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배가 죽어야 집배원이 삽니다.”
집배원의 겸배 제도는 병가·연가 등 결원이 생길 경우, 같은 팀 동료들이 해당 물량을 ‘대신 겸해서 배달’하는 제도다.
겸배로 집배원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하다. 2021년 집배원 9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겸배를 하는 날 업무 시간이 평균 1시간 47분 늘었다고 답했다(하루 근무시간이 10시간을 넘게 된다). 이는 피로도와 사고의 위험성을 높인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설문조사에서는 집배원의 55퍼센트가 겸배 중 안전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안타깝게도 2017년 5월 경북에서 겸배 중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해 4월 강원에서는 겸배로 인한 격무를 호소하다 급성심정지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집배원들은 아파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자신이 빠지면 동료들이 겸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7~2021년 집배원의 평균 연가 사용률은 30.7퍼센트에 불과했다.
2022년에 집배원들이 사용하지 못한 연가는 1인 평균 9.6일이었는데, 이렇게 쌓인 연가를 합치면 퇴직 전 80~90일(약 4~5달)이나 된다. 그래서 퇴직 전에 쌓인 연가를 몰아서 사용하게 되고, 퇴직 예정자의 업무를 동료 집배원들끼리 다시 겸배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즉각 인력을 충원해서 겸배를 폐지해야 한다. 집배원들이 연가를 모두 사용하려면 약 720명이 충원돼야 한다고 민주우체국본부는 추산한다.
겸배 문제의 심각성은 사용자인 우정사업본부도 인정하는 바다. 지난해 8월 사측은 2022년 하반기까지 겸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심지어 사측은 인력 증원은커녕 집배원들에게 택배 배달을 시키며 더욱 쥐어짜려 한다.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집배원들의 특성상, 부피와 중량이 나가는 택배 배달은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안전사고의 위험을 더욱 높이는 데 말이다.
사측이 집배원에게 택배 배달을 맡기려는 목적은 비용 절감이다. 우체국 택배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인 위탁택배원들은 배달 건당 수수료(임금)를 받는다. 위탁택배원의 물량을 줄여 수수료를 절감하고, 대신 집배원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 긴축 강화가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사측이 밥 먹듯 약속을 어기자, 민주우체국본부는 현장 투쟁과 함께 겸배 철폐를 명문화하는 입법 운동에도 나섰다.
고광완 민주우체국본부 위원장은 “7월 15일 상경 투쟁을 시작으로 국회 압박 투쟁과 부족한 인원에 대한 예산 투쟁 역시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집배원들의 겸배 폐지 투쟁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