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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특고노동자 2만 명이 모인다:
“문재인은 노동기본권 보장 약속을 지켜라”

4월 1일 특수고용노동자 100명이 청와대 앞에 모여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 돌입을 선포했다.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 2만여 명이 참가하는 4월 13일 총궐기(서울)를 시작으로 정부에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결의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무를 제공하고 노무수령자나 해당 사업자로부터 그 대가를 받는” 노동자이나, 전속 사용자가 없다는 이유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노동자들이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이나 노동3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사용자로부터 온갖 불공정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최저임금이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기본적 사회보장으로부터도 배제돼 왔다.

이런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는 221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 2709만 명의 8.2퍼센트에 달한다.(3월 25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규모 추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

투쟁

2000년대 초반부터 특수고용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투쟁이 성장하면서 조금씩 요구도 쟁취해 왔고,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져 왔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역대 정부들 모두 특수고용노동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노동기본권 보장은 한사코 외면해왔다.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확대양산법을 강행처리하고, 특수고용노동자에게는 노동기본권을 배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을 내놓았다. 하나의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을 기준으로 선별적으로 산재보험 적용과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적 보호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속성 개념은 이후 대다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한 조치는 산재보험 특례 적용 대상에 한 두 개씩 업종을 추가하는 것이 전부였다.

역주행 중인 문재인 노동3권은 어떤 조건도 없이 온전하게 보장돼야 한다 ⓒ조승진

박근혜 퇴진 운동의 여파 속에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ILO 기본협약(결사의 자유, 단결권 보장) 비준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고용노동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입법 추진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기대감을 높이며, 조직화에 나서고, 적극적으로 노조설립신고에 나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차가 되도록 약속 이행은커녕 오히려 역주행 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ILO기본협약 비준을 논의하는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관련해 ‘향후 모색’한다는 추상적인 결론만 내놓았다.

그래 놓고는 오히려 ILO 협약 비준에 준하는 ‘사용자 대항권’도 인정해야 한다며 노동법 개악안을 논의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대체근로 전면허용,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쟁의행위 찬반투표 요건 강화 등 하나같이 투쟁을 어렵게 만드는 것들이다.

약속 이행 대신 개악?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각종 법안이나 정부 정책은 노동3권 보장이 아닌 직종별 보호대책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진작에 20대 국회에 특수고용노동자를 노조법 상 ‘근로자’에 포함하도록 한 노조법 개정안(2016년 이정미 대표발의, 2017년 한정애 대표발의)이 발의됐지만, 환노위에서는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개악안이 통과될 기세다. 재작년엔 개선안을 냈던 더불어민주당 한정애는 개악의 선봉장이 돼 있다. 여권 전체의 기조가 노동 개악으로 분명히 틀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사노위 ‘단결권 논의’를 반영한 노조법 개악안을 발의했다. 해고자의 자격 및 활동을 제한하고, 사업장 종사자가 아닌 자의 노조 활동을 제약하도록 돼 있다. 이는 개별기업에 ‘전속’돼 있지 않은 특수고용노동자의 투쟁에 장애가 된다.

지난해 11월에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문제다.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되 대상은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이전처럼 사용자 전속성을 잣대로 선별적인 적용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 노동자들처럼 새로운 분야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형성될 때마다 사업주들의 반발을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을 것도 불 보듯 뻔하다.

한술 더 떠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사용자의 요청만 있어도 단체행동을 봉쇄하고, 파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기본권은 노동자가 사용자보다 불리한 조건에 있는 것을 감안해 부여한 최소한의 권리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까지 어떤 조건도 없이 온전하게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 팔을 묶은 채 사용자와 싸우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 개악안은 폐기하고, 특수고용노동자를 노조법 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개정안을 즉각 처리해야 한다.

4월 13일 총궐기 투쟁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직종, 지역을 넘어 단결해 정부와 국회를 향해 노동기본권을 쟁취하려는 투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바란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목소리

※ 4월 1일 청와대 앞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생생하게 현실을 증언했다.

방과후교사들은 숨 쉬는 것도 차별을 받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많아지면서 정규 교과 시간에 공기청정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방과후 교실에는 공기청정기가 없습니다.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방과후교사는 외부업체 소속이고 학교 책임이 아니니 학교에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퀵서비스 업체의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고 요금이나 수수료에 대한 아무런 결정권이 없습니다. 이런 우리를 사장이라고 합니다. 사장이니까 보험이나 연료비, 유지비도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장이 아니라는 것은 업체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학습지교사들은 1999년에 투쟁을 통해 설립필증을 교부받았습니다. 올해 20년이 됐습니다. 그러나 업체는 번번이 학습지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노동부는 외면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투쟁하는 과정에서 사측이나 경찰과 몸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특수폭행 등 특수자가 붙은 전과가 10건이 넘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창원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대리운전노동자가 무면허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합니다. 업체나 정부는 책임지려 하지 않습니다. 플랫폼 기업은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정부는 대책이 없습니다.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투쟁은 플랫폼노동자들의 미래를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화물노동자들은 화물 고정 작업 중 떨어진 화물에 깔려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그러나 노동자가 아니라서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고 일을 시킨 업체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합니다. 파업을 벌이고 단체행동을 하면 불법이라며 공권력을 동원하고 구속과 손배로 탄압했습니다.”

“저는 우버잇츠 맥도날드 배달 노동자 입니다. 업체들은 일정기간이 되면 (고용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배달원들을 자릅니다. 제가 가만있지 않겠다고 하자 다음날 사측이 무기계약서를 들고 왔습니다. 대부분의 배달노동자들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어떤 사장은 교통신호를 지키려 길을 돌아가는 라이더에게 신호를 다 지키면서 어떻게 배달을 하냐며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라이더 노동조합을 출범하려고 합니다. 5월 1일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오토바이 행진을 할 것입니다.”

“우리도 화물연대처럼 싸워보고 싶다며 노조를 만들고 싸워온 지 20년이 됐습니다. 그러나 노동부는 건설기계 등 특수고용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노조 변경신고를 받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임이자가 보호법안을 발의했다는데 우리는 보호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빼앗아 간 권리를 되돌려 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24시간 일하면서 하루 9만 원을 받는 간병노동자입니다. 시급 4천 원 정도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일합니다. 환자들을 부축하다 보면 손목을 다치거나 허리를 다치는 경우가 많지만 산재보험도 안 되고 회사로부터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해 참고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