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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조사위 종합 보고서 분석:
인양 조사의 성과와 과제

이 기사를 읽기 전에 “세월호: 2기 특조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세월호 진상 규명과 그 운동을 돌아본다”를 읽으시오.

8월 6일 발표된 세월호 선체조사위 종합 보고서를 보면,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자료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성과가 있다. 2014년 10월 검찰과 감사원이 발표한 졸속 조사 결과보다는 물론이고, 1기 특조위 조사 결과로부터도 진일보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인양 이후 선체 안에 있던 블랙박스, 기계 장치 등을 조사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권위 있는 해외 전문 연구소 또는 용역업체를 통한 실험 연구도 유의미했다.(이런 성과들이 상층 선조위원들의 유능함 때문은 아니었음을 덧붙이겠다. 선조위는 지난 1년 남짓 동안 법안 자체의 한계, 일부 위원의 부패, 위원들 간 갈등, 유가족에 대한 비협조 등 끊임없는 소란을 겪었다.)

저 배에서 무슨 일이? 참사 3년 만에 박근혜가 쫓겨나고서야 목포항에 거치된 세월호 ⓒ출처 목포시

첫째, 세월호의 복원성은 알려졌던 것보다 심각하게 더 나빴을 가능성이 있다.

1기 특조위는 사고 당시 복원성(GoM) 값*을 0.475미터로 봤다. 이번 보고서는 평형수의 양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0.51미터거나 심지어 0.178미터일 수 있다고 봤다. 만약 후자라면 복원성 문제만으로 배가 기울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다.

실제로 세월호는 참사 발생 몇 달 전에도 바람이나 파도 때문에 항해를 중단해야 할 만큼 왼쪽으로 기운 적이 있었다.

또, 선박은 무게중심이 높을수록 복원성이 낮아지는데, 침몰 당시 선체의 무게중심은 감사원이 내놓은 조사 결과보다 13~32센티미터 더 높았다.

이런 구조 때문에, 정상적인 배는 평형수가 전혀 없어도 운항이 가능해야 하는데도 세월호는 한국선급이 승인한 여객선 중 유일하게 평형수 없이 떠 있을 수 없는 배였다고 한다.

세월호의 독특한(비정상적인) 선체 구조도 추가로 발견됐다. 세월호는 선미 부분이 넓어서 배가 10도 정도 기울었을 때 선미 일부가 침수되고, 그렇게 되면 이 구역은 복원성에 기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화물 이동에 의한 2차 기울어짐과 부실한 고박 문제가 더 정확히 확인됐다.

선조위는 복원된 화물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첫 급선회 직후 아주 짧은 시간 만에 배가 45도 이상 크게 기울었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는 기존 연구 결과보다 세월호가 더 빠르게 기울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빠른 기울어짐은 화물의 이동에 영향을 끼쳤다. 선조위는 화물이 18도에서 20도 사이에서 움직이기 시작해 45도에 이르자 화물이 대부분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근거를 확보했다.

고박 상태도 더욱 자세히 알게 됐다. 선조위는 인양된 배에서 고박 장치를 모두 수거해 조사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고려해 추론해 보면, 제주 해군기지행 철근이 실려 있던 D데크에는 고박 장치가 없거나 매우 부실했다.

배가 20도 가량 기울었을 때 이 철근 더미가 쏟아지면서 배 가운데 대형 건조기 고박 장치와 부딪혔고, 그것이 연쇄적으로 총 250톤의 화물을 이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화물의 이동은 급선회로 인한 1차 기울어짐 이후 더 결정적인 2차 기울어짐과 끝내 침몰을 야기했다. 영국의 선체 감정 기관이자 선조위의 용역업체였던 브룩스벨은 이렇게 결론지었다. “철근 화물의 상태가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화물과 고박 관련 규정을 지켰다면] 조타기 고장은 선박을 표류시키는 정도의 결과만을 낳았을 것이다.”

근본적 책임

셋째, 침수가 매우 급격하게 일어났다.

사고 당시 해경들 사이에는 세월호가 자체 부력 때문에 꽤 오랫동안 물 위에 떠있으리라 짐작하는 말이 오갔다. 그러나 당시 세월호는 고작 101분 만에 침몰했다. 여기에는 침수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침몰 당시 수밀문과 맨홀 등 각종 문들이 열려 있었음이 발견됐고, 거의 “열려 있는 배” 상태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해경의 무능 문제와 별개로, 구조의 ‘골든타임’이 대폭 짧아진 것이다. 꼼꼼하게 막혀 있어야 할 부분의 압축바나 고무 패킹은 낡거나 손상돼 있었고, 선원들은 침수를 막기 위한 조처들에 소홀했다.

마지막으로 급선회 쟁점이 있다. 세월호 침몰은 여러 요인의 복합된 결과지만, 침몰의 시작이자 직접적 계기는 급선회다. 그래서 이 급선회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계속 논란이 돼 왔다.

검찰은 조타수의 실수(대각도 조타)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조타기나 엔진 등 기계 결함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선조위 보고서는 개연성 있는 급선회 가설인 조타기 조작 장치(솔레노이드 밸브) 고장 여부를 사실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유압을 이용해 밸브를 좌우로 움직이며 타를 조작하는데, 노후화 때문에 밸브가 한 쪽으로 움직인 상태에서 기름이 굳고 눌려(고착) 멈춰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타가 한 쪽으로 과도하게 돌아가게 된다.

이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에 착안한 가설을 ‘내인설’이라고 부른다.

‘내인설’에 반기를 든 것은 권영빈 위원 등의 외력설(소위 ‘열린 안’)이다. ‘열린 안’이라는 명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종 보고서에 내인설이 단독 채택되지 않도록 하는 데 의의를 둔 안이다. 내인설이 완전하게 검증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외력(그게 무엇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하게 검증된’ 가설이 아니라는 이유를 내세우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왜냐하면 진상 규명이란 애초부터 가장 가능성 있는 가설을 제기하고 끊임없는 조사, 연구를 통해 비어 있는 퍼즐을 맞춰 가는 과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침몰 원인을 100퍼센트 완전하게 검증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인설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꽤 탄탄한 근거들을 확보했고 지금까지 나온 침몰 원인 설명 중에 가장 개연성이 높다.

반면 외력설은 자체 근거가 없다. 오히려 선조위 조사 결과를 찬찬히 살펴보면 외력설을 배제해야 하는 근거만 여럿이다.

예컨대 네덜란드 해양연구소이자 모형 실험을 수행한 용역업체 마린은 “외력 가설은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결론 내렸고, 또 다른 용역업체 브룩스벨은 외부손상조사보고서에서 “외부 물체로 인한 어떠한 손상의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고 결론지었다.

심지어 선조위가 자체적으로 선체 외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라도 “외력에 의한 변형 가능성은 없”었고 “외부 충격으로 의심할 만한 파공”도 없었다.

즉, 내인설에 비해 외력설은 뒷받침 근거가 비교할 수 없이 빈약하다.

외력설이 곧바로 음모론인 건 아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의 침몰설을 외력설과 연결시키려 한다. 그러나 음모론적 접근은 참사의 책임을 박근혜 정부만의 문제로 축소할 위험이 있다. 이미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확인된 이윤 시스템의 무분별한 비용 절감 문제를 책임에서 빼버리는 협소한 관점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 나아가 자본주의 국가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보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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