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입시제도 개편 추진:
어음 발행하며 또다시 사기치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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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문재인 정부는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 투명성·공정성 강화 방안’을 11월까지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2025년까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조국 사태로 교육이 특권 대물림 수단이었음이 드러나 청년들이 분노하자, 이런 불만을 무마하고자 대입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교육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심사에서 탈락한 전주 상산고를 구제해 준 게 바로 정부였다.
1년 전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내놓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수능 정시 전형 30퍼센트 이상으로 확대, 상대평가 유지)도 치열한 입시경쟁과 교육 불평등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문재인 스스로 입시제도 재검토를 주문한 것이 역설적으로 이를 보여 준다.
올 11월에 내놓겠다는 방안도 당장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난 2025년 또는 2028학년도에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약속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이번 대입제도 개편안은 조국 사태에 대한 물타기일 뿐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다.
한국당 등 우파들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교과 부분이 부모의 능력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면서 “정시 확대로 공정성을 확보”하자고 주장한다. 고위공직자 자녀 전수조사에 반대한 한국당은 역겹게도 청년들의 상실감을 이용해 정시(수능) 확대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자녀 특혜 의혹 등을 보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서울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수능 중심의 정시 비율이 늘어날 경우 자사고 학생과 강남 학생들의 입학 비중이 급증한다. 이미 현실에서는 자사고, 특목고 출신 학생들이 주로 수능 사교육에 의존해 서울대에 입학하고 있다. 수능을 ‘금수저 전형’이라고 하는 이유다.
물론, 학종도 자사고·특목고에 유리하다. 2017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현황’을 보면, 서울대 입학생의 50퍼센트 이상이 학종을 통해서 선발되는데, 이 중 64퍼센트가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다.
따라서 현 입시체제 하에서는 수능이든 학종이든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애초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따라 출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하다.
기울어진 운동장
그런데 진보진영의 최근 논의도 학종이냐, 교과냐 하는 논의에 머물고 있다.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10월 10일 전교조가 주최한 ‘대입제도 개선 및 교육개혁방향 토론회’에서도 정시와 수시의 비율, 수시에서 학종과 교과의 비율이 어느 정도 돼야 하는지가 주로 논의됐다. 물론 참여자 대부분은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수능 자격고사화처럼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주장했지만, 이는 먼 미래의 대안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학종 강화나 내신 교과 강화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학종 비교과 영역의 스펙 쌓기 경쟁처럼 입시가 복잡해질수록 경제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상류층 가정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내신 강화도 사교육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 서열화와 자사고·특목고의 고교서열화에 대해 도전하지 않고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기란 불가능하다.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진영은 ‘현실적 대안’ 찾기에 골몰하기보다는 그동안 제안된 대학평준화, 입시 폐지 등을 주장해야 한다.
진정한 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독립적으로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조국 사태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는 정부가 위기 탈출용으로 꺼내 든 입시개혁 카드에 진보진영이 호응할 이유가 없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철회, 교원평가 폐지, 특권학교 폐지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