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우석균 인의협 공동대표 인터뷰:
코로나 재확산,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때문
병상과 인력은 여전히 준비 안 돼

코로나19가 수도권에서 재확산하고 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를 만나 현 상황과 전망, 정부의 대처에 대해 들었다. 코로나 위기 속 의사 파업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물었다. 우석균 대표는 공중보건을 전공한 의사이기도 하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병상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경고하던 일이 현실이 된 거죠. 시민단체뿐 아니라 전문가들과 국립중앙의료원 측에서도 거듭 얘길 했는데 그동안 준비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대구의 초기 혼란에서 배운 게 없어 보여요. 뒤늦게나마 국립중앙의료원에 ‘수도권 현장대응반’을 만들었는데요. 그동안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이제야 생긴 거예요. 도대체 격리병상이 어디에 얼마나 남아 있고 사용 가능한지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8월 17일부터 국립중앙의료원에 코로나19 공동대응 상황실이 생겼어요. 다만 가동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잘 작동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8월 18일에 중환자실이 85개 남았다고 했을때 중환자의학회 관련자들이 다들 ‘그럴 리 없는데...’ 했다는 거예요. 평소 상태를 고려했을 때 그렇게 많이 남아 있을 리 없다고 본 거죠.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71개라고 수정 발표했죠. 그런데 엄중식 교수가 TV에 나와서 실제 쓸 수 있는 중환자실은 20개밖에 안 된다고 지적한 거예요. 보고된 숫자만 챙겨서 발표한 것이고 현장 실사를 한 번도 안 한 거죠. 그야말로 탁상행정을 한 겁니다. 중환자실로 보고돼 있지만 없는 경우도 있고, 인공호흡기 같은 장비가 없거나 준비돼 있어도 이를 운용할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정부가 준비를 하나도 안 했다는 게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또 지금처럼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 민간 대형병원의 병상도 동원하고 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요. 정부가 그 권한을 얼마나 줬는지도 불확실합니다.

감염병 관리법에 따르면 정부가 감염병지정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민간병원을 동원하지는 않고 있었어요. 수도권 전체를 통틀어서 인천의 가천길병원과 인하대병원, 경기도에서는 명지병원 정도가 [동원된 민간 병원의] 전부예요. 나머지는 모두 시립병원과 시·도립 의료원, 그리고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있죠.

게다가 시·도립 의료원의 평소 시설이나 인력을 고려하면 코로나 중환자 격리치료를 맡기는 게 원래 무리예요. 경기도 안성의료원과 인천의료원 원장이 중환자 대응 준비를 하니까 주변에서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다는 거예요. 지금은 그거라도 준비를 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죠.

정부가 병상을 확보하겠다고는 했는데 이번 주에 어떻게 하는지 보면 정부의 의지나 준비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네요.

8월 15일을 전후로 감염된 사람들 중에도 이제 중환자가 나오기 시작할 거예요. 더구나 1차 확산 때와 달리 이번에는 고령자가 많죠. 코로나19는 확진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질 정도로 증상이 악화하기까지 평균 5일 정도 걸린다고 알려져 있어요. 확진자 100명 중 5명은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지금 1주일 사이에 2000여 명이 확진됐으니 중환자실이 부족해지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봐야 해요.

그런데 삼성·아산 병원은 1차 유행 때 둘이 합쳐서 10명도 안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세브란스 병원이 22명 정도 받았고요. 민간병원에 사회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게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이야기죠.

방역 당국은 “집에 있으라”하고 대통령은 “3단계는 아직 이르다”고 하며 모순된 신호를보내고 있다 8월 20일 서울 성북구 보건소 ⓒ조승진

이번 재확산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정부가 7월 말에 교회 소모임을 허용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신호 준 게 문제였죠. 정부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확보해 둔 병상에 그냥 일반환자를 받으라고 했어요. 심지어 연휴 3일을 지정해서 여행 ‘캠페인’을 벌였죠. 일각에서는 재확산 기세가 꺾였다는 얘기도 하는데 아직은 모르는 일이죠. 이 연휴에 지역으로 여행 간 사람들이 서로 섞였다가 서울로 돌아왔을 테니 이번 주말까지는 봐야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방역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곳이 168곳이라는데요. 더 늘고 있는 듯합니다. 여러 곳에 확진자가 생겼고, 새로 발견되는 집단감염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고요. 이러면 역학조사가 바이러스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나마 ‘더블링’되지 않는 게 다행이랄까요. 중환자실 부족 문제는 현실화됐죠.

어딘지 밝힐 수는 없지만 5~6월 수도권의 감염 양상을 토대로 수리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고 해요. 3개의 모델이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8월 15일경 확산돼 11월 초에 피크에 도달한다는 예측도 있었어요. 그런데도 완전히 손놓고 있었던 거죠. 생활치료시설도 미리 준비 안 하고 있다가 부랴부랴 동원하기 시작한 걸로 보여요.

정부는 ‘K방역’을 자랑하기에 바빴습니다. [코로나 대응에서] 방역은 질병관리본부를, 의료적 대응은 국립중앙의료원을 각각 중심으로 어느 정도 역할 분담이 돼 있어요.

그런데 3~4월 방역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의료 쪽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다 가려졌어요. 180여 명이 사망한 대구에서의 의료대응 실패, 사실상 의료붕괴는 대구시장의 잘못이 됐고 정부는 K방역이 성공했다며 자랑만 했죠.

그런데 정작 병상 부족 문제를 준비 안 한 게 이제 와서 드러나고 있어요.

현재 정부 대응은 충분한가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브리핑에서 “제발 집에 있으라”고 했어요. 이건 역학조사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얘기예요. 사실상 3단계 조처에 따라달라고 한 거죠. 다른 감염병 전문가들도 지금 3단계로 올리라는 성명을 발표했고요.

그런데 대통령이 나서서 ‘경제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한 거예요. 물론 얼마 전까지 놀러가라고 하다가 바로 3단계로 격상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했겠죠. 코로나19가 장기화할 테니 방역과 경제 활동 사이에 어느 정도 줄다리기가 필요하기도 할 거고요.

그러나 지금은 전문가들이 방역 쪽으로 확실히 당겨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도 망설이고 있는 것은 이 정부가 자본가들의 이윤에 직접 영향을 끼칠까 봐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걸 보여 주는 거예요.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민간 기업들도 필수인원을 제외하고는 재택 근무로 전환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사회의 다른 부분에는 3단계 거리두기를 요구하면서도, 즉 위험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생산현장에서 이를 강제하지는 않고 있는 거죠. 그런데 공장이나 사무실은 기업주들의 결정 없이는 거리두기를 할 수 없잖아요. 정부가 뭘 우선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거예요.

그러니 방역 당국은 ‘대유행의 조짐이 보인다’, ‘집에 머물러라’, ‘의료붕괴가 임박했다’ 하는데, 대통령은 ‘3단계는 아직 안 된다’ 하며 또다시 모순된 신호를 주고 있어요.

수준이 크게 다르긴 하지만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파우치 소장이 거듭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거죠.

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회는 진료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 계획이 문제가 많기는 해도 의사들의 파업 혹은 진료 거부를 지지할 수 없어요. 역사적으로 의사정원을 늘리자는 것은 일반적으로 진보적 정책이기도 하고요. 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회 등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 자체를 반대하거든요. 그래서 여러 근거를 들어 주장하는 게 한국에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거예요. ‘접근성이 좋다’ 하며 지역 격차나 경제적 격차도 무시하고요. ‘의사 1인당 진료 건수가 많다’ 하며 부족하지 않다는데 사실 그 진료건수를 줄여야 해요. ‘3분 진료’ 같은 걸 없애고 다른 나라들처럼 의사들이 시간을 충분히 들여 진료를 해야 해요. 그러려면 의사 수가 늘어야 하죠. 심지어 선진국들도 고령화 때문에 의사 수가 늘어나는 추세예요. 의사협회의 주장과는 달리 지금대로라면 한국이 OECD 평균 의사 수에 도달하는 데 70년이 걸립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리지 말라고 파업하는 건 정당화될 수 없어요. 요구 자체가 반개혁적인데다 지금은 코로나 대응에 실질적인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대형병원들은 벌써 일선 의료진에 중환자를 더 이상 받지 말라고 하고 있어요.

전공의협의회는 코로나 진료에 참여하겠다고 하지만 이건 호흡기 외래 진료만 한다는 얘기에요. 중환자실, 응급실 진료를 하지 않겠다는 거죠. 심지어 심폐소생술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어요.

게다가 어쨌든 정부가 한발 물러서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뒤에 논의하자고 유보 입장을 밝혔는데도 의사들은 당장 철회하지 않으면 파업을 계속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요. (정부는 의정협의를 하자고 했지만 사실 재논의를 하려면 사회적 협의를 하면서 의사협회가 그중 하나로 참여하면 모를까 왜 의정협의만 하나요. 이것도 문제입니다.)

의사협회 지도부가 그동안 취해 온 입장을 보더라도 이번 파업은 평범한 사람들 다수를 위한 것이 아님을 잘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