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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철회 발표:
그러나 많은 홍콩 민중은 더 나은 변화를 원한다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은 14주 동안 대중 항쟁을 이어 온 홍콩의 고무적인 민주주의 운동을 잠재우지 못했다.

9월 4일 캐리 람은 항쟁을 촉발한 악명 높은 송환법 개정안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운동 측은 옳게도 캐리 람을 믿지 않았다. 이들은 람의 발표가 “때늦은 생색”이라며 투쟁을 이어가기로 결의했다.

일부는 람의 발표가 탄압의 전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입법회 의원 레이 챈은 이렇게 말했다. “캐리 람은 송환법 철회 선언을 이용해 시위대를 폭도로 매도할 수 있습니다.

“람의 논리는 이런 식입니다. 송환법이 철회됐으니 이후의 시위는 홍콩 독립이나 ‘색깔 혁명’ 같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조슈아 웡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전 세계인에게 속지 말라고 촉구합니다. 전면적 탄압이 닥칠 것입니다.”

9월 10일 중국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 데일리〉는 사설에서 캐리 람이 송환법 철회를 발표했으니 시위대에게는 “폭력을 지속할 정당성”이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같은 날 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폭력을 중단하고 엄정하게 법을 세우는 것이다.” 람이 말하는 ‘폭력’은 경찰 폭력이 아니라 시위를 일컫는 것이다.

국가가 몇 달에 걸쳐 자행한 가혹 행위, 협박, 체포, 엄포 때문에 홍콩 사회의 성격에 대한 중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한 시위 조직자는 시위 참가자들이 “거듭되는 경찰 폭력과 깡패들의 습격”을 당했다고 했다.

묵인

시위 조직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캐리 람 자치정부가 그런 폭력을 묵인했다고 봐요. 그러니 송환법이 철회되냐 마냐에서 그칠 문제가 아닌 겁니다.”

국제앰네스티 홍콩지부 사무처장 만-케이 탐은 자치정부가 “몇 달 전에” 송환법을 진작 철회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탐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자치정부는 시위대에게 최루가스를 뿌리고 고무탄을 쏘아, 갈등을 부추기고 몇 달 동안 불안정을 조장했습니다.

“홍콩 자치정부는 지극히 불법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탄압했고, 이 때문에 대중의 신뢰와 정부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운동은 5대 요구를 걸고 투쟁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경찰 폭력에 대한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 민주주의 증진 등도 있다.

람이 송환법 철회를 발표한 후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에 ‘#5DemandsNot1Less’[‘요구는 5개, 하나도 못 뺀다’] 해시태그를 단 글을 올렸다.

입법회 의원 에디 추는 람이 송환법을 철회하면 “슬로건을 ‘요구는 4개, 하나도 못 뺀다’로 바꾸겠다” 했다. 하지만 송환법 철회도 확실치 않은 지금은 5대 요구 중 하나라도 달성했다고 확언하기 어렵다.

람의 발표 이틀 전 몇몇 노동자 조직들과 중고등학생·대학생들이 송환법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과 동맹휴업을 벌였다.

람의 발표 직후 시위대는 홍콩 번화가인 몽콕 지구의 경찰서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모든 요구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주에도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학교 바깥에서 인간 사슬을 이루었다. 9월 8일에도 시위가 계속됐다.


“정부는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려 듭니다.”

송환법 개정안은 중국 정부가 홍콩 사람을 중국 본토로 송환해 조사할 수 있게 한다. 중국 정부가 홍콩에 있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표적 탄압할 길을 여는 것이다.

9월 4일 캐리 람은 송환법 개정안 철회 여부를 홍콩 입법회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시위에 참가한 단체인 민간기자회는 이렇게 밝혔다. “입법회는 10월까지 개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한층 우려스러운 것은 입법회가 홍콩 시민들이 선출한 기구도 아니고 친중파 의원들이 주류인 기구라는 것입니다.” 입법회가 개정안 철회를 거부하면 람은 “자기 탓이 아니라며 발뺌하고 법안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민간기자회는 경고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전 세계인에게 호소합니다. 자치정부가 한 발 물러났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송환법 철회 발표 이틀 후 캐리 람은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했다. “입법회 의결의 유일한 목적은 송환법 개정안 철회다.”

캐리 람은 운동을 달래려고 경찰 감시기구인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의 새 위원 두 명을 선임했다. 입법회 의원 클라우디아 모는 이렇게 말했다. “무의미한 조처입니다. 신임 위원들이 람과 한통속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람의 이런 조처는 시위대의 요구인 경찰 폭력에 대한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 시위 연행자 전원 사면에 한참 못 미친다.

람은 사퇴를 거부했고, 운동이 계속되면 계엄령을 발동해 시위를 탄압할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았다.

9월 8일 시위 참가자 몇몇이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개입을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지배계급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할 것이다.

송환법 반대 운동은 홍콩 시민 4분의 1 이상이 참가했고 다른 사회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성장했다.

자치정부 당국이 운동을 분쇄하는 데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집단적 행동에 나선 평범한 사람들의 강력한 힘을 보여 준다.

홍콩 운동은 모든 요구를 쟁취할 때까지 압박을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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