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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세월호 청원 거부 이후:
“정부 향해 정면으로 요구하며 싸우자”는 목소리가 커지다

6월 27일 416연대 서울지역 회원 토론회가 열렸다.

416연대 회원들, 특히 광화문 농성장과 지역 곳곳에서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캠페인을 이어 온 시민 활동가들은 운동 방향을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최근 쟁점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전후로 한 달 만에 24만 명이 참가한 세월호 참사 (검찰) 특별수사단 설치 청와대 청원을 문재인 정부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단칼에 거부한 사건이었다. 책임자 처벌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희망 고문 대선 후보 시절인 세월호 3주기. 당시의 약속들은 다 어디로 갔나?

416연대 회원들 사이에서 깊은 실망감과 분노가 들끓었지만 416연대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에 항의하기를 주저했다.

오히려 대통령에게 좀더 직접적인 책임을 묻자는 취지의 일명 ‘사발통문’ 움직임이 SNS에서 시작되자 발빠르게 “중단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더 나은 투쟁 방향을 내놓지 않은 채 말이다. 안타깝게도 세월호 가족협의회 지도부도 이런 대응에 함께했다.

그간 묵묵히 운동 지도부를 지지해 온 시민 활동가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서명대를 지켜 온 자원봉사자(서명지기)들이 활동 중단을 선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서명지기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간절함과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명 받으면서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아직 안 됐어요?’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희망고문을 당했습니다. 더는 참으면 안 됩니다. ‘반정부 투쟁’이라며 부담 느끼지만 말고 우리가 정당한 요구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좀더 강한 투쟁을 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몸으로 움직일 준비가 다 돼 있는 사람들입니다.”

많은 참가자들은 416연대가 문재인 정부의 약속 배신이 거듭돼도 그에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고, 자유한국당 해체 요구를 앞세운 데 대한 일리 있는 불만도 토로했다. 한 서명지기가 말했다.

“저희도 자한당 해체를 바랍니다. 그런데 시점이 문제였어요. 416연대가 그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던 시점은 청와대 청원 답변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우리는 광화문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한] 기자회견이라도 하고, 청와대 앞에서 팻말이라도 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계획이 전혀 없었어요.”

“우회말고 직진해야”

다른 참가자들도 “[문재인 정부를 향해] 우회하지 말고 직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2기 특조위가 고발을 많이 하면 검찰이 특별수사단을 설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청와대 청원 운동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발언을 했다. 공교롭게도 청와대가 댄 변명과 그 논리가 겹쳐 찜찜하다.

박래군 공동대표가 “416연대 내 TF를 만들고 지역 순회 토론회를 해서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 답변하자, 한 참가자는 “궁색하다”며 지금이라도 구체적이고 제대로 된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서명지기는 제주 영리병원 반대 운동에서 배워야 한다고도 말했다.

“제 본업은 간호사입니다. 제주도지사 원희룡의 제주 녹지병원 추진 과정을 지켜봐 왔는데, 정부는 다 알면서 뒤로 물러나 있었습니다. [영리병원 반대 운동이 병원 설립을] 무산시켰습니다. 세월호 문제도 정부가 해 줄 것들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정부를 향해 강력하게 특별수사단 설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필자는 이 토론회에서 올해 세월호 운동이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 벌어진 항의 운동과 충분히 결합하지 못한 것은 아쉽고, 문재인 정부에 맞서고 있는 노동운동과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이 끝날 때까지도 지도부에게서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층에서 민주당 정부와의 협력 기조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고, 정면으로 싸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크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청와대가 특별수사단 설치를 거부한 것은 지난 2년간 거듭 보여 온 세월호 약속 배신의 연장선이다. 참사 책임자를 해경 최고위직으로 승진시키고, 미수습자 유골을 은폐하고 선체 조사를 방해한 해수부의 만행을 눈감아 주고, 정부 차원 특조위 구성 약속을 국회로 떠넘긴 뒤 여야가 2기 특조위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등등. 제주 해군기지행 철근 과적과 국정원 개입 등 이미 박근혜 정권 하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 건설이라는 세월호 운동의 요구를 성취하려면, 문재인 정부와 국가로부터 독립적으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