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재용·이명박 사면 검토 — 마지막까지 개혁 염원 뒤통수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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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이재용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 이명박과 신동빈도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다.
4월 25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사용자 단체들이 이재용·신동빈 등의 사면을 청와대에 공식 요청했다. 〈한국경제〉와 우파 언론들도 반도체 산업의 세계적인 경쟁 격화를 이유로 이재용을 사면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용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면서 주가를 조작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6조 3000억 원에 이르는 회계를 조작했다(그런데도 형량은 고작 2년 6개월이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최순실에게 뇌물을 줬다. 신동빈도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서 앞서려고 박근혜에게 뇌물을 줬다.
그런데 이런 요청에 대해 문재인은 “사면 요청이 각계에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사면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박근혜를 풀어줄 때도 문재인은 ‘국민들의 공감대’ 운운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그리고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면서 말이다.
이제 문재인은 비리 재벌들을 가석방해 준 것도 모자라, 아예 죗값을 청산해 주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개혁 염원 대중이 아니라 기업주들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명박
정부는 이명박 사면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은 4월 29일 이명박 사면 반대 청원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이명박은 삼성에게서 뇌물을 받아 이건희를 사면해 준 부패의 화신이고, 다스의 실소유주로 비리를 저지른 사기 범죄자다. 뿐만 아니라 광우병 촛불을 폭력 진압한 자이자, 철거민들을 태워 죽인 용산참사의 주범이며,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짓밟은 자다. 실로 국가 폭력의 수장이었던 것이다.
결국 촛불이 감옥에 보낸 박근혜·이명박·이재용을, 5년 내내 촛불을 배신한 문재인 정부가 차례차례 풀어주는 셈이다. 어쩌면 그러면서 전 경남지사 김경수 등 자신의 측근들도 슬쩍 끼워 넣어 사면하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검찰 거악 운운하며 검수완박 밀어붙이는 꼴을 보면 역겨울 뿐이다.
‘반부패’ ‘강골 검사’인 양 굴던 윤석열과 국민의힘도 ‘국민 화합과 경제 안보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이재용·이명박 사면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풀려나고 사면돼야 할 사람들은 부패한 권력자들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청주 평화 활동가들, 남북경협 사업가 김호 씨, 이석기 전 의원 등이다.
이재용·이명박·신동빈 등의 사면은 정부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을 공인하는 꼴이다. 이는 ‘세상이 가진 놈들 뜻대로 돌아간다’는 냉소와 좌절감을 키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5월 8일(‘부처님오신날’)에 기업주들에게 부패 재벌 사면을 퇴임 선물로 주고 나면, 이틀 뒤인 10일에는 더 노골적인 친기업·반노동 행보를 예고하는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다.
기업주들의 바람대로 되지 않으려면,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유전무죄’ 사면에 반대함과 동시에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선 저항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