 것은 왜일까?

외력설을 가장 강하게 주장한 측은 선조위 내 유가족 추천 위원들이었다. 416연대도 공식 논평을 통해 ‘열린 안’을 지지했다.

세월호 운동 일각에서는 이번 선조위 조사 결과로 ‘세월호 진상 규명은 어느 정도 다 됐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세월호 운동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듯하다. 그간 세월호 운동의 주된 초점이 진상 규명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걱정은 이해할 만 하다.

또, 선체 이상설만으로는 박근혜 세력을 단죄하지 못한다는 불만과 우려는 정당한 측면이 있고, 무엇보다 선체 이상만으로는 구조 방기·방해 의혹을 풀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직접적 침몰 원인 뿐만 아니라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 구조 방기·방해 과정 등도 더 밝혀내야 한다. 이런 것들이 2기 특조위의 과제일 것이다.

해양 사고 추이 이윤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박근혜 등 당시 집권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맥락에서 정부를 문제 삼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가족에게 연대하고 지지를 보낸 수백만의 보통 사람들은 단지 진상이 궁금해서 그랬던 건 아니다. 불투명한 진상 속에서도 정부와 기업주들이 이윤 우선주의를 위해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건의 본질 때문에 깊은 충격과 공분을 느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본지가 참사 초기부터 지적해 온 대로) 초기부터 정치적 사건이었고, 거듭 정치투쟁 속에서 진퇴를 반복했던 것이다.

결국에는 본지의 주장대로 진실 규명도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덕을 많이 봤다. 선체 인양과 목포항 거치가 바로 그 성과다. 운동의 압력 속에서 박근혜의 7시간 의혹도 거의 밝혀졌다. 정권 안정에 해가 될까 봐 국정원에 기무사까지 나서서, 즉 정권 차원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감시하고 여론 공작을 벌인 진상도 밝혀냈다. 이는 간과해서는 안 될 운동의 소중한 성과들이다.

4년간 민간의 노력도 진실 규명에 한 구실을 했다. 침몰 배경과 원인 관련해서는 초기 민변의 조사위원회나 특별팀이 조사 결과를 잘 정리한 《세월호, 그날의 기록》, 세월호 재판 참관기 《세월호를 기록하다》, 뉴스타파 등도 모두 기여했다.

그런데 416연대는 최근 발표한 글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위적인 범위에 진짜 원인 제공자, 몸통이 있을 수 있[다.] … 원인 제공자는 진실을 알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조타 미숙 또는 정비 불량, 과적, 복원력 불량이라고 보는 주장은 [박근혜 일당이 유포하는] 교리에 불과하다.”

조타 미숙을 원인으로 꼽은 것은 검찰의 졸속 수사의 결과지만, 나머지는 (드러나는 조사 결과에 비춰 봐도) 침몰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요인들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이 요인들을 교묘하게 구분 없이 뒤섞어 불필요한 것들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기업 이윤 논리를 진상에서 배격하면, 2기 특조위가 함께 다루게 돼 있는 가습기 사건은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진실 규명의 메스를 들이댈 것인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런 음모론적 암시는 반짝 관심을 촉구할 수는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결코 유리하지 않다. 그래서 위험하고, 진지한 운동 참가자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일이다.

음모론과 확증편향적 태도는 대중을 오히려 수동화시키고, 밝혀지는 진상에 대한 선입견에 따라 지지자들이 분열하며, 종국에는 진실 규명 요구의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할 수 있다.

총체적 관점

이런 발상에는 침몰 원인으로 선체 내부 요인을 지적하는 것이 박근혜식 꼬리 자르기(참사의 모든 책임을 청해진해운 유병언의 탐욕으로 돌리기)와 같다는 생각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부적절하긴 마찬가지다. 기업의 문제와 국가·정부의 문제가 서로 결합돼 있지 않고 분리돼 있다고 보는 개혁주의적 상식과 연결돼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둘은 결합돼 있다.

2014년 10월 검찰과 박근혜가 청해진해운 유병언을 처벌하는 선에서 세월호 참사 문제를 일단락 지으려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병언같은 자들이 보통 사람들의 안전을 담보로 맘껏 탐욕을 부릴 수 있게 해 준 것이 바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였다는 점을 봐야 한다. 그 점에서는 민주당의 역대 정부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박근혜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생명보다 비용을 우선하는 수많은 정책으로 대형 참사의 길을 놓았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재난 관리 재정은 4.9퍼센트 감소했고, 예산 축소로 지방 해경의 수색구조계가 없어졌다. 그래서 해경이 평소 받은 훈련은 바다에 빠진 사람을 건져 내는 것뿐이었고, 현장에 유일하게 출동했던 123정의 정장은 인사 이동을 한 뒤 한 번도 훈련을 받지 않았다.

‘세월호 7시간’이 보여 주듯 박근혜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에 관심이 없었다. 뒤늦게 대중 앞에 나타나서는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따위의 황당한 소리를 했던 이유다.

박근혜는 세월호가 악천후에도 출항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강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제주 해군기지행 철근 수백톤은 배가 기울어지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가 단지 기업주 처벌 문제로 끝나지 않을까 봐 그토록 ‘세월호 지우기’에 앞장서고 유가족을 모욕·탄압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같은 기치 아래 여러 정부 반대 투쟁, 특히 노동자 운동과 연결될까 봐 두려워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자본주의 국가의 우선순위를 명백하게 보여 준다. 따라서 비용 절감을 위한 선박의 부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곧 국가를 운영하는 위치에 있던 박근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음모론이나 개혁주의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 관점이 더 유용한 이유다. 참사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은 체제의 근본적인 모순을 들춰내 지배계급의 수장으로서 박근혜의 책임을 묻게 하고, ‘세월호 이후는 달라야 한다’는 이 운동의 구호가 실현되려면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제시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로 보면, 세월호 참사의 주범들인 기업주와 국가 정책, 해수부 관료들 등이 어떻게 자본주의적 우선순위로 뭉쳐 있는지 해명할 수 있다. 이런 설명은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왜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본지가 한 기업 소유의 배에서 일어난 사고가 결국 정권 퇴진 투쟁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초기부터 정확히 지적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윤 경쟁 체제를 수호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를 품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독립적이어야 함을 실천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문제를 노동자 운동의 과제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독립적

선조위가 남긴 과제는 11월부터 본격 가동될 2기 특조위가 받아 안게 된다. 그리고 2기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다룬다.

언론의 관심은 2기 특조위가 내인설과 외력설 중 어느 편에 손을 들 것인지에 쏠려 있지만, 그것만이 쟁점은 아니다.

선조위의 종합 보고서에는 세월호 참사 적폐 해소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안전 제도 관련 개선이 미비했음을 지적하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참사 이후 해사안전법과 해운법의 안전관리책임자 관련 조항이 개정됐지만 “교육과 자격을 강화했을 뿐”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 그것에 대한 제재가 무엇인지 전혀 입법이 안 돼 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해상 사고는 더 늘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영흥도 낚싯배 침몰, 살균제 계란, 독성 생리대 등 기업주의 이윤 벌이 때문에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탓에 벌어진 대형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대형 참사를 줄이려면 정부의 ‘대형’ 투자가 필요한데 문재인 정부(와 여당)는 그러기는커녕 제2의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낳을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사실 가습기 살균제 자체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규제 완화 덕분에 허가된 것이다.

문재인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온화한 태도로 기대감을 높였지만 실천은 실망과 배신감만 안겨 줬다. 세월호 쟁점은 집권 초기 문재인 정부의 이미지 메이킹에는 도움이 됐겠지만, 오히려 미수습자 유골 은폐 의혹 등이 일어 가족들의 고통은 배가 됐다.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 백남기 농민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후속 조처는 없었다.

따라서 세월호 운동이 농성장을 유지하며 제 목소리를 내야 문재인 정부가 어기고 있는 약속이 무엇이고,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대중에게 알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해경 고위직에 버젓이 남아 있는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 사회를 건설하려는 다양한 운동들에 연대하는 것 등 세월호 운동이 앞으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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