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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주된 책임은 정부에 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크게 확산되고 있다.

서울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17일 현재 2000명을 검사했는데 그중 315명이 확진돼, 검사자 대비 확진자의 비율이 16.1퍼센트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최근 전국적으로 1퍼센트 미만이었고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던 때에도 5.7퍼센트를 넘지 않았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의 양성률이 이토록 높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교인들 사이에 감염이 확산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도 최소 11~12곳에서 집단 발병이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사랑제일교회조차 지역사회에 광범하게 퍼진 감염의 한 말단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집단 발병의 규모가 큰 만큼 다른 곳으로 확산되고 있을 개연성도 크다. 이미 해당 교회 신자들이 사는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견되고 있다.

정부가 자랑하던 ‘추적’ 능력이 감염 전파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사랑제일교회가 속한 성북구의 경우 역학조사관을 10배나 증원했는데도 매일 늘어나는 확진자의 동선 파악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추세가 이번 주말까지 이어지면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미국 뉴욕 등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방역을 완화하고 외식·여행을 장려한 7월 말~8월 초에 확산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조승진

고령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젊은 확진자들에 비해 병원 입원율이나 치명률이 높기 때문이다. 3월에 대구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날 당시에는 환자 1600여 명이 입원도 하지 못하고 그중 일부가 숨지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의료붕괴’라고 부르는 상황인데, 확진자가 급증한 많은 나라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 교수는 2월 말~3월 초 대구에서 벌어진 일이 그랬다고 지적한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의 절반 이상이 중환자실에 입원하지 못했다. 사망 환자 중 70퍼센트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지 못했다. 사망 환자 대부분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중에 입원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소수(15퍼센트가량)라는 점에 착안해 중환자 병상을 최대한 확보하는 등 병상 이용 효율을 일부 개선했지만 절대적 부족을 해소할 수준은 못 되는 듯하다.

이미 수도권의 병상은 부족 신호를 보이고 있다. 방역 당국이 추가 확보에 나섰지만 여의찮다. 다른 입원 환자들과의 격리를 위해 병실도 개조해야 하고 의료 인력도 새로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 병상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환자 수가 줄어든다며 최근 민간병원에 확보해 둔 병상마저 줄였다. 비용 절감도 노렸겠지만, 코로나19 통제에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 주려 했던 듯하다.

민간 병원의 신속한 협조를 바라기도 쉽지가 않다. 민간 병원이 정부의 지시를 회피할 수단과 명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공공병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거듭 지적한 것이다.

정부의 방역 완화 조처가 코로나19 방역에 해악적 효과를 끼친다는 점은 세계적으로 입증돼 왔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의 여러 나라가 방역 조처를 완화한 뒤 여지없이 재확산이 벌어져 거리두기와 국경 통제 등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 코로나19 방역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데에는 정부가 초기부터 방임적으로 하지 않고 정보 공개와 진단, 격리 등에서 권위주의적 방식을 일부 쓰면서까지 경각심과 공포심을 고조시킨 것의 효과가 컸다. 이 과정에서 ‘정통’ 그리스도교 전체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 같은 종교 집단을 마녀사냥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들의 재난 상황 덕분에 이런 조처들이 어느 정도는 용인된 면이 있다.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총선 이후 스스로 방역의 기초를 허물어 왔다. 무엇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격리(거리두기)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를 거듭했다. 2월 중순과 4월 말, 5월 말에 세 차례나 ‘방역 성공 – 경제 활동 정상화’ 신호를 내보냈다가 며칠 만에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일을 반복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7월 8일 전국 교회에 내렸던 핵심 방역수칙 의무화 조처를 7월 24일에 해제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는 정부가 외식·숙박 할인권을 대량 배포했다. 스포츠 경기 관중 입장도 허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봄을 맞아 야외 활동을 시작한 4월에 문재인 정부가 방역 수준을 크게 낮춘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는 경기 활성화 메시지를 내보냈고 경계심은 한층 약해졌다. 질병관리본부가 주 단위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처럼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강조할 때마다 경계심은 크게 낮아졌고, 최근에는 응답자의 46퍼센트가 ‘국내 상황이 심각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7월 첫 주에는 74퍼센트)

반면, 정보 공개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영업에 지장을 준다며 이제 확진자가 다녀간 상점 등을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서 확진자가 생겨도 방역 당국이 연락해 줄 때까지 알지 못한 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초기에는 확진자 개인 정보를 무분별하게 공개하더니 이제는 기본적인 상황 파악조차 어렵게 하는 것이다. 감염 경로를 알지 못하는 ‘깜깜이’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조처와 연관이 있는 듯하다.

지난 넉 달 가까이 수많은 전문가들이 재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해 왔지만 정부의 재확산 대비는 사실상 없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8월 17일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산하 8개 병원 상황을 조사한 결과 “병상 확보 계획은 국가·지자체 차원에서 불투명하며,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각 병원에서 매뉴얼 업데이트와 교육·시뮬레이션 훈련이 중단되어 있다.”

시립·도립 의료원에 병실을 마련해도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중환자를 받지 못하고, 생활치료시설에서는 마찬가지 이유로 고혈압만 있어도 환자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공호흡기, 음압병실, 격리 병실 어느 것 하나 대비된 게 없다. 오로지 마스크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문재인 정부는 집회를 원천 금지하는 식의 권위주의적 조처만 실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방역 기준 준수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집회를 불허하고 있다.

물론 전광훈 목사처럼 마스크도 안 쓰고, 사실상 방역을 방해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짓을 내버려 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집회에 대해서도 적절한 방역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임의로 금지하는 것은 문제다. 정부는 1년에 고작 1000건(2019년 기준)도 안 되는 지역 축제에 대한 방역지침은 제시하면서, 매년 3만~4만 건 이상 열리는 집회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침도 내놓지 않았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서울·경기·인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상향했지만 여기서도 문제는 정작 정부 자신이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고위험시설의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데, 정부는 방역을 잘하는 조건으로 운영을 허용했다가 비판이 일자 결정을 재고해 보겠다고 밝혔다. 대형 물류센터는 운영을 허용했다.

6월 28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의 ‘쿠팡 물류센터 합동점검 결과’를 공개하며 집단 감염 이후에도 쿠팡의 방역실태가 엉망이고, 정부의 후속 조처도 지독히 형식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6월 5일 쿠팡 물류센터 4곳만 무작위로 선정해 표본조사를 하고 나머지 22곳은 지적 사항이 개선됐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

문재인 정부가 재확산 대비는 뒷전에 미뤄두고 ‘경제’에 집중하는 동안, 기업주들은 실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했다. 코로나 집단 발병이 벌어진 구로 콜센터 노동자들은 최근 성과수당을 삭감 당했다. 정작 원청인 에이스손해보험은 1사분기에 19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경영 악화가 예상된다며 7월부터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을 강요했는데 정작 2사분기에 화물 운송으로 흑자를 거뒀다. 아시아나항공도 화물부문 실적 호조로 1000억 원 넘는 흑자를 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건 한푼도 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노동조건을 악화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을 어렵게 하는 법률들을 줄줄이 국회에 상정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작업장 점거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노동법 개악 법안들이 국회에서 곧 다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기업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삶을 공격하고 방역조차 완화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기업의 이윤 보호라는 자본주의 국가의 우선 순위를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번 확산이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살리기를 더 중시한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 때문에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 당장 병상과 인력을 준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