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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160개 도시에서 ‘흑인 목숨을 위한 파업’ 벌어지다

7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전역에서 ‘흑인 목숨을 위한 파업’이 벌어졌다. 최소 160개 도시에서 서비스 부문 등을 중심으로 노동자 수만 명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파업과 시위, 작업장 항의에 참가했다(20일 저녁 현재 추산). 인종차별 같은 정치적 쟁점으로 전국에서 파업이 일어난 것은 미국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매우 드문 일이었다. 파업이 없었던 도시 수십 곳에서도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약 200곳에서 항의 행동이 벌어졌다고 추산했다.

이날 행동은 미국을 뒤흔든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직접 고무받은 것이고,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오리건주(州) 포틀랜드에 연방 요원을 투입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진압한 데 뒤이어 벌어졌다. 캘리포니아주(州)에서 파업 행동에 동참한 비영리 단체 활동가 시몬은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전했다. “‘흑인 목숨을 위한 파업’은 노동자 고유의 힘을 이용해 인종차별적 폭력에 맞서는 행동입니다.”

이 파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곳곳에서 벌어진 비공인 파업들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시몬은 이렇게 말했다. “전염병 대유행 때문에, 경제가 파탄 상태이고 흑인들이 그 부담을 특히 무겁게 지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습니다.”

“흑인 목숨을 위한 청소노동자 파업!” 20일 파업에 나선 샌프란시스코 청소 노동자들 ⓒ출처 북미서비스노조(SEIU)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필수 업무로 지정한 부문들에서 파업이 벌어졌다. 하나같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노동자들이었다. 뉴욕주(州)·뉴저지주(州)·코네티컷주(州) 등의 요양원 80여 곳에서 간호사 약 6000명이 파업에 참여해 팻말 시위와 행진을 했다. 요양원은 미국에서 코로나19의 주요 진원지였는데, 요양원 간호사들의 평균 임금(2만 7830달러)은 4인 가족 빈곤선(2만 60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필수 업무 인력’인 청소 노동자들도 덴버·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파업에 나섰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청소 노동자 약 1500명이 파업을 벌이고 시청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더한층 열악해진 노동조건에 항의하며 임금 인상, 건강보험료 사측 부담금 인상, 유급 병가 보장, 모든 필수 업무 노동자(미등록 이주노동자 포함)의 탁아 보장 등을 요구했다. 북미서비스노조(SEIU) 청소·경비 지부장 카일 브래그는 뉴욕 트럼프타워 앞 집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오늘 우리는 이 건물에 이름을 건 트럼프에게 한마디 하러 모였다. 백인 우월주의 체제 해체하라! 경찰 폭력 규탄한다! 인종 문제에서 정의가 없다면 경제, 기후, 이주민 문제에서도 정의는 있을 수 없다!”

이날 파업은 코로나19 위기,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일어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고 그것과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 줬다. 필라델피아 ‘필수 노동자 행진’에서 노동자 랜스 빅스는 이렇게 연설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구호에 반대하며] ‘모든 목숨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흑인 목숨이 소중하지 않다면 모든 목숨이 소중할 수 없습니다. 모든 노동이 존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노동이 생존 임금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모든 노동이 존엄할 수 없습니다.”

이날 행동을 주도한 서비스노조도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인종차별에 맞선 정의와 경제적 정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서로 연결돼 있다. ‘흑인 목숨을 위한 파업’으로 이 투쟁들을 결합할 것이다.”

투쟁을 결합하기

“정의를 위한 파업” 파업에 나선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생존 임금과 개인 보호장비 보장을 요구했고, 흑인과 갈색 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을 규탄했다 ⓒ출처 @Show_Me15

유색인종 비율이 높은 패스트푸드 노동자들도 시카고·뉴욕·마이애미 등 대도시 곳곳에서 직장 이탈 파업을 벌였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패스트푸드 대기업들은 작업장 안전을 보장하지 않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삭감했다.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하고 개인보호장비 지급과 유급병가 보장을 요구했다. 플로리다주(州) 탬파의 맥도날드 노동자 스콧은 현지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맥도날드에서 시급 9.25달러[약 1만 1000원]를 받고 일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근무 시간이 줄어서 지갑 두께만 얇아진 것이 아니에요. 저와 아이들의 삶 자체가 위태로워졌습니다. 아이들을 먹이려면 제가 굶어야 할 판이에요.”

맥도날드가 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흑인 노동자를 유급병가도 주지 않고 해고한 것에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해당 지점 노동자들은 7월 17일 맥도날드에게 부당해고 집단 소송을 걸고 파업에 참가했다.

‘흑인 목숨을 위한 파업’ 핵심 조직자의 하나인 애시-리 우다드 헨더슨은 흑인 노동자가 미국 전체 노동자의 13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중대한 흑인 차별 사례가 최소 한 차례 이상 벌어진 패스트푸드 작업장의 비중은 4분의 1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헨더슨은 UC버클리대학교 식품노동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여성·유색인종 노동자가 그 업계 내에서도 임금이 가장 낮은 일자리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파업에 나서지 못한 노동자들도 곳곳에서 항의의 의미로 8분 46초 동안 조업을 중단했다. 8분 46초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 데렉 윌슨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러 살해한 시간이다.

교원노조(AFT), 운수노조, 농장노동자노조(UFW) 등 노동조합들과 연대체 ‘흑인 목숨을 위한 운동’(MfBM) 등 사회단체 60곳이 이날 행동을 지지하고 동참했다. 로스앤젤레스 거리 행진에 참가한 시에라 헤레라는 CBS방송에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새로운 운동, 새로운 물결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행동을 계속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도 연대를 보낸 노동조합이 있었다. 7월 16일 공공운수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이 파업에 연대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미국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위기와 경제 위기가 중첩된 상황에서 고통전가에 맞서 싸우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그런 투쟁이 벌어져야 한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치솟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는 전염병을 막는 것보다 노동자들을 일터로 내모는 데 열중하고 있다. 그리고 인종차별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노동자들은 전염병과 노동조건 악화에 가장 심각하게 시달리는 노동자들이기도 하다. 이번 행동처럼 중첩된 고통에 맞선 투쟁을 결합시키기 위한 시도가 지속되고 발전돼야 한다.

20일 아침, 운수노조 뉴욕 지부 조합원들이 인종차별 반대, 생존 임금 보장을 요구하며 하루 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출처 Teamsters
파업 중인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있는 세레니티 요양원 노동자들 ⓒ출처 SEIU Healthcare Minneso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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