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노동자:
끈질긴 투지로 직접고용을 성취한 217일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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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이 전원 직접고용을 쟁취하며 투쟁을 잠정 마무리했다. “217일 투쟁을 통해 어제의 우리가 아닌 민주노총의 전사들이 도로공사의 직원으로 입성하게 된다.”(2월 1일 결의대회 결의문)
노조는 단식을 마무리하고, 김천 도로공사 본사와 광화문, 민주당 의원실 농성도 정리했다. 지난해 7월 1일 뜨거웠던 여름, 투쟁을 시작한 지 217일 만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누더기가 돼 노동자들의 실망과 분노가 커지던 상황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대량 해고 사태는 이 정책의 파산을 보여 주는 상징이었다. 도로공사와 정부가 요금수납원에 대한 불법 파견이라는 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자회사를 강행하고, 이를 거부하자 대량 해고까지 감행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은 오히려 직접고용 회피를 정당화해 줬다. 도로공사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회사를 설립했고, 정부는 ‘산업 수요나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기능 조정이 예상되는 업무’를 전환 예외 사유로 둬서 요금수납원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해 도로공사에 힘을 실어 줬다.
문재인 정부의 기재부, 국토부, 노동부는 도로공사를 비판하기는커녕 자회사 강행을 돕거나 방조했다. “사람 중심” 운운하던 정부가 오히려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로 내몬 것이다.
투쟁 과정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조국 사태로 정부 위기가 심화되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톨게이트 문제에 대한 정부 협의결과를 가져오겠다고 했지만, 조국 임명 이후 입을 싹 씻으며 뒤통수를 쳤다.
투쟁 과정 내내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가 우리를 해고했다”고 외친 이유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정부의 위선을 드러내며 저항했고 광범한 노동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톨게이트 노동자 대량 해고 이후에도 노동자 수백 명이 청와대 앞과 톨게이트 캐노피 농성을 지속하며 저항하자 이 투쟁은 초점으로 부상했다.
이 투쟁에서 노동자들이 보여 준 투지는 대단했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일생 처음 노동조합 투쟁을 경험했다. 217일간의 투쟁 과정에서 ‘초짜’였던 노동자들은 투사가 됐다. 고속도로 점거, 서울요금소 캐노피 농성, 청와대 노숙 농성, 김천 도로공사 본사 점거 등 안 해 본 투쟁이 없을 정도다.
특히 노동자들 중에 장애인, 새터민, 여성 등 차별 받는 집단이 많았는데, 이런 노동자들이 대차게 저항하는 모습은 많은 노동자들에게 영감을 줬다.
톨게이트 투쟁이 사회적 초점이 되고 노정 갈등의 핵심 현안이 된 상황에서도 도로공사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승소자들만 직접고용 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려 했지만, 조금씩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올해 1월 17일 1심 소송에 계류된 노동자 전원을 직접고용 하겠다고 물러섰다.
비록 정부가 여전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정책을 완강하게 고집하는 상황이지만,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끈질긴 투쟁으로 중요한 성과를 낸 것이다.
노동자들은 과제도 남아 있다고 말한다. 도로공사는 여전히 2015년 이후 입사자는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직접고용을 해제할 수도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노조에 손해배상 1억 원 청구도 취하하지 않았다. 또한 요금수납원으로 원직 복직시키지 않고 임금과 노동조건에서도 별도 직군을 신설해 차별을 두려 하고 있다. 2월 1일 청와대 앞 결의대회에 모인 노동자들은 “지금까지는 1차 투쟁”이었다며 현장에 복귀해 앞으로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앞으로 남은 과제를 위한 투쟁에도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많은 노동자들에게 울림과 영감을 준 만큼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은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용기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