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총리 오르반 몰락에 기뻐하는 헝가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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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어떤 자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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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헝가리 총선에서 극우 총리 오르반 빅토르가 패배를 인정하자 헝가리인 수백만 명이 환호했다. 오르반의 정당 피데스는 다수당에서 제2당으로 밀려났다.
피데스 출신의 머저르 페테르가 이끄는 정당 티서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제1당이 됐다.
오르반의 패배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영국의 나이절 퍼라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또한 헝가리에 독재 정권이 수립되기를 꿈꾸던 국제 극우도 타격을 받았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와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 둘 다 오르반의 선거 운동을 지원하러 헝가리를 방문했었다.
오르반은 2010년부터 헝가리를 통치했다. 16년 동안 그는 권위주의적 탄압과 이주민들을 겨냥한 악랄한 인종차별을 자행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유대인 혐오적 음모론을 지지하고, 성소수자와 여성의 권리를 옥죄는 법을 도입했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계급 사람들이 공격받고 모든 층위에서 부패가 횡행하는 가운데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
머저르는 이 기간 동안 피데스의 충실한 당원이었지만 최근 더 자유주의적인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바꿨다.
피데스는 원래 전통적인 보수 정당이었지만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우경적으로 급진화했다.
피데스는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다수당이 돼, 더 권위주의적인 헌법을 도입하고 모든 주요 기관에 당원들을 침투시켰다.
이런 “국민적 협력 체제” 하에서 피데스, 국가, 민간 자본이 긴밀한 관계를 맺었고, 부패가 성행했다.
헝가리의 핵심 에너지 대기업 MOL이 그런 경우다. MOL 지분의 10퍼센트를 소유한 ‘머티어시 초르비누시 촐레기움’ 재단은 피데스의 “학술” 유관 단체이고, 이 재단을 지배하는 오르반 벌라주는 총리 오르반의 정치 고문이다.
헝가리 정치는 어떻게 우경화했나
극우가 헝가리 정치를 장악하기 시작한 것은 2007~2008년 금융 위기 때였다. 당시 위기로 부채에 시달리던 중간계급이 파탄 났다.
파시스트 정당인 요비크가 유대인과 로마인[‘집시’]을 탓하며 세력을 키웠다. 요비크는 자유시장 정책에서 별 이득을 보지 못한 사회 집단(농촌 빈민이나 청년 등)을 지지 기반으로 끌어들였다.
또한 요비크는 준군사단체인 헝가리수비대를 꾸렸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불법화된 단체다.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헝가리 사회당(MSZP)의 집권 기간이 온갖 스캔들로 점철된 끝에 2010년에 막을 내리면서 피데스가 선출됐다. 피데스는 “전통적 가족”을 옹호하는 법을 도입하고, 로마인들을 공격하고, 부상하는 요비크를 견제하기 위해 그들을 따라했다.
2015년 수많은 시리아인들이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건너왔을 때 일어난 난민 위기 속에서 정치 지형이 더 우경화했다.
난민 위기에 대응해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 유럽연합(EU)은 회원국마다 재정착 난민 인원을 할당했다.
피데스는 EU 탈퇴에 늘 반대했다. 헝가리 자본주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서다. 헝가리 자본주의는 독일의 다국적기업들과 투자에 의존한다.
그러나 피데스는 사람들의 분노를 인종차별적인 방향으로 틀기 위해 EU의 난민 할당 문제를 걸고넘어졌다.
오르반 정부는 남쪽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철책을 쳤고 2016년에 난민 할당을 국민투표에 부쳐 인종차별을 부추겼다.
한 종류의 인종차별이 강화되면 다른 종류의 인종차별도 강화되기 마련이다. 피데스는 “기독교 유럽”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기 시작했고, 금융가 조지 소로스에 관한 유대인 혐오적 음모론을 퍼뜨렸다.
오르반은 이렇게 말했다. “최대 위협은 남쪽에서 올라오는 수백만 명의 이주민이다. 한 명의 억만장자 투기꾼과 손잡은 유럽 지도자들은 우리 국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주민을 받아들이기를 원한다.”
2018년과 2022년 선거에서 피데스는 요비크의 표를 빼앗는 데 성공했고 이후 요비크는 당세가 쇠락했다.
그러나 EU 바깥에서 이주민들이 오지 못하도록 탄압하는 오르반의 정책은 헝가리에서 노동력 부족 사태를 낳았다.
독일 다국적기업들은 노동력 부족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자 오르반은 2018년 일련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 개악을 추진했다. 이 개악은 ‘노예 노동법’이라고 널리 불린다.
그러나 이 개악은 전투적인 시위를 촉발했고 피데스의 투표층 일부에 타격을 줬다. 이후 헝가리는 계속되는 노동력 부족 때문에 이주 노동자의 수를 늘려야 했다.
머저르는 오른쪽에서 오르반을 공격했다. 머저르는 정부가 헝가리인들을 위한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인 “손님 노동자”들이 동물원에서 오리와 금붕어를 잡아먹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와 퍼라지의 언사를 연상시킨다.
티서는 선거에서 남부 국경 철책을 유지하고 EU의 이주 협약을 거부하겠다고 공약했다.
머저르 페테르의 부상
머저르가 야당 지도자로 이미지를 쇄신한 것은 피데스의 여러 거물들을 거꾸러뜨린 추문이 불거지면서다.
2024년 피데스 소속의 대통령 노바크 커털린이 아동 성학대 스캔들에 연루된 남성을 사면해 줬다가 사임해야 했다.
헝가리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되고 대체로 상징적 구실만 수행한다.
앞서 노바크는 2020~2021년에 가족부 장관이었고 오르반 정권의 여성차별, 성소수자 혐오, 트랜스젠더 혐오를 최전선에서 밀어붙이는 구실을 했다. 피데스는 동성 커플이 자녀를 입양하기 더 어렵게 만들고, 트랜스젠더가 공문에 기재할 이름을 여성형이나 남성형으로 원하는 형태로 선택하는 것을 금지했다.
2021년에 피데스는 ‘아동 보호법’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동성애나 성별 재지정을 “선전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법은 ‘아동 보호’라는 우익의 흔한 거짓말로 성소수자들을 전면 공격한 것이었다.
2024년 2월 2일 오르반의 핵심 측근인 노바크가 코녀 엔드레를 사면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그녀는 그것이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부다페스트 인근 비치케에 있는 ‘코슈트 주저’ 국영 보육원의 부원장인 코녀 엔드레는 전임 원장 바샤르헤이 야노시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은폐하려 했다.
현재 감옥에 있는 그는 2004~2016년 사이에 적어도 10명의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다. 코녀는 한 아동을 협박해서 증언을 철회시켰고 그 범죄 때문에 3년 형을 받고 수감 중이었다.
이 사면 게이트로 관직에서 물러난 사람은 노바크만이 아니었다. 법무부 장관 버르거 유디트(머저르의 전 부인)도 코녀 사면 결정에 부서한 책임으로 물러났다.
헝가리 개혁 교회의 지도자인 벌로그 졸탄 주교도 물러났다. 벌로그 주교는 피데스 정부 하에서 장관을 맡았고 노바크의 정치적 스승이었던 자로, 코녀 가문과 교단 사이의 관계 때문에 코녀 사면을 주도했다.
이 스캔들은 피데스를 크게 뒤흔들었고 그들이 “아동 보호”를 말해 온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드러냈다.
2월 10일 머저르는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고 피데스의 지도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2월 16일 연예인과 유명 인사들의 호소 아래 수만 명이 부다페스트의 회쇠크 광장(영웅 광장)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3월 머저르는 피데스 정부 최상층의 부패를 폭로하는 음성 녹음을 폭로했다. 법무부 장관 버르거 유디트가 국가 관료들이 부패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재판 기록을 어떻게 조작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과거 피데스의 핵심 인물이었던 머저르는 4월 6일 코슈트 러요시 광장에 수만 명 규모의 집회를 조직했다.
며칠 후 머저르는 티서의 후보로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0년 피데스에서 분당한 티서는 머저르 입당 전까지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다.
오르반 정권을 밀어낸 티서는 어떤 정부를 꾸릴까?
최고위직으로 거명되는 인물들을 보면 티서 정부가 어떤 모습일지 짐작할 수 있다.
당의 2인자 터르 졸탄은 “좋은 경영인”을 찾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우리는 주되게 재계에서 인재를 찾고 있다. 우리에게는 특정한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정 정부와 얽힌 게 많은 사람들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이 말은 헝가리 자본주의를 소생하도록 돌볼 기업가들로 새 정부를 채우겠다는 뜻이다.
외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오르반 어니터도 그런 인물이다. 그녀는 2010~2015년까지 고위 공무원이었고 이후 다국적 통신기업 보다폰의 대외협력 책임자, 체코의 화학 대기업 드라슬로프카의 이사장이 됐다.
에너지부를 맡길 인물로는 쉘의 글로벌 부사장 커피타니 이슈트반보다 더 나은 적임자가 있겠는가?
재무부 장관으로는 국제 금융기업 에르슈테에서 일하는 은행가 카르만 언드라시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4월 현재 EU는 헝가리의 몫으로 돼 있는 지원금 190억 유로를 동결해 두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헝가리 정부가 체계적인 부패를 해결하지 못하고 “법치주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오르반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서방의 노력을 지지하지 않고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을 칭찬하는 것에 분노해 왔다.
헝가리 자본주의가 앓고 있는 병을 치료하기 위한 티서의 전략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질서에 더 밀착하는 것이다.
머저르는 헝가리의 막대한 정부 부채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헝가리의 이자 부담은 지난해 110억 유로로 치솟아 역대 최고로 높았다. 머저르는 “투자 심리 회복”을 이루고, EU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보조금 받아서 이자 부담을 줄이려 한다.
티서는 유로화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려면 국가 부채를 GDP 3퍼센트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신자유주의 정책들로 노동계급을 공격할 것을 예고한다. 또한 극우가 자라날 비옥한 토양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오르반이 물러나서 기뻐하지만 헝가리의 극우는 잠시 약해졌을 뿐 격퇴된 것은 아니다.
희망은 헝가리의 평범한 사람들이 이번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돼, 공식 정치가 제시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조직화하는 것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