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때문에 슬픔에 빠져 있는 와중에도 검찰과 국정원은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몰아가려는 공작을 계속 벌였다.
국정원이 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유도하고 중국 공문서까지 위조해 사건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4월 중순에 검찰은 사건을 축소해 이모 국정원 대공수사처장과 이인철 영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검찰은 망신살이 뻗친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유우성 씨가 북한에 노트북을 보냈다며 간첩 행위의 새로운 단서인 양 발표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난 1심 재판 때 재판부가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4월 25일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유우성 씨의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유가려 씨를 부당하게 구금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투쟁 끝에 생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가려던 국정원과 검찰의 시도가 좌절된 것이다.
이번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은 국정원과 검찰 같은 공안 기관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유린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줬다. 또 국가보안법의 칼날이 단지 친북 사상을 가진 사람들뿐 아니라, 애먼 사회적 약자 개인들을 겨냥하기도 한다는 사실도 분명히 드러났다.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피해 인명 구조에는 그토록 무책임하고 무능하면서도 남재준만은 필사적으로 구해 냈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면 국정원 같은 지도적인 보안경찰의 충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박근혜의 유신 스타일 통치가 언제나 원하는 대로 되지는 못한다는 것도 보여 준다. 박근혜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에 대한 반감은 광범하고 공안당국의 무리수는 그들에게 역풍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동아시아에서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속죄양 만들기를 계속할 것이다. 좌파와 노동자 운동은 유우성 씨처럼 사회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개인들(오히려 그래서 정권에 의해 쉽게 박해당할 수도 있는)에 대한 국가 탄압에도 심각하게 반대하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릴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