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첫 투쟁에 나선 연세대 시간제 청소 노동자들:
“서울대 노동자 죽음 보고 딱 우리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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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부터 서울 시내 여러 대학이 정년퇴직자 일자리를 신규 채용하지 않거나 시간제 노동자로 채우면서 인건비를 줄이려 했다.
연세대 당국도 그간 신축 건물에 3~4시간 시간제 청소 노동자들을 고용해 왔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시간제 일자리의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고무적이게도 이들 시간제 노동자들이 올해 7월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8시간 동안 하던 일을 4시간 만에 해치워라?
시간제 일자리는 노동시간이 짧지만 악명 높은 노동강도 때문에 한 달, 심지어 일주일만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8시간 동안 하던 일을 4시간 안에 해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노동자는 혼자 강의실 4곳, 연구실 11곳을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코 뜰 새 없이 압축적으로 일하니 노동강도가 더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다음 날 일할 생각에 “잠이 안 온다”고 한다.
시간제 노동자들이 고용된 하청 용역업체 ‘코비컴퍼니’는 단 1분도 쉬는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노동자들은 원래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나온다. 1시간 가량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이처럼 사용자들은 시간제 노동자에게 정해진 시간 내로 할 수 없는 업무량을 부여하고는, 돈은 정해진 시간만큼만 주며 싸게 부릴 수 있다.
연세대 시간제 노동자들이 전일제 전환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데도 용역업체는 인력을 충원하기는커녕 줄이고 싶어 한다. 최근에는 아예 노동시간을 3시간으로 줄이는 게 어떠냐고 사측이 물어 오기도 했다.
형편 없는 임금 수준
노동자들은 최저시급을 받는다. 연차 수당이나 명절 상여금, 식대도 받아 본 적이 없다. 월 80만 원 가량을 겨우 손에 쥔다. 이 때문에 임금을 벌충하려고 투잡을 뛰는 사람도 많다.
백양로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공휴일 근무에도 연장수당을 못 받았다. 사측에 항의해 2015년부터 못 받은 수당을 받아 낼 수 있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사측은 시급을 300원 인상하고 상여금 5만 원을 지급했다. 노동자들이 뭉치기 시작하자 달래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사측은 교활하게 ‘노조를 안 하면 더 올려 주겠다’며 회유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노조를 탈퇴하고 나면 뒤통수칠 게 뻔하다.
휴게실도 임대료 내고 쓰라는 학교
제4공학관 지하에 위치한 휴게실은 약품과 세제를 쌓아 둔 창고 같은 공간이어서 냄새가 심하다. 그곳에서 쉬는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서울대에서 청소 노동자 돌아가신 걸 보고 딱 우리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적립금 수천억 원을 쌓아 두고 온갖 돈벌이용 임대업을 하는 연세대 당국이 정작 그 건물을 관리하고 청소하는 노동자들에게 휴게실조차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 탄압 중단하라
노조에 가입하자 사측은 복지와 임금을 약간 개선해 주고 조합원들을 회유하려 들었다. 게다가 감시단을 고용해 조합원들을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은밀히 노조 탈퇴서를 돌리며 서명할 것을 종용했다. 노조 가입을 주도한 작업반장 2명은 반장직이 해지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끔찍한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악질 용역업체 코비컴퍼니의 퇴출을 원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번 주부터 매일 중식 선전전을 진행하고 학교 측에 코비컴퍼니의 퇴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부당함에 맞서 일어난 시간제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