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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당국의 노동자 감축·해고 위협:
“여기서 인력 더 줄이면 도대체 어떻게 일하라는 겁니까?”

2018년 초 청소 경비 인력 감축에 반대하며 본관 농성에 돌입한 연세대 노동자들. 연세대 당국은 매해 인력 감축을 압박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연세대학교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력 감축과 대량 해고에 직면했다.

연세대 당국은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정년 퇴직자를 대신할 노동자를 새로 채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청소·경비 인력을 감축하려 한다. 연세대에서는 청소 노동자 10명, 경비 노동자 13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정년 퇴직자다.

올해 초 그랬듯이 학교 당국과 용역업체는 청소 노동자 퇴직자 중 절반만 신규 채용하고, 경비 노동자는 아예 채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청소 노동자들은 “더는 [인력을] 줄일 곳이 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학교 당국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인력을 줄여 온 결과 노동 강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전에는 다섯 명이 일하던 첨단과학관에서는 이제 세 명이 일하고 있다. 심지어 네 명이 일하던 GS칼텍스 산학협력관은 이제 한 명이 청소를 맡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소 일을 해도 제대로 끝마칠 수가 없어 완전히 엉망입니다. 어떤 노동자들은 학생들이 오기 전에 청소를 끝마치려고 새벽 4시 반에 출근하기도 해요. 여기서 인력을 더 줄이면 도대체 어떻게 일하라는 겁니까?”(이경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장)

한 청소 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학생들이 많은 시간에는 청소하기가 어려우니 그 전에 일을 끝내려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일이 많은 만큼 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없어요. 휴가 간 사람 일까지 남은 사람들이 해줘야 하니까요. 청소하는 사람들끼리는 방학 중에 돌아가면서 휴가를 써야 해요. 이 일은 사람을 절대 줄일 수도 없고, 줄여서도 안 됩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나쁜 일이다. 학생들은 깨끗한 교육 환경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학교 당국은 비용 절감 논리를 앞세워 이를 공격하고 있다.

12월 31일, 인력 감축과 시간제 노동자 해고를 추진하는 학교 당국을 규탄하며 총무처 항의방문에 돌입한 청소 경비 노동자들 ⓒ김태양

학생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무인화

경비 노동자들을 충원하지 않겠다는 것도 큰 문제다. 학교 당국은 퇴직자들이 근무하던 외솔관, 신학관, 연희관, 종합관 4곳을 24시간 무인 경비 시스템으로 대체하겠다고 한다. CCTV 등을 통해 중앙 관제센터가 경비 업무를 보고, 사건·사고가 벌어지면 대응할 인력을 출동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인 경비 시스템이 경비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 화재나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거기에 대처하는 것은 경비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장에 상주하는 경비 노동자 수를 줄이면 신속한 대응도 어렵다.

2016년 학내 언더우드 기념 박물관 화재 사고는 누전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처할 상근직 시설 노동자만 있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일찍 출근한 경비 노동자의 신고가 없었다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했다.

2016년 11월 발생한 연세대 언더우드 기념관 화재 ⓒ출처 연세대학교 공식 블로그

지금 학교 당국이 24시간 무인 경비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건물들에는 수업, 시험 등이 많이 몰려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건물에 경비 인력을 줄이는 것은 학생들도 불안하게 한다.

무인 경비 시스템 도입으로 경비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가령 2016년에 숙명여대는 정년 퇴직자 6명을 채우지 않으면서, CCTV로 빈 자리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노동자 한 명이 건물 2~3곳을 관리하게 됐고, 거기에 더해서 CCTV가 설치된 건물에 수상한 낌새라도 보이면 근처 건물의 경비 노동자가 출동해야만 했다.

‘무인’ 경비라고 하지만 경비 노동자들은 더 힘들어진 것이다.

시간제 노동자 대량 해고 위협

이뿐만 아니라 학교 당국은 용역업체 코비 소속의 시간제 노동자 4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

경영관, IBS관, 백양로 지하, 제4공학관 네 곳의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용역업체 코비는 열악한 조건의 시간제 일자리를 노동자들에게 강요해 왔다.

코비 소속의 시간제 노동자들이 올해 여름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사측은 감시단을 고용해 조합원들을 괴롭히는 등 악랄하게 탄압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학교 당국에 코비 퇴출을 요구하며 항의 행동을 벌여온 바 있다.

학교 당국은 결국 노동자들의 항의에 못 이겨 코비를 퇴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학교 당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코비 노동자들의] 고용을 학교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며 고용승계도 새롭게 선정되는 용역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나몰라라 하고 있다. 악덕업체를 퇴출시키고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에서 일하려 한 코비 노동자들에게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소리다.

악질 용역업체 퇴출을 요구해 온 '코비' 소속 시간제 노동자들. 용역업체 내쫓으라니까 노동자까지 내쫓으려는 연세대 당국 ⓒ임재경

적립금만 5900억 원을 쌓아두고

이런 공격은 모두 사립대학들이 비용절감 논리를 앞세워 벌여온 짓들의 일환이다. 그간 사립대 당국들은 재정이 부족하다며 그 책임을 학생들과 노동자들에게 전가해 왔다. 돈이 없기 때문에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든가,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번 임금 협상에서도 용역업체들은 학교 당국의 핑계를 대면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임금 동결을 고수했다.

돈이 없다니 말도 안 된다. 2018년 기준으로 일반 사립대학의 적립금 규모는 7조 8260억 원이나 된다. 연세대학교는 5900억 원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대학알리미). 이화여대, 홍익대에 이어 적립금이 많기로 유명한 학교로 으레 꼽히는 게 연세대학교다.

학교 당국이 학생들과 노동자들에게 투자하지 않는 게 진정한 문제다.

얼마 전 글로벌인재대학 학생들이 폭로했듯이, 학교 당국이 장학금을 축소해버린 일도 있었다. 올해 1학기에는 외국인 입학생들을 전공과 무관하게 ‘글로벌기초교육학부(GBED)‘로 강제로 편입시켜 소속학과보다 등록금을 더 많이 내도록 했다. 논란이 벌어지자 학교 당국은 1학기 신입생들에게 특별 장학금의 형태로 인상분을 돌려줬지만, 2학기부터는 특별 장학금조차 주지 않아 한 학기 615만 원이라는 고액의 등록금을 내야만 한다.

학교 당국은 비용절감 논리를 앞세워 학생과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고 있다. 학생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연세대학교 당국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이유다.

연세대 학생들의 지지 현수막 ⓒ김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