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와 우정사업본부에 인력 충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5월 25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겸배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겸배 제도는 인력 부족 상황에서 결원이 생길 경우 같은 팀 동료들이 해당 물량을 ‘대신 겸해서 배달’하는 제도다. 이를 폐지하려면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들은 매해 20명가량 사망할 정도로 장시간·중노동에 시달려 왔다(2015~2020년 114명 사망).
문재인 정부 시절, 정규 집배원 2000명 증원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인력 부족 때문에 집배원들에겐 ‘겸배’가 일상이다.
우체국 현장에선 “겸배가 죽어야 집배원이 산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만큼 겸배는 집배원들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다.
2021년 한국행정연구원이 집배원 9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집배원들은 겸배로 인해 평균 업무 시간이 1시간 47분 늘었다고 답했다. 이는 업무량 증가와 사고의 위험성을 높인다.
“2011년 강원 인제우체국에서 아버지 집배원이 연가로 빠진 구역을 25살 아들 집배원이 겸배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2017년 대구 성서우체국에서 겸배를 하러 이동 중 교통사고가 나서 사망한 일도 있었습니다. 올해 4월 강원 횡성우체국에서 동료들의 코로나 확산으로 겸배를 하다 과로사한 집배원도 있습니다.”(최승묵 민주우체국본부 위원장)
집배원들은 아파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자신이 빠지면 동료들이 겸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집배원의 평균 연가 사용 일수는 5.6일에 불과했다. 집배원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평균 연가는 21일인데, 그중 26.9퍼센트만 실제 사용된 것이다.
“법에서 지정한 연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내가 빠지면 내 동료가 힘들어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팀은 8명인데 한 명이 빠지면 7명이 나눠서 배달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한 올해 3월에는 한 달 내내 겸배를 했습니다.”(신순용 민주우체국본부 성북우체국지부장)
집배원들이 “죽음의 대리 배달”이라 불리는 겸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릴레이 1인 시위, 6월 간부 결의대회, 7월 전 조합원 상경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겸배 폐지를 위한 입법 청원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집배원들의 겸배 폐지 투쟁에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