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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끔찍한 학살에도 저항이 계속되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주 단 하루 만에 한 도시에서만 80명 넘게 죽였지만, 대중은 놀라운 결의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4월 9일 양곤 북쪽의 바고시(市)에서 군경은 박격포와 유탄발사기를 쏴 거리 시위 거점을 침탈하고, 반나절 만에 수십 명을 죽였다. 시민단체 ‘버마정치수지원협회’는 4월 13일 현재 714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는데,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4월 14일 만달레이에서 반(反)군부 시위 ‘피의 행진’에 나선 대학생들 ⓒ출처 Myanmar Pressphoto Agency

군부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구금해 고문하고 있다. 13일 현재 미얀마 곳곳에 3000여 명이 구금돼 있는데, 경찰이 구금자들을 고문·살해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야만적인 탄압은 군부가 사태를 온전히 장악하지 못해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음을 보여 준다.(4월 8일 런던 주재 미얀마 대사관에서 대사관 주재 무관이 대사관을 점거하고 반(反)쿠데타 성향의 대사를 대사관에서 추방한 것은, 그런 불안이 국외에서도 드러난 해프닝이었다.)

이는 영웅적 대중 저항이 70일 넘게 군부와 대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도시 바고시에서도 주말이 지나자 시위대가 다시 거리에 나왔다. 양곤·만달레이 등 대규모 항쟁이 이어진 대도시들에서는 시위대가 방패와 새총으로 거점을 사수하고 있다. 사가잉주(州) 주도(州都) 몽유와에서 한 시위 참가자는 현지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양곤·만달레이·몽유와 같은 대도시에서 시위가 무너지면 군은 더 작은 도시와 마을을 공격할 겁니다. 시위를 사수해야 합니다.”

대도시보다 무기를 구하기 쉬운 지방 도시들에서는 시위대가 사제 공기총, 마체테(날이 넓고 긴 칼), 사제 수류탄 등으로 무장하고 군경에 맞서고 있다. 사가잉주 시민 무장대 조직자 중 한 명은 현지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저들에게 총을 쏘지 않으면 [군대는] 시위대를 훨씬 쉽게 죽일 겁니다. 그러면 시위가 없어질 거예요. 다른 곳들에서도 저희처럼 군경에 [무장을 조직해] 맞서야 합니다.”

노동자들도 계속 싸우고 있다. 공공부문 파업 운동인 ‘시민불복종운동’(CDM)을 이끄는 보건·전력·은행 부문 등은 여전히 중요한 저항 세력이다. 이에 고무돼 교사와 지방직 공무원들도 직장을 이탈해 무리 지어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전력 노동자들은 직장 이탈 파업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전기료를 내지 못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던 가난한 동네에 전력 공급을 조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행동들이 중요하다. 미얀마 군부의 힘은, 수십 년 동안 권력(무장력 포함)을 부지했고 경제적 권력도 일부 가졌다는 데서 나온다. 미얀마 노동자 대중의 투쟁이야말로 이런 기반을 타격해 군부의 권력을 뺏을 유일한 힘이다.

전략적 차이

하지만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은 쿠데타에 반대하지만 반(反)군부 대중 투쟁의 전진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쿠데타 직후 민족민주동맹은 2021년 2월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총선 결과 존중”, “헌법 존중”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대중이 시위로 저항하면 군부에 헌법 수호자를 자처할 명분을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얀마 노동자·청년들이 보기에, 군부 쿠데타는 이제까지 누려 온 그나마의 민주적 권리도 대폭 후퇴시키는 것이었다. 대도시 학생·청년·노동자들을 선두로 대중 저항이 분출했다.

거리 시위와 파업이 성장하자 민족민주동맹은 이 운동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때조차 민족민주동맹이 주되게 신경 쓴 것은 “국제 사회”, 즉 서방 강대국들의 개입이었다. 그래서 민족민주동맹은 시위대가 ‘평화적’ 거리 시위만 벌여야지 군부에 폭력으로 저항하면 “국제 사회” 개입에 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시위·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군부는 사태 장악을 위해 유혈 진압에 나섰다. 3월 중순부터 사망자가 폭증했다. 비폭력을 고수해야 한다는 민족민주동맹의 주장은 대중의 자기 방어 조직 확대에 발목을 잡았다.

민족민주동맹이 주도하는 연방의회대표자회의(CRPH)는 뒤늦게 대중의 자기 방어를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그들이 실제로 힘쓴 것은 방어 조직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 대한 로비였다. 대중 시위는 그 보조적 수단이었다.

군부와 저항 사이의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이제껏 군부에 이만큼의 힘을 보장해 준 2008년 헌법에 대한 반대도 커졌다. 그러자 민족민주동맹은 애초의 입장을 바꿔 2008년 헌법 폐기를 선언했다.

그에 따라 발표한 헌장에서 가장 강조된 것은 소수 민족 지도자들에 장관급 이상의 지위를 부여하고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자치권 보장 등은 여러 민족의 수많은 대중이 단결해 군부에 맞서고 있는 데서 아래로부터 받은 압력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이 헌장이 제대로 실현되리라는 신뢰가 소수 민족들 사이에서 강하지는 않다. 민족민주동맹이 (미얀마 군부와 공유하는) 버마·불교 민족주의를 동원해 소수 민족을 차별해 온 역사가 오래 됐기 때문이다.

한편, 이 헌장은 대중의 정치적·민주적 권리에 관해서는 사실상 기존 헌법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민족민주동맹은 대중의 자력 행동으로 군부를 완전 타도할 수 있으리라 믿지 않는다. 이들이 소수 민족 무장 세력들을 규합한 “연방군” 창설에 매달리는 이유 중 하나다.

무장

하지만 쿠데타 반대 운동에 대한 소수 민족 무장 세력들의 태도는 단일하지 않은데, 대도시 시위대의 무장과 훈련을 지원하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시민불복종운동’이 자신들의 역내 통제력을 해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조직도 있다.

여기에는 영국 제국주의의 식민 점령 이래로 민족 간 분열과 소수 민족 차별이 부추겨져 왔고, 수십 년에 걸친 주변 강대국들의 관여 와중에 그런 갈등이 더욱 뒤틀렸던 역사가 반영돼 있다.

미얀마-타이 국경 지역에 포진한 카렌족 무장 세력들은 개중 쿠데타 반대에 적극적이다. 국경 양쪽에 군사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다. 카렌족은 그간 타이 군대와 미얀마 군대 사이에 끼어 오랫동안 공격받아 왔다.

미얀마-중국 국경 지대에 있는 무장 세력들의 사정은 그보다 복잡하다. 이 무장 세력들은 역사적으로 미얀마 군부와 갈등하는 한편 막후 협상도 해 왔다. 중국은 이 무장 세력들을 재정적·군사적으로 배후 지원해 왔는데, 이들을 외교적 장기말로 이용하는 한편 국경 지역 치안 유지에 이들의 간접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미얀마-인도 국경 지역에 포진한 아라칸군(軍)처럼, 민족민주동맹 정부에 의해 ‘테러 단체’로 지정돼 미얀마-인도 양국 군대의 합동 작전으로 궤멸 위협에 처했던 조직도 있다. 미얀마 군부가 이들의 테러 단체 지정을 해제해 주자, 아라칸군은 ‘중립’을 선포했다.(하지만 아라칸군의 세가 큰 지역에서도 소수 민족 청년들은 반(反)군부 투쟁에 동참하는 경우가 적잖다.)

민족민주동맹이 이런 세력들을 긁어모아 “연방군” 창설에 어찌어찌 성공한다 해도, 소수 민족 무장 단체들의 연합으로 미얀마군을 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역사적 경험도 이를 거듭 보여 줬을 뿐 아니라, 군사력 격차도 압도적이다. 미얀마 내 소수 민족 무장 집단들을 모두 더해도 10만 명 미만인데, 미얀마 정규군은 (경찰 병력 8만 명을 빼도) 50만 명을 훌쩍 넘고 무장 수준도 질적으로 다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족민주동맹이 “연방군” 창설 시도에 계속 매진하는 것은, 이 지역의 ‘정상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이해관계가 있는 강대국들에 개입을 촉구하려는 속내 때문이기도 한 듯하다. ‘미얀마가 제2의 시리아가 되게 놔둘 것인가’ 하는 호소가 계속되는 배경이다.(하지만 시리아는 제국주의의 개입으로 대중 저항이 뒤틀려 생지옥이 된 사례다. 관련 기사 본지 238호 ‘계속될 시리아 위기 이해하기: 제국주의의 야심이 진정한 원흉’)

게다가 이들이 기대를 거는 “국제 사회”는 자국의 이해득실을 우선 고려하지 미얀마인들의 안전과 안녕은 뒷전이다.(이에 관해서는 본지 363호 기사 ‘미얀마: 군부를 물리칠 힘은 유엔과 국제사회에 있지 않다’를 보시오.)

지난 30년 동안, 아웅산 수치와 민족민주동맹의 정치와 전략은 군부에 맞선 대중 저항이 패배를 거듭하게 하는 약점으로 작용해 왔다.(관련 기사 본지 357호 ‘미얀마와 민주주의 투쟁’)

미얀마 대중이 군부에 맞선 투쟁과 정당방위 수단을 발전시키며 진정한 민주주의의 맹아를 싹 틔우는 과정에서 민족민주동맹과는 다른 정치 대안이 구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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