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판 ‘탄력근로제’ 반대 시위가 분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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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우파 정부의 가혹한 노동법 개악에 맞선 시위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분출했다.
12월 12일 이후 부다페스트에서 사흘 연속으로 시위가 있었고, 16일 일요일에도 시위가 열렸다.
이번 시위의 규모가 커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시위 참가자는 최대 수천 명 남짓이다.) 시위대의 분노, 전투성, 반정부 정서에서 [현 정부에 대한] 광범한 불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파 정당 ‘동맹’당 소속 현 총리 오르반 빅토르가 당선한 2010년 이후, 헝가리에서는 이번보다 훨씬 거대한 운동들이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시위·행진들은 대개 의례적이고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롭게 끝나곤 했다.
이번 시위는 교통을 마비시키고자 했다. 시위대는 국회의사당 양측으로 뻗어 도나우강을 가로지르는 대형 교량 두 개와, 부다페스트의 교통 요충지인 옥타곤 교차로를 점거했다.
시위대는, 최루액을 분사하고 페퍼포그 다연발탄과 연막탄을 쏘아대는 경찰과 접전을 벌였다. 경찰은 몇 시간 동안이나 도심과 몇몇 주요 관광 명소를 사실상 통제하지 못했다.
모두 최근 유례가 드문 일이다.
시위대의 전술 일부는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과 영국 직접행동 [환경] 단체 ‘멸종 반란’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단체들 중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는 ‘할가토이 연합’이라는 학생 단체다.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고 자본주의의 여러 측면에 반대하는 좌파들이 여기에 속해 있다.
또 다른 주요 단체인 ‘헝가리 모멘텀’도 운동의 주도권을 쥐려 애쓰고 있다. 이 단체는 ─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등 ─ 사회적으로는 포용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적이어서 유럽연합을 지지하고 세계화된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
파시스트 정당인 요빅당은 지금까지는 이 운동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지만, 자기 청년 당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려 한다며 을러대고 있다.
방아쇠
정부의 이번 노동법 개악이 시위의 방아쇠를 당겼다. 새 법에 따르면 사장들은 노동자들에게 1년에 최대 400시간이나 초과근무를 시킬 수 있고, 일감이 적을 때는 초과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노동 시간을 [마음대로] 줄일 수도 있게 된다.
오르반은 헝가리를 저임금·유연노동에 기반한 경제로 탈바꿈시켜 헝가리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게끔 하고자 한다.
[오르반이 노동법 개악을 단행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독일계 다국적 자본들이 자신들의 헝가리 지사에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들에게 노동력이 부족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오르반 정부가 유럽연합 바깥에서 오는 이민자들을 모조리 추방하려 들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지만, 정부가 [운동의 성장을] 우려하는 것은 분명하다.
‘동맹’당은 최근 총선에서 극도로 인종차별적이고 유대인 배척적인 선거 운동을 벌여 의석을 늘려, 다수당 지위를 굳혔다. 이들은 ‘수상한 금융업자들이 헝가리를 이민자들 천지로 만들려 드는 것’이 헝가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위협이라는 선동으로 전체 인구 40퍼센트를 성공적으로 설득했다.
그렇게 이들은,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를 양산하고 의료·교육 복지를 삭감하는 정부를 향한 사람들의 반감을 다른 쪽으로 돌렸던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동맹’당을 지지한 사람들도, 외국계 다국적기업들에게만 도움될 뿐 자신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주는 끔찍한 노동법 개악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이번 시위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잠재력이 있다. 급진적 학생들만이 아니라 헝가리 노동계급의 많은 부분이 동참할 수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오르반 정부는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