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간호사 기자간담회:
인력 부족 심각한데 정부·서울시는 땜질 처방뿐
〈노동자 연대〉 구독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는 공공병원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설 연휴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4차 유행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공공병원과 의료 인력을 확충하라는 요구가 끊이질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무시해 왔다. 확진자 수 증감에 따라 현장 인력을 충원했다가 빼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병상과 인력을 운영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고통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오래전부터 코로나병동 간호 인력 기준 마련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와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은 2월 1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서울시 공공병원 인력 운영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정부와 사용자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대응으로 현장에서의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제대로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아 병원 노동자들이 엄청난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몇 명이 나오면 어느 병원에 병동을 열지 등에 관한 매뉴얼이 없었습니다. 있다고 해도 노동자들과 공유가 안 되고 비밀작전하듯 진행됐습니다.”(현지현 의료연대본부 조직국장)
“서울의료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면서, 기존에 치료를 받던 항암 환자가 보라매병원에 다 몰렸습니다. 최소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우리 병원에 얼마의 환자가 올지, 그러면 인력을 어떻게 대응할지 등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습니다.”(김경오 보라매병원 간호사)
“보라매병원의 경우 간호사 1명 당 환자를 9~10명 정도 보고 있습니다. 보호 장구 착용으로 몸이 둔해진 상태에, 숨도 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일하면 굉장히 힘듭니다. 하루하루 죽을 것 같은 고통에서 일하고 있고, 언젠가는 인력을 보내 주겠지 하며 버텼는데, 환자가 줄었다는 이유로 오히려 간호사 수를 줄였습니다.”
“서울의료원은 강남분원 임대 시설을 돌려받는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해서 제대로 된 병실을 마련할 수 있었음에도 열악한 컨테이너 병실을 설치하고, 여기에서 근무할 인력 운영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김경희 새서울의료원분회장)
의료연대본부는 코로나19 병동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중환자실에 입원한 최중증 환자 1명 당 간호사 2명, 일반병실에 입원한 최중증 환자의 경우는 1대 1, 중증 환자는 2.5 대 1, 일반병실에 입원한 와상(못 일어나는) 환자의 경우 1대 1의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3주간 답변이 없다가 최근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2달이 걸릴 것이며, 실제 병원에 적용되기까진 반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코로나를 겪은 지 1년이 됐는데 이제 와서 다시 연구해 인력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의료연대본부는 병원 측이 확진자 관리와 자가격리를 허술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보라매병원에서 39병동에서 지난달 29일 확진자 5명이 나왔고, 일주일 뒤인 지난 6일에는 82병동에서 간호사 1명이 확진되는 등 총 6명이 확진됐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직원 20여 명을 자가격리 시키고 코로나 확진 환자만 코로나 병동으로 보냈습니다.”
“최초 확진자가 입원한 이후 그를 담당한 간호사는 총 8명이었고 그 중 1명이 확진됐지만 확진자 외의 다른 간호사들은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되지도 않았습니다. 다수의 간호사는 역학조사관으로부터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로 역학조사가 종료됐다는 통보를 전해 들었습니다”
이들은 병원 내 관리의 허점이 간호사들의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자들은 “코로나19 간호 인력 기준 만들어라!” “간호 인력 즉각 충원하라!”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인력을 원한다!” 하고 구호를 외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