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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경쟁은 그대로 두고:
고교 무상교육만으로는 교육비 못 던다

올해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된다. 문재인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시행한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고교 2·3학년만 무상이었지만 올해부터 모든 고교생으로 확대되면서 학생 1인당 교육비가 160만 원 절감된다고 한다(입학금과 수업료를 학교장이 결정하는 사립학교는 제외). 경기도는 2020년 4분기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OECD 국가 중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였다. 2017년 기준으로 고교 학비 미납 학생이 약 1만 5000명에, 미납 금액은 66억 원에 달했다. 저소득층에게 교육비가 지원된다고는 하지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고교 무상교육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2024년까지 정부와 교육청이 절반씩 분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도 교육청이 1조 원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과거에도 중앙정부가 ‘누리과정’(만 3~5세의 취학 이전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공통의 보육,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 예산을 교육청들에 떠넘겨 교육청들의 예산 부족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획기적 교육재정 투자로 유아에서 대학교까지 공교육 비용 국가 책임 부담”을 약속했지만, 2021년 교육부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2021년 교육부 소관 예산은 76조 4645억 원으로 2020년 본예산보다 9926억 원이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4월에 ‘2021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를 발표한 것은 취임 초 80퍼센트를 육박하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2020년 총선을 겨냥한 지지율 만회 카드였다. 지금도 경제 위기와 개혁 배신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상황에서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 이용하고자 한다.

정부는 “무상교육을 통해 부담을 덜어주면 저소득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 소득이 약 13만 원 인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진공동취재단

공수표

그러나 고등학생 교육비 부담의 진정한 주범은 입시 경쟁에서 비롯한 사교육비이다.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2만 1000원으로 2018년보다 10.4퍼센트나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사교육비 중에서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36만 5000원으로 2018년부터 중학생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고교 무상교육의 효과가 무색하게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부담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학 입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문재인 정부가 “교실혁명을 통해 공교육을 혁신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공수표였음을 드러낸다. 공교육 내실화를 강조하며 학생 중심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고교학점제는 오히려 성적 경쟁과 입시에 유리한 교과목에 집중되는 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에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내놓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 방향’은 수능 정시 전형을 30퍼센트 이상으로 확대하고 상대평가를 유지해 입시 경쟁 완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이었다. 게다가 2019년 조국 사태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문재인 정부는 위기 탈출용으로 입시개혁 카드를 꺼냈지만, 정시 전형을 40퍼센트 이상으로 확대해 오히려 수능 경쟁이 더 치열해지도록 만들었다.

반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은 임기가 끝난 2025년으로 미뤘다.

문재인 정부는 ‘대학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대학서열화 완화’ 공약도 내놓았지만, 이제는 이 공약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3년 반 동안 입시 경쟁 완화를 위한 개혁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진작 시행됐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재정 확충으로 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대학평준화 등으로 입시 경쟁을 완화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교육 부문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은 계속돼 왔다. 교육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와 독립적으로 대학평준화와 입시 폐지, 교육재정 확충을 통한 대학 무상교육을 요구하며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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