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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노동에 허리 휘는데 집배원 인력이 남는다고?

경북지방우정청 앞에서 농성과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우체국 노동자들 ⓒ출처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우정사업본부 경북지방우정청(대구·경북 관할)이 퇴직자 등 결원을 제대로 충원하지 않고 되레 정원 감축(“정원 회수”)에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노동자들이 이에 항의해 투쟁하고 있다.

경북지방우정청은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결원이 72명이라면서도 그중 43명 만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한 발 더 나아가, 추가로 정원 19명을 더 줄이겠다는 계획(총 48명 정원 감축)을 내놨다. 최영홍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경북지역본부장은 “[감축 인원] 48명은 경북지역에 우체국 하나를 없애겠다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경북지방우정청은 정원을 줄이는 게 아니라 “회수”했다가 인력이 필요한 우체국들에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수한 정원을 언제, 어디에 투입할지 분명한 계획이 없는 데다, 현장에선 당장 정원에 비해 현원이 부족하게 운영되므로 사실상 인력 감축의 효과를 낸다. 사측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등의 경우에 “회수”한 정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최대한 쥐어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경북지방우정청은 대구·경북 지역의 집배원 인력 규모가 부족한 게 아니라 넘친다고 주장한다. 사측이 정한 업무강도 기준에 따르면 214명이 ‘여유 인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인력이 남아돌기는커녕 높은 노동강도에 허리가 휘고 있다고 말한다. 사측이 수년째 퇴직자 등 결원이 생긴 자리에 충원을 충분히 하지 않아, 노동자들은 ‘겸배’(빠진 동료의 구역을 나눠서 배달하는 일)까지 해 왔다. 더구나 코로나19로 택배 물량도 늘었다.

집배 인력 감축은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뿐 아니라 지방의 우편물 배송 지연 같은 서비스 후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마른 수건 쥐어 짜기

이번 정원 감축 시도는 우정사업본부의 정책 방향과 연관이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 수지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명목하에 인력 운영의 효율화를 중점 과제로 설정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그 일환으로 지난 5월 각 지방청별 업무강도를 측정해 결과를 내놓았다. 내용인즉, 수도권을 제외한 7개 지방청에서 ‘여유 인력’이 768명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북지방우정청만이 아니라 전남지방우정청(3명), 충청지방우정청(7명)에서도 정원 감축이 추진됐다. 다른 지방청들도 정원 감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가 “적정 인력” 산출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집배원 업무강도 시스템은 “살인 업무강도 시스템”이라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다. 편지 한 통 배송에 2.1초, 등기 한 통에 28초, 택배 한 통에 30.7초로 집배원의 노동을 기계처럼 계량화하고 옥죄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난해 7월 우정사업본부도 이를 인정하고 해당 시스템의 폐지와 대안 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도 우정사업본부는 약속을 위반하고 오히려 해당 시스템을 근거로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그동안 몇 차례나 인력 충원 약속을 배신해 왔다. 가령, 2018년에 집배원 과로사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정규 집배원 2000명 증원(2020년까지)을 약속했지만, 결국 그것도 뒤집었다. 그리고는 일부 비정규직 위탁택배원을 증원하는 것으로 떼웠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정원 감축에 항의해 집회와 농성 등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정원 감축을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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