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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탄압, 저임금, 위험 업무 강요:
악질 용역업체에 맞선 연세대 시간제 청소 노동자들

중식 선전전 이런 열악한 조건을 참을 수 없어 투쟁에 나섰다 ⓒ임재경

연세대학교 시간제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청소 용역업체 ‘코비컴퍼니(이하 코비)’에 고용된 이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다 못해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에 가입했다. 노동조합이 생기자 코비 사측은 시급 300원 인상 등 약간의 개선을 제공하며 노동자들을 달래려 했다. 노조를 탈퇴하면 더 좋은 혜택을 주겠다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버티자 온갖 치졸한 꼼수를 동원해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쉴 때도 손에서 청소도구를 놓을 수 없어요.”

이른 아침부터 코비 노동자들은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한다. 학생들이 오기 전에 청소를 끝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짧은 노동시간(4시간)도 청소를 압축적으로 빨리 해치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더한다.

여러 편의시설들이 입점해 있는 백양로 지하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일이 많다 보니 거의 뛰어다니다시피 해야 해요.

“휴가 가는 인원이라도 생기면 퇴근 시간에 맞춰서 끝내려고 한 시간씩 일찍 나오는 게 예삿일이에요.”

500제곱미터 면적의 390석짜리 공연장을 포함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와 화장실까지 노동자 한두 명이서 청소한다. 콘서트나 오디션이라도 있는 날이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사측의 눈치가 보여서 코비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일이 힘들다고 입 밖에 내지 말라”거나 “쉴 때도 손에서 청소도구를 놓지 말라”는 게 불문율이다.

많은 코비 노동자들이 전일제로 전환해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건 정당한 열망이다.

4시간 안에 청소를 끝내려면 “뛰어다니다시피” 일해야 한다 ⓒ임재경

어처구니 없는 업무 지시

사측은 시키면 따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용해 어처구니 없는 업무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노동자들에게 열흘에 한 번 꼴로 정화조에 모기유충 퇴치제를 뿌리라고 시켰다. 코비의 담당 업무도 아닌데 말이다! 정화조는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가 발생하는 공간이다. 질식 사고의 위험이 버젓이 존재하는 정화조에 아무런 사전 교육이나 보호장구 없이 들어가라고 시킨 것이다.

게다가 매년 12월이 되면 한 달 내내 노동자들에게 산타 모자를 쓰고 일할 것을 지시했다. 청소하는 데 불편하기 짝이 없는 모자를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노동자들이 묻자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자를 벗고 다니는 게 사장의 눈에 띄면 용역업체 사장은 노동자들의 이마에 “꿀밤”을 때리기까지 했다. 정말이지 악질적인 갑질만 골라서 저지른 셈이다.

산타 모자 노동자들이 자기 어릿광대인 줄 아는가 ⓒ제공 코비 노동자

치졸한 탄압과 꼼수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코비 사측은 깜짝 놀라 노동자들을 구슬리려 했지만, 진정한 처우 개선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사장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하면 “업무상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사측은 교섭을 거부하며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한편, 감시단을 고용해 조합원들을 괴롭혔다. 조합원들이 청소한 곳을 트집 잡으며 압박하거나, 잠시도 쉬지 못하도록 통제를 가하는 식으로 말이다.

코비 노동자들이 학보 인터뷰에서 이를 폭로하자, 최근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인터뷰 내용을 부인하는 글을 돌리며 서명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 떼는 것이다.

가령 사측은 정화조 업무는 “연세대의 모든 학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주고자 하는 코비컴퍼니(주) 사장의 열정”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항의로 즉각 지시를 철회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조합 결성 뒤에야 부랴부랴 철회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위험 노동을 강요하면서 학생 핑계를 대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 뻔뻔한 “열정”에 혀가 내둘릴 지경이다.

정화조 소독 코비 사측은 사전 교육이나 장비 없이 노동자들을 유해 환경으로 내모는 갑질을 저질렀다 ⓒ제공 코비 노동자

진짜 사장 연세대 당국

사실 코비 노동자들이 이런 열악한 조건에 놓이게 된 데에는 원청 사용자인 연세대 당국의 책임이 크다. 연세대 당국은 비용절감을 위해 코비와 계약을 맺고 시간제 노동자들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5900억 가까운 적립금을 쌓아 두고, 휘황찬란한 시설들을 짓는 데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고, 학생·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할 공간들로 엄청난 임대료 수익을 벌어들이는 학교가 돈이 없나? 노동자들과 학생들에게 쓸 돈은 없다는 게 핵심이다. 연세대 당국은 코비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을 당장 개선해야 한다.

사측의 감시와 탄압에도 코비 노동자들은 굴하지 않고 싸우고 있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코비의 악행을 폭로하는 중식 선전전이 학생회관 앞에서 진행된다.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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