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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한 점거로 연대의 초점이 된 톨게이트 노동자:
문재인은 외면 말고 즉각 전원 정규직화하라

김천 도로공사 본사 농성장 연행을 각오하고 점거를 사수하고 있는 노동자들 ⓒ출처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이 김천 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한 지 10일을 넘기고 있다.

9월 9일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1500명 전원 직접고용을 거부했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하기로 한 노동자 300여 명에 대해서도 원래 하던 수납원 업무를 줄 수 없다고 밝혀, 노동자들은 점거에 나선 것이다.

분노한 노동자 300여 명은 추석 명절 내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점거를 이어 갔다. 건물 밖에도 조합원 150여 명이 노숙하며 집회를 이어 가고 있다. 서울톨게이트 위에서도 여전히 노동자들은 태풍과 매연을 견디며 투쟁 중이다. 16일부터는 청와대 앞 농성도 재개했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 노동자들도 농성에 함께하고 있다.

대다수 여성인 노동자들이 경찰 위협과 침탈에 굴하지 않고 단호하게 투쟁하자 연대와 지지가 크게 모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도로공사 본사 주변에 걸 현수막 신청을 받았는데 반나절 만에 노동조합·단체 등 258곳이 신청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이 다른 부문에도 큰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청와대에 책임을 물으며 절규하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은 9월 3일 민주노총 면담에서, 톨게이트 문제에 대해 조만간 정부 협의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뭐라도 내놓을 것처럼 하더니 조국 임명 후 (도로공사가 직접고용 거부를 발표했는데도) 딱 입을 씻었다. 결국 시간 끌기였다.

심지어 추석 연휴 직전 경찰은 병력 1000여 명을 투입해 대부분 여성, 장애인인 노동자들을 무력으로 해산하려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해산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고, 광범한 연대 때문에 압력을 받아 일단 무력 해산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경찰과 도로공사는 기자 출입까지 막으며 농성장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도로공사는 누전 수리도 차일피일 미뤄서 일주일 넘게 전기 사용도 어렵다. 부쩍 커진 일교차 속에 대리석 바닥에서 자다 보니 아픈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분노스럽게도 9월 16일 도로공사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도로공사는 1, 2심 계류자는 “개별적 특성”이 달라서 대법원 판결까지 가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법원이 판시한 대로 노동자들은 도로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으며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다. 이는 1500명 모두 마찬가지다.

도로공사는 1, 2심 계류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자회사 전환 또는 조무업무로의 2년 이내[한시적] 기간제 채용”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용 안정을 위해 노동자들이 그동안 거부해 온 자회사 전환을 제안하다니, 우롱도 이런 우롱이 없다.

한시적 기간제 채용도 언제 날지 모르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라는 것인데다가, 1, 2심 계류자 전원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이간질하는 성격이 짙다.

그러면서 도로공사는 “불법점거로 업무방해[가] 심각”하므로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을러댔다. 도로공사는 시설물 파손 등에 대해 경찰에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뒤집고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적반하장으로 강요한 도로공사야말로 처벌 대상 아닌가.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되는 노동자들도 압박하고 있다. 평생 수납 업무만 해 온 노동자들에게 도로 청소, 환경 정비 업무를 강요하고, 심지어 타 지역 배치, 순환 근무도 시키겠다고 밝혔다.

원래 자리에서 수납 업무를 하고 싶으면 자회사로 가라는 압박이다. 도로 청소 등은 여성, 장애인이 대다수인 노동자들이 견디기 힘든 일이다. 타 지역 배치와 순환 근무 운운하는 것도 직접고용하는 대신 노동조건 악화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심보다.

게다가 도로공사는 9월 23일 업무 배치를 위한 소집 절차에 불응할 경우 “인사 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협박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받은 300여 명과 나머지 투쟁 대열을 분열시키려는 수작이다.

한편,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남원·순창 지역 국회의원 출마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거물 인사의 출마에 정부의 비호와 교감이 없을 리 없다.

1500명의 삶을 짓밟아 놓고도 국회에 입성하겠다는 위선적인 시도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총 방문 당시 김상조는 톨게이트 문제는 공공기관 전체에 해당하는 복합적 사안이라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는 톨게이트 투쟁의 향방이 다른 비정규직 작업장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민주노총 또한 톨게이트 투쟁을 엄호하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