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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제외, 자회사 추진 못 참겠다:
정부가 제대로 된 정규직화 책임져라

지난 9월 28일 하루 공동 파업을 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들이 연이어 다시 파업에 나섰다. 10월 19일 한국잡월드를 시작으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10월 22~24일), 의료연대 민들레분회(10월 23~26일), 마사회(10월 27~28일)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다.

주말인 10월 27일에는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해 민주노총 산하 공공부문 노조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집회를 연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엉터리로 전락한 것에 항의하고 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대표적 노동·일자리 정책으로 내세우며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생각은 정반대다. 이 정책이 발표된 지난해 7월 이래로 노동자들은 기대가 깨지고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심지어 환멸감을 느끼고 있다.

노동자들은 상시업무를 하는데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무더기로 제외됐다. 무기계약직 전환자들은 저임금에 고착되는 임금체계(표준임금모델)를 강요받고 있다.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을 강요받고 있다. 민간 위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학교, 병원, 공기업·공공기관, 지자체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줄기차게 싸워 온 이유이다. 이런 투쟁 와중에 최근 김원창 공공연대노조 울산항만공사지회장이 청와대 앞 시위 이후 귀가하다 쓰러져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한가하게 “성공” 자평이나 되풀이하면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해 왔다. 그래서 분노가 쌓일 대로 쌓인 노동자들이 한 달 만에 다시 파업에 나선 것이다.

지금 싸우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새롭게 조직된 신규 노조 조합원이다. 이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앞장서서 끈질기게 싸우며 정부의 위선과 본질을 폭로했고 투쟁 잠재력을 유감 없이 보여 주고 있다.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불만도 점점 증대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규제완화 등 노골적인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고, 최저임금, 노동시간, 임금체계 문제에서 거듭 후퇴했기 때문이다. 10월 1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안건을 다루기로 했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유회도 이런 불만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다른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극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자회사 방안은 포장만 바꾼 간접고용 꼼수

이번에 파업에 나서는 노조들의 핵심 요구는 자회사 전환 반대, 직접고용 정규직화다. 일부 공공기관들에서는 이미 자회사가 설립됐지만, 나머지 상당수에서는 여전히 자회사 전환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옳게 지적하듯, 자회사 전환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아니다.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수 없는 방안이다. 자회사 전환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이거나 그것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최근 자회사 설립을 강행한 한국잡월드에서 사측이 내놓은 처우 수준도 그렇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직접고용을 피하고 자회사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고, 고용 보장과 임금·조건 개선 등을 위한 비용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공공기관 자회사는 모회사보다 구조조정하기도 훨씬 쉽다. 공공기관 자회사가 지분 매각(민영화)이나 외주화를 통해 용역업체가 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 가스공사, 마사회, 발전사 등에서 노동자들은 자회사에 고용됐다가 하루아침에 용역회사로 바뀐 경험이 있다.

이처럼 자회사 방안은 포장만 바꿔 간접고용을 유지하는 꼼수다. 그러니 노동자들이 기만적인 자회사 방안을 반대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좋은 자회사?

이 같은 노동자들의 저항은 일부 노동단체와 인사들이 ‘좋은 자회사’ 모델을 주장하며, 자회사 방안을 수용하라고 노동자들을 설득했던 것이 잘못임을 보여 준다.

이런 단체와 인사들은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을 모두 직접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른바 현실론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철도공사와 인천공항공사 등의 정규직 전환 심의 기구(노·사·전문가 협의 기구)에 참가해 노동자들이 자회사 방안을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구실을 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사측은 ‘좋은 자회사’ 모델은커녕 임금 등 처우에서 더 후퇴한 조건을 내밀었다. 최근에는 자회사 설립 관련 법률적 쟁점이 불거져 자회사 전환조차 더 늦춰질 판이다.

노동단체 인사 중에는 철도에서 기존 자회사 노동자들의 상당수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하는 권고안을 낸 경우도 있다. 노동자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자회사 방안 수용을 주장했던 한 인사는 최근 이렇게 주장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자회사 방식을 용인하면서 하향평준화 경향으로 치우쳐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 않는 이런 유체이탈 화법은 무책임해 보인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공공운수노조 총력 투쟁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자회사 전환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조승진

공공부문 산별·연맹 차원으로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항의에 눈과 귀를 막고 있다. 자회사는 ‘돈 안 드는 정규직화’를 추진하려고 정부가 내놓은 방안인데, 이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공공기관(인천공항, 철도, 한전 등)에서 자회사 방안이 노사 합의로 추진된 것도 정부가 믿는 구석인 듯하다.

이런 상황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위해 만만치 않은 투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연대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공공부문 산별·연맹들과 민주노총은 파업에 나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각자도생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특히 공공부문 산별·연맹은 산별노조 차원의 투쟁을 선언해야 한다.

그런데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참가하고 있는 양대노총 공대위 대표자들은 10월 22일 기재부·행안부와 경사노위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유회로 사회적 대화 기구 참가가 승인되지 않았음에도, 그것이 조합원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임에도, 노조 지도자들이 사회적 대화 추진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와의 대화를 중시하면서 투쟁에 힘을 쏟기는 어렵다. 사실 지난해 공공부문 정규직화 문제에서도 민주노총과 일부 산별 연맹 지도자들은 정부와의 교섭에 매달리느라 기층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정부와 파트너십을 이뤄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구상 속에서 정부와 충돌하기를 꺼린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훨씬 분명하게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고 조건을 악화시키기로 방향을 정했다. 직무급제 추진과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도 하반기에 추진하려 한다. 따라서 지금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투쟁 조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와 사용자들의 이간질 시도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려는 노조 내 좌파 활동가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전교조, 철도, 지하철 등에서 노조 지도부는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의 보수적 반발을 의식해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지 않거나 후퇴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약화시켰을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의 사기도 떨어뜨렸다. 좌파 활동가들은 비정규직 연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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