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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1심 유죄·법정구속:
‘검찰 개혁’의 명분이 허구임이 드러나다

12월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처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사기 등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 벌금 5억 원, 추징금 약 1억 4000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판결문이 무려 570쪽에 달하는데 조국이 거의 모든 주요 혐의들에서 공모자로 등장한다.

이로써 이미 위기에 빠져 있던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복귀 판결과 더불어)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총력을 다한 ‘검찰 개혁’ 드라이브가 바로 조국 부부 수사를 막으려고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제기했던 정경심의 혐의는 모두 15개로 크게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차명 투자와 사기, 증거인멸 시도로 나뉜다. 이 중 11개에 대해 유죄가 나왔고, 무죄로 나온 나머지도 법리상 무죄인 것이지 검찰이 제기한 혐의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다 인정됐다.

정경심은 즉각 항소했다. 정경심 측이 제출된 증거들을 반증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보다는 검찰이 증거를 취득한 과정을 문제삼아 증거 인정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는 예측이 많다. 1심에서도 정경심 측이 증거·증인들에 대해 사실을 들어 반박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것이 여러 언론 보도들에서 대체로 인정되는 사실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법리적 해석이 달라져 2심에서 판결 일부가 달라진다고 해도 조국 사태가 만천하에 들춰 낸 진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조국 일가의 잘못, 그것을 감싼 집권 세력의 위선과 부패가 그것이다.

“7대 허위 스펙”과 스펙 품앗이

이번 판결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입시 비리 7개 혐의가 전부 유죄로 나왔다.

조민 씨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아버지 조국이 법대 교수로 있는 서울대에서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를 취득하고 의과학연구소 논문 1저자에 이름을 올렸다. 정경심이 교수로 있는 동양대에서는 총장 직인이 찍힌 표창장도 받았다. 정경심은 딸을 동양대 산학협력단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록해 경북도교육청 보조금도 부당 수령했다.

이외에도 조민은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과 논문 1저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체험활동과 논문 3저자, 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 경력도 취득했다.

조민은 부모의 도움으로 전국을 누비는 화려한 스펙을 만들어 고려대학교를 거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경심 측은 변변한 증인들을 세우지 못했다. 훨씬 더 많은 반대측 증인들의 신뢰를 깎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법원은 오히려 조민의 여러 진술과 증언이 사실과 다르거나(위증) 번복돼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판사가 정경심이 진실 규명을 방해해 죄가 더 무겁다고 한 이유를 이런 재판 전략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국은 자신의 딸을 논문 1저자에 올려 준 동료 교수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 교수의 아들이자 조민의 한영외고 동기인 장 씨에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를, 그것도 조작해서 발급해 줬다. 이른바 “스펙 품앗이”이다. 장 씨는 “이런 (양자 부모님들이 서로 도와주는) ‘스펙 품앗이’를 다른 학생들도 하는 분위기였다”고 진술했다.

정경심이 ‘스펙 품앗이’는 없었다는 걸 증명하려고 신청한 증인인 한영외고 유학반 선생님 김 모씨는 이렇게 증언했다. ‘학생들의 스펙 쌓기에 도움을 주려고 유학반 학부모들의 면면을 살펴봤더니 학생들에게 체험 활동 기회를 줄 수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더라. 전체 공지를 해서 스펙 쌓기를 신청하도록 하면 개별적으로 하는 것보다 공평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조국은 이조차 허위로 수행한 것이다. 결국 장 씨는 허위로 얻은 스펙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동창인 조민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이다.

가장 쟁점이 됐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여부도 전문가들의 감식 결과만이 아니라 대학 직원들의 증언으로 사실임이 탄로났다.

사모펀드 범죄수익

사모펀드 비리도 마찬가지다.

고위 공직자들은 자기 재산을 백지신탁(공직자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 등 재산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법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재산을 묶어 두는 것)해야 한다. 조국이 역임한 청와대 민정수석은 다른 고위 공직자 비리를 다루는 자리라 더 엄격함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조국과 정경심 부부는 조국이 2017년 5월 민정수석 자리에 오른 이후에도 십수억 원을 차명으로 투자하고 펀드를 굴리며 수익을 얻었다. 조국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주도하는 사모펀드에 동생을 공동 투자자로 끌어들이고 한편에선 동생, 단골 미용사, 온라인 조국 지지모임에서 만난 사람의 이름까지 빌려 수백 차례 차명으로 거래했다. 또, 조국의 지위를 이용해 얻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에서 차익을 얻고는 이를 숨긴 사실도 확인됐다.

법정에서는 정경심이 조 씨에게 “우리 조대표가 도와주는 것도 우리 남편이 잡고 있는 ‘스탠스’를 보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 녹취록과, 조국이 정경심에게 “인컴[수익]이 엄청났구만!”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등이 공개됐다.

사모펀드 관련 비리에서 횡령(사모펀드가 투자한 업체 WFM과 허위로 컨설팅 계약을 맺고 회삿돈에서 1억 5000만 원을 받은 것은 조범동과 공모해 회삿돈을 빼돌린 것이라는 혐의) 건은 무죄로 나왔다. 그러나 이는 재판부가 정경심이 받은 돈을 차명투자에 대한 수익으로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조국이 고위 공직자로 있으면서 처와 함께 차명 투자로 수익을 얻은 권력형 부패를 저질렀다고 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판부가 정경심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것도 정경심이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정경심이 동양대에서 PC를 빼돌린 장면이 찍힌 CCTV 영상 화면은 이미 지난해 공개된 바 있다. 정경심은 이미 증거인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개인 자산관리사(PB)와 함께 증거인멸을 수행했는데, 자기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별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리 때문에 증거인멸 지시는 무죄로 나온 것이다.

이것은 정경심을 법정에서 바로 구속한 이유이기도 했다. 구속하지 않으면 또 그 사이 증거를 조작하거나 인멸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경심은 실제로 1심 내내 그런 일을 벌였고, 조국은 법정 진술을 300번이나 거부하면서 법정 바깥에서는 언론 플레이를 하며 정경심을 적극 뒷받침했다.

계급 불평등의 수혜자이자 수호자

조국 사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정말이지 계급 불평등과 권력자들의 위선으로 뿌리 깊게 물들어 있음을 드러냈다. 조국 일가의 특권·특혜 행각 수사를 두고 검찰이 별 것 아닌 걸 뒤진다고 본 여권 지도자들의 시각은 그들의 계급 기반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스펙 품앗이나 뻥튀기 스펙 만들기는 ‘가진 자’들이나 고위 전문직 부모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라서,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왜 여기에 분노하는지도 모르는 듯하다.

물론 상층 인사들 일부는 자신들과 자기 자녀들의 지위가 능력이 아니라고 의심 받는 것을 불편해 한다. 조국의 행태 때문에 특권층 전체가 불신받고 계급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커지는 것도 걱정한다. 그래서 고위층 일부도 조국의 비리를 비판하기도 한다. 아마 재판부의 판결 취지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체제의 불평등은 이런 판결로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애초에 약속한 “공정한 경쟁” 룰을 지킬 수 없는 사회이다. 이 사회는 노동계급·서민층을 “공정한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입시·취업 지옥에 내몰지만, 그 이면에는 계급이라는 근본적인 불평등이 내재해 있다. 출발선이 같지도 않을 뿐더러 같더라도 경쟁에 써먹을 수단이 계급별로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경쟁의 룰 자체를 그들이 정한다.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 또한 그런 질서의 수혜자이자 수호자라는 것도 드러냈다. 조국 같은 인물을 개혁적 인사로 포장해 대중을 속이려 한 것은 위선과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의 지배계급적 성격과 부패상이 명백해질수록, 노동운동이 문재인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 투쟁하는 데서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사실 또한 명백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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