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특별사면:
이명박·박근혜 말고 이석기 전 의원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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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검찰청을 통해 연말연시 특별사면 대상자를 추리기 시작했다. 2015년까지의 선거사범 중에서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된 수용자들을 분류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인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수감 중인 권선택 전 대전시장(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민주당 전신 — 소속)이나 이승훈 전 청주시장(당시 새누리당 — 국민의힘 전신 — 소속) 등이 유력한 대상자다.
법무부는 사전 조사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지만 언론과 여야 정치권에서는 좀더 거물급 인사가 포함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일 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한명숙과 최근 대법원 판결로 형이 확정돼 특별사면이 가능해진 이명박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근혜도 진행 중인 재판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특별사면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현재는 총 21개 혐의에 대한 재판이 대법원 재상고심을 기다리는 중이라 특별사면 대상자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부패한 권력자들 말고 진짜로 사면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의 공작으로 8년째 억울하게 옥살이 중인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이다(9년형).
2013년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을 통해 이석기 전 의원이 내란을 음모했다며 구속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증거로 제시한 강연회 녹취록이 위조됐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검찰은 재판에서 녹취록을 900곳 가까이 수정해야 했다.박근혜 정부는 내란 음모라는 충격적인 범죄명을 앞세워 떠들썩하게 마녀사냥을 벌이고 운동을 위축시키려 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 부족으로 음모죄를 적용하지 못하고 내란 선동죄(국가보안법 제7조와 유사한 성격)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중형을 선고했다. 범죄 행위는 없었어도 그것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토론을 한 게 유죄라는 논리였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악랄한 반(反)민주주의 판결이었다.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적폐의 하나다.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거래한 재판 하나가 바로 이 사건이었다.
광주 항쟁 정신을 계승해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하겠다던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 문재인은 지난 3년 반 넘게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거부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진보당은 11월 19일 이번 특별 사면에 이석기 전 의원 석방을 촉구했다.
국가보안법
12월 1일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72년이 되는 날이다. 일제 통치와 반공주의의 유산이자 희대의 악법으로 불리며 국내외의 지탄을 받아 온 적폐 중의 적폐, 국가보안법이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 남은 것이다.
문재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국가보안법에 대해 일부 조항은 개정이 필요하지만 “남북관계가 엄중”하다는 이유로 당장의 폐지는 어렵다며 폐지를 반대했다.
어떤 사상이 친북적이라 해도 그것은 대중이 자유롭게 토론해서 판단할 문제이지 국가가 강제로 검열하고 억압할 문제가 아니다.
이중잣대 문제도 있다. 문재인이나 재벌 총수들은 필요하면 북한을 드나드는 반면, 평범한 사람들(북한 고향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민 포함)이 그랬다가는 곧장 국가보안법 처벌 대상이 된다.
무엇보다 국가보안법이 존재 근거로 대는 ‘북한(간첩)의 위협’은 명분에 불과하다. 1987년 이후 보안법으로 구속된 사람들 가운데 ‘간첩죄’에 해당하는 3조(‘반국가단체 구성’)로 구속된 사람은 전체의 1퍼센트 남짓이었고 그나마 그중 많은 수가 공작과 조작에 의한 것이었다. 독재 정권 하에서 수많은 투사들이 이 악법에 의해 고문당하고 억울하게 죽었다.
국가보안법의 진정한 존재 이유는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반체제·반국가 사상들도 감시하고 탄압하는 것이다. 남한뿐 아니라 북한 자본주의 체제도 반대하는 국제사회주의자나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좌파 단체들이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은 것이 그 증거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파만이 아니라 민주당도 그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탄압 수단으로 보안법을 이용해 왔다. 민주당도 주류 정당이므로 우파 정부와 마찬가지로 체제 수호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구 휘둘러지는 국가보안법은 좌파가 아닌 사람들도 제물 삼는다. 2014년 탈북민 유우성 씨나 2018년(문재인 정부 하에서!) 대북사업가 김호 씨가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
현재 민주당 이규민 의원이 국가보안법 개정안(제7조 찬양·고무죄만 폐지)을 발의했다. 그러나 발의자 본인이 당 지도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하는 만큼 이 안이 민주당의 당론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올해 특별사면자 명단 선정에는 정치적 위기 탈출에 도움이 되느냐가 가장 큰 고려 사항일 것이다. 기업주나 우파를 달래기 위한 우파 인사 사면, 또는 진보계 지도자들을 친정부 행보에 묶어 놓기 위한 진보 인사 사면도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 요구는 부패한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부패한 권력자들 말고 사상 탄압의 피해자 이석기 전 의원을 하루 빨리 석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