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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자 집도 대면 배달:
코로나19 1년 넘게 집배원 안전 대책 부실

코로나 팬데믹이 벌써 1년이 지났다. 여러 필수 분야 노동자들이 그러하듯, 우체국 노동자들도 공공의 편익을 위해 감염 우려에도 헌신적으로 우편과 금융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대면 서비스를 해야 하는 우체국 노동자들에게 코로나 방역 대책은 꼭 필요하다. 특히 곳곳을 돌아 다니며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접촉해야 하는 집배원들의 경우, 감염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이 더욱 절실하다.

지난해 1월부터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당시 전국집배노조)는 정부에 집배원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책 마련을 줄곧 요구해 왔다. 대면 배달 최소화, 안전을 위한 보호 장비 지급, 격리자 정보 제공 및 배달 방법 안내, 위험한 구역으로 판단될 경우 배달을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 적극 고려 등.

그러나 우편서비스 책임자인 정부의 방역 대책은 여전히 허술해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트릴 우려가 상당하다. 사실상 노동자 개인이 알아서 조심하라며 안전 조치를 떠넘기고 있다. 지난해 팬데믹 초기 집배원들은 마스크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마스크 대란에도 마스크를 한동안 사비로 구입하거나 며칠씩 써야 했다.

필수 노동자 보호도 말뿐인 문재인 정부 ⓒ이미진

집배원들은 무엇보다 수취인의 서명을 직접 받아야 하는 등기우편물의 경우, 비대면 배달을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해 왔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등기 대면 배달은 최소화하고, 격리자에게 대면 배달 시 집배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한 배달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격리자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있고 우체국택배를 제외하곤 등기우편물 비대면 전환 관련 일관된 방침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 성북구보건소는 자가격리자들에게 등기우편물 150여 통을 발송하면서, 담당 구역 집배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성북우체국 집배원들은 이 사실도 모른 채 자가격리자들에게 직접 서명을 받았다. 그중 한 집배원인 신순용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성북우체국지부장은 수취인으로부터 자가격리자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깜짝 놀라 해당 우체국과 동료 집배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그래서 자가격리자와 접촉한 성북우체국 집배원 17명은 4월 26일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다행히 전원 음성으로 나왔다).

신순용 지부장은 아무런 정보 제공도 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확진자일 수 있는) 격리자와 접촉 배달로 내몬 정부를 규탄했다.

“보건소에서 자가격리자에게 음식 배달을 직접 합니다. 문 앞에 음식을 놓고 가고 연락하는 것으로 압니다. 우편물 배달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유행이 1년이 넘었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이 없습니다. 집배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우편물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슈퍼 전파자가 될 것이 가장 우려됩니다.”

우정사업본부도 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최승묵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공동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는 정부 부처에 대책 건의를 했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자들은 우정사업본부가 우편물 수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등기우편물이 준등기에 비해 요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성북우체국지부는 성북우체국 물류과장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성북구와 보건소에도 항의 민원을 넣었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마스크 지급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차별한 바 있다. 간접고용(우체국시설관리단 소속) 노동자들인 우체국 금융경비, 미화 노동자들에게 직접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었다. 이에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경인지역본부 등이 항의하자 직접 지급하기 시작했다.

집배원들의 배달 업무에 대해 제대로 된 방역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에서 보듯, 문재인 정부의 필수 노동자를 보호 조치는 말의 성찬일 뿐 실질적인 것인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